한국에서도 방영된 중국 드라마 중에 [녹비홍수]라는 드라마가 있나 봅니다. 저는 못 본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번역되었는데, 네이버 시리즈 앱을 설치하면 볼 수 있습니다. 독점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웹소설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완전히 다 번역되었고, 번외편을 포함해서 모두 511화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관심즉란인데, 필명인 듯합니다.


검색해 보니, 여러 가지 독후감이며 소개글이 잔뜩 나오네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소개글을 하나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ungkwangki&logNo=221547085880


위 링크에 따르면 작품의 시대배경은 북송이라고 합니다만, 정확히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대 중국인이며 법원의 서기로 근무하는 여의의는 법정이 없는 곳을 1년간 돌아다니면서 판결하는 일을 하다가 산사태를 맞아서 매몰되어 죽습니다. 그런데 의식을 차려 보니, 자신이 고대 중국(북송)의 5살짜리 여자 아이의 몸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별로 살고 싶은 의욕이 없어서 비실비실하게 지내다가, 어느날 마음을 달리 먹고 굳세게 살아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 여자 아이(성명란)가 처한 상황은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아버지인 성굉은 5품 관리로 지방에서 일합니다. 왕씨 부인은 본처입니다. 첩을 '이랑'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얼굴이 예쁘지만 아주 악랄한 임이랑이 첩으로 있으면서 성굉의 총애를 빌미로 왕씨 부인을 갈구고 있죠. 성명란은 위이랑의 딸인데, 엄마인 위이랑은 이미 죽었습니다. 쥐죽은 듯이 사는 향이랑도 있습니다. 총애를 받는 첩과 첩의 자식은 풍족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첩과 첩의 자식은 성부(府 성씨 가문)의 노비들에게까지 갈굼을 당합니다.

첩이 되는 경우가 몇 가지 나오는데, 양첩은 양민을 첩으로 들인 경우입니다. 대개의 경우는 시중드는 노비(여종)와 동침해서 마음에 들면 이랑으로 신분을 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외부에서 기녀를 첩으로 들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한편 통방이라는 말이 첩과 비슷하게 쓰이는데, 이게 정확히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통방과 이랑은 좀 다른 개념인 듯합니다.

[서녀명란전]이라는 제목은 첩의 자식인 성명란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인 관리의 가정을 들여다 보려면, 아마도 [홍루몽]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저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몇 페이지 읽다가 던졌습니다. 이야기가 어찌나 복잡하고 많이 얽히는지, 읽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홍루몽]의 저자인 조설근은 역사 이래 가장 복잡한 스토리를 지어낸 작가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서녀명란전]에도 [홍루몽]의 등장인물들이 자주 언급됩니다. 다행히도 [서녀명란전]은 [홍루몽]만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아미타불...


고대 중국인들은 '효'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효를 제일 중요한 가치로 고정해 놓고, 그에 따라서 나머지 가치들을 배정한 듯합니다. 효자 효녀라는 평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심지어 불효했다는 이유로 관직을 잃거나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효도를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용도로 쓸 수도 있고, 방어하는 용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현대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이런 가치관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전혀 동의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 한국인들이 보기에 아주 특이하게 보일 겁니다. 이렇게 굴러가는 세상도 있을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죠.


중국은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뽑는 것을 일찍 시작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어떤 글에서는 수나라 문제부터 시작했다고 나오네요. 오늘날에는 공무원시험으로 공무원을 뽑는 게 당연하지만, 이 당연한 관념이 서양에서는 좀 많이 늦었다고 하더군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면 과거시험과 관련된 부분이 안 나올 수가 없지요. [서녀명란전]에도 과거시험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무튼 이 책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