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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일본어 학습포럼게시판 등을 둘러보면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질문 유형 중에 이런 것이 있다.
A : 안철수 선생님은 건강하신가요.
B : 제가 지난 주에 뵈었을 (때 / 때는) 아주 건강해 보이시던데요.
이 문제에서 답은 '때'가 아니라 '때는'이라고 나온다.
'때는'이 아니라 단순히 '때'라고 하면 어색한 문장이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난 이해가 안 된다.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한국어 학습자에게(일본인은 제외), 저 대화에서 왜 '때'가 아니라 특수조사(일명 보조사) '은/는'이 첨가된 '때는'이 자연스런 답변이 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국어 기술(및 이론) 문법은 아직까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그렇다 (혹시라도 저 의문점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한국어 문법론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알려달라).
이런 점에서 한국어 문법론의 현 상태는 '비참'하다고 할 수 있다.

"때"를 사용한 것과 "때는"을 사용한 것과 어감이 약간 다르지 않나요?
~때 건강해 보이시던데요. = 지금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때는 건강해 보이시던데요. = 그 당시에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그런데 영어나 불어처럼 조사가 발달하지 않은 언어를 모어로 하는 한국어 학습자에게는 저 둘이 서로 어감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다르다란 대답은 거의 도움이 못 됩니다. 올돌골님이 지금 댓글에서 설명한 어감차이는 국문법 책에서 흔히 '대비' 또는 '대조'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간추려 언급하는 것을 풀어 설명하신 건데요, 님이 영어권 사람이라고 한번 가정해보세요.
저 대화에서 (때는)이 대조/대비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은/는)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대조/대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무슨 수로 식별하는가, 란 의문이 자연스레 뒤따를 겁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문장에서 쓰인 '은/는'을 두고 대조의 뜻을 나타낸다고 말할 순 없거든요. '은/는'이 대조/대비의 뜻을 지닐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어요. 고로, 언제 어떤 경우에 대조/대비의 뜻을 지니는지에 관해 질문이 당연히 뒤따를 수 밖에 없는데, 여기까지 오면 사실상 답변하는 사람 입장에선 대책이 없어집니다.
특수조사 '은/는'의 쓰임은 한국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만한 것인데, 바로 이 조사와 다른 조사들(이/가, 을/를, 등...)과의 '어감'차이를 체계적이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해요.
다만 제 요지는, (은/는)이 쓰여야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유형'의 질문들 (즉, 은/는 및 다른 조사들과의 어감차이를 묻는 유형의 질문)들에 관해 답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국어 문법론은 (제가 아는 한) 아직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입이 딱 벌어질만큼 고급수준인 한국어 학습자들도 (은/는)과 다른 조사들과의 차이는 아무리 문법서를 읽어봐도 감이 안 잡힌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정말 흔해 빠졌습니다. (되풀이 하지만, 일본인 학습자는 여기서 제외)

궁금할 때 요긴한 네이버 지식in을 살펴보았는데요, ^^;
'때는', '때에는'은 둘 다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조사 '에'는 장소나 시간, 또는 단위 명사와 결합하여 씁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와 결합하여 쓸 때는 동작이 일어나는 때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 '때'와 결합하여 쓸 수 있습니다.
'때에는'은 명사 '때'에 조사 '에'와 보조사 '는'을 결합한 형태인데, '때'가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뜻하는 말이므로 뒤에는 부사격 조사 '에'가 오는 것이 바르지만, 우리말에서는 조사를 생략하고 쓸 수도 있으므로 부사격 조사 '에'를 빼고 '때는'으로 써도 됩니다.
라네요. "때는"이라는 말도 "때에는"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군요... 우리말 되게 어렵습니다. 역시 세계 공용어는 될 수 없는 언어같습니다. ㅋ
근데 왜 보조사 "은/는"이 붙어야 하나에 대한 설명은...없네요.
예를 들어, "반짝이는 모든 것(은) 금(이) 아니다"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다"
이/가, 은/는 이 두 조사 위치가 뒤바뀐 걸 제외하면 동일한 문장이지만, 의미는 완연히 다르죠.
전자는, (반짝이는 것은 모조리 금이 아닌 것)이란 말이고, 후자는 (반짝이는 것 중에서 '일부' 금이 아닌 것도 있다)는 말이죠.
이 차이를, 조사에 관한 관념이 없는 서구어권 한국어 학습자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국어 문법론은 (역시 제가 아는 한) 아직 없습니다.
제 생각엔, 한국어가 어렵기도 하지만 한국어 문법론 상태 자체가 비참한 상태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해, <이미 한국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서 굳이 책보고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그런 문법론이죠.
이런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저도 궁금한데, 제 추측엔 일본어 문법학은 일본어의 외부인 (즉, 일본어를 모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식'하고 이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문법론을 구성하게끔 유인을 많이 받아 왔어요. 단적으로, 서구권 사람들 중에 일본어를 학습하려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제법 많지 않았습니까? 그에 비하면 한국어는 최근에 들어서 겨우 한국어의 외부인에게 개방된 상태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차이가 생겨난 원인은 아마도 여기에 있는 것 같음.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문장이 있죠.
<X는 Y다> 형의 문형이고, 이건 한국어에서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하는 문형입니다.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것이 전혀 아니죠.
그리고 학교문법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한국어 문법론에 따르면 저 문장에서 주어는 '대한민국은'이죠.
그런데요, 왜 여기서 주어인 대한민국에 주격조사 (이/가)를 쓰면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달리 말해 왜 헌법조문에서 주격조사 (이/가)가 아닌 (은/는)을 쓰는 것이 한국어 모어화자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지 딱 부러지게 설명할 문법론이 없어요.
해서 영어의 경우와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A가 B이다. A is B. A ⊆ B, 즉 A ⊂ B or A = B
A는 B이다. (I am not sure about other things than A, anyway) A pertains to B. A ⊂ B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다. → 단순 서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다른 나라들이 민주공화국이 아닐 수도 있다. 추가정보 요구를 암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샐리가 착했다. → 단순 서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샐리가 착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 다른 때에 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추가정보 요구를 암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샐리는 착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해리나 샐리 친구가 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추가정보 요구를 암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샐리는 착했다. → 이중의 제한적, 유보적 서술
내가 그를 방문하였을 때, 그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 단순 서술
내가 그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그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다른 때에 바이올린을 켰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방문하였을 때, 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그의 아내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였다. → 이중의 제한적, 유보적 서술
경상도인이 전라도인이 아니다. → 단순서술 A ⊆ ~B
경상도인은 전라도인이 아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경상도인이 아닌 인간이 전라도인일 수도 있다. 추가정보 요구를 암시.)
경상도인이 전라도인은 아니다. = 경상도인이 전라도인임은 아니다. →복문, 단순서술 +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경상도인은 전라도인은 아니다. = 경상도인은 전라도인임은 아니다. →복문, 이중의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반짝이는 것이 금이 아니다. → 단순서술 A ⊆ ~B
반짝이는 것은 금이 아니다. →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반짝이지 않는 것이 금일 수도 있다. 추가정보 요구를 암시.)
반짝이는 것이 금은 아니다. = 반짝이는 것이 금임은 아니다. →복문, 단순서술 +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반짝이는 것은 금은 아니다. = 반짝이는 것은 금임은 아니다. →복문, 이중의 제한적, 유보적 서술 ~{A ⊂ B}
"너는 너, 나는 나"와 같은 문장에서는 "A = A, B = B"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 문장에서 각 절의 서술어인 "너, 나"는 주어인 "너, 나"와 층위를 달리하는 개념으로 생각됨. "너는 네가 속한 집단의 일원, 나는 내가 속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뜻.
키플링의 시귀절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wain shall meet." 을 번역한 "동은 동, 서는 서"에서도 마찬가지.
이 문제에서 답은 '때'가 아니라 '때는'이라고 나온다.
위 본문 글에 대하여 언급한다면, 그 "답"이 틀렸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1) "내가 방문하였을 때", (2) "내가 방문하였을 때는", (3) "내가 방문하였을 때도", (4) "내가 방문하였을 때만" 의 네 가지 예시에서 네 가지가 다 맞는 표현이며, 단지 품고 있는 의미가 좀 다를 뿐이기때문이지요. (1)(3)(4)은 틀렸고, (2)만 맞는 게 아닙니다. 만일 어떤 인터넷 한국어 학습서가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면, 그 학습서가 잘못된 것일 뿐...
일본어의 "は"는 한국어의 은/는과 사용법이 거의 일치하는데, 일본어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아 보면 아래와 같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 캡처는 네이버에서 하였음.)
は
- [계(係)조사]
- 1. 《발음은 「ワ」. 名詞 또는 名詞에 준하는 말, 活用語의 連用形에 붙음》
- 2. 서술의 주제를 나타냄. …는. …은.
-
教育きょういくは国民全体のものでなければならない
교육은 국민 전체의 것이어야 한다 -
象ぞうは鼻はなが長ながい
코끼리는 코가 길다 -
月つきは地球ちきゅうの衛星えいせいだ
달은 지구의 위성이다 -
くじらは魚さかなではない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다. - 3. 특히 내세워 말하는 뜻을 나타냄. …은. …는.
-
わたしは知しりません
나는 모릅니다 -
水みずは低ひくい方ほうへ流ながれる
물은 낮은 쪽으로 흐른다 -
花はなはまだ咲さかない
꽃은 아직 피지 않는다 -
色いろは濃こいのがいい
색깔은 짙은 것이 좋다 -
時ときは金かねなり
시간은 돈이다 -
愛あいとは何なにか
사랑이란 무엇인가? -
鳥とりは翼つばさがある
새는 날개가 있다. - 4. 비슷한 종류의 것을 대비적으로 나타냄. …은. …는.
-
勉強べんきょうはするが, 運動うんどうはしない
공부는 하지만 운동은 하지 않는다 -
彼かれは酒さけは飲のむが, 煙草たばこは吸すわない
그는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
夏なつは暑あつく冬ふゆは寒さむい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
紙かみならあるが, 筆ふではない
종이는 있지만 붓은 없다 -
兄あには学者がくしゃに, 弟おとうとは画家がかになる
형은 학자로, 동생은 화가가 되다 -
静しずかではあるが, 寂さびしくはない
조용하기는 하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
コヒはだめだが, 紅茶こうちゃは飲のんでもよい
커피는 안 되지만 홍차는 마셔도 좋다. - 5. 서술의 부분을 강조함. …은. …는.
-
こうなるとは思おもわなかった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
絶対につきあいはしない
절대로 교제는 않겠다 -
酒さけは余あまり飲のめない
술은 별로 못 마신다 -
会あうのは今日きょうが初はじめてだ
만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 6. 〈格助詞를 받음〉 …(에)는. …(로)는. …(보다)는.
-
京都きょうとへは3回さんかい行いった
京都에는 세 번 갔다 -
人ひとには癖くせがある
사람에게는 버릇이 있다 -
花はなではむくげが好すきだ
꽃으로는 무궁화를 좋아한다 -
歩あるくよりは速はやい
걷는 것보다는 빠르다 -
彼かれからは返事へんじがない
그에게서는 회답이 없다. - 7. 〈인용의 格助詞 「と」를 받아〉 정의(定義)나 해설의 주제를 나타냄. 또는 뜻밖의 것을 평가하는 주제를 나타냄. …란. …라는. …라는 것은.
-
忘却ぼうきゃくとは忘わすれ去さることなり
망각이란 잊어버리는 일이다 -
君きみが来こないとはけしからん
네가 오지 않다니 괘씸하다. - 8. 〈動詞의 連体形+格助詞 「に」를 받아〉 그 동작·작용을 목적으로 함을 드러내어 나타냄. …하려면. …하기에는.
-
今いまから帰かえるには電車でんしゃがない
지금부터 돌아가기에는 전차가 없다 -
結婚けっこんするには早過ぎる
결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 9. 〈接続助詞인 「から」를 받아〉 당연하고 부득이하다는 판단을 이끌어 내는 이유·원인을 나타냄. …한 이상에는.
-
自分じぶんで言いうからは覚悟かくごしているに違ちがいない
자기가 말하는 이상 각오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10. 〈接続助詞 「て」를 받아 「ては」 「では」의 꼴로〉 조건이 되풀이됨. 또는 부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조건을 나타냄.
-
書かいては消けし, 消けしては書かいた
쓰고는 지우고, 지우고는 썼다 -
酒さけを飲のんでは暴あばれた
술을 마시고는 날뛰었다 -
見みてはいけな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외한적 시각에서 봤을때, 때/때는의 구분이 '문법'의 영역인가요? '는'이라는 형태소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semantic적)라고 해두면 문법의 입장에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입니까? 저기에 대해 어떤 체계를 세운다고해서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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