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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저임금은 너무 급격한 인상했고, 그 후폭풍에 대해서 미리 전문가들과 상의 및 선행 연구를 안했으며,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일단 밀어부쳤습니다. 지금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부랴부랴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런 재정 투입 부분도 미리 예상하고 설계한 것이 아니라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아주 급하게 추진한 것이죠. 즉, 절차상, 기술적 문제가 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인상 자체가 만병 (e.g, 경영부진, 소비저하, 기업투자 감소, 일자리 소멸, 고용률 악화 등등)의 근원일 수 없습니다.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면 쉬울까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폭을 확연히 낮춘다고 대한민국 경제가 훨씬 좋아질까요? 경제 전체는 차치하고 일자리만 봐도 최저임금 인상율을 제로로 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겠습니까.
37조 퍼붓고도…고용·투자 `반토막`
여기서 본문 내용과 논외로 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 둘 중에 하나는 혁신성장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철폐 이야기입니다. 지난 대선 때 문빠들이 규제개혁 관련 논의가 나왔을 때 뭐라고 했는 지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웃기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규제프리존 이야기한 안철수를 천하의 신자유주의자로 양념치던 문슬람들 지금은 왜 입 꼭 다물고 있는 지 말이에요). 지금 문재인이 친히 나와서 쑈를 하고, 김상조도 멘트를 치고 있던데, 미안하지만 이 정부는 혁신성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준비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단어만 어디서 베껴왔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힘주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집권 후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위기의식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우려하는 점은 태양광 한다고 하면서 이득 보는 회사 주인들이 결국 586들이거나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던데, 비슷하게 혁신성장 한다면서 뿌릴 돈은 누가 헤처먹게 될런지요. MB는 하던 짓이 토목이라서 4대강으로 한탕 쳤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아요. 헤쳐먹을 portfolio이 아주 다양한 것 같아요.
비행소년님/
문정권 이래 일자리에 투입된 재정은 본예산만 본다면 37조 원이 맞지만 추경 등등을 합치면 54조 원입니다. 세부사항은 아래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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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일자리 본예산 17조700억 원
2018년 일자리 본예산 19조2000억 원
2017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11조 원
2018년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 이상
2018년 청년 일자리 추경 3조80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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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용 재정 총계 54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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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718010703030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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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책이든, 정책 자체에 죄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오죽하면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라 했을까요. 저 역시 비행소년님의 논조에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작금의 문제는 정책입안자들이 단지 upside만 보고 downside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얼치기들이라는 점이지요.
최저임금의 주요대상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영세업종들이고 이들 영세업종은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최전방에 있습니다. 몇몇 특정 물가만을 근거로 산출하는 작금의 물가변동지수는 이런 경우에 매우 둔감하게 나타나지요. 또 혹자들은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을 들고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지요. 현재 그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 임금입니다.
다른 고정비용(Fixed Cost)은 대부분 애초의 Budget에 거의 다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지만, 최저임금이 이 정도로 변동해 버리면 단순히 임금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원자재를 포함한 Supply Chain의 모든 요소들도 같이 상승해 버립니다. 요즘엔 심지어 Fixed로 구분해 두었던 요소들마저도 점점 Variable하게 바뀌고 있고 이런 현상들은 점점 더 가속화 될 걸로 보입니다.
요즘 제가 아는 몇몇 분들의 요청으로 그분들의 업소에 대한 Break-Even Analysis를 해본 결과 그들은 전부 이미 적자가 아니면 한계점에 도달해 있더군요. 무엇보다도 더더욱 암울한 부분은 불확실성입니다. 경기예측, 원가예측, 정책 등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 요즘 공실률을 걱정해서 아예 상가 임대료를 받지 않는(Rent free) 곳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정책이 불확실하게 움직이면 그나마 있었던 Trickle-Down도 점차 없어집니다. 예컨대, 요즘 모바일 쪽은 인도와 베트남이 대세고 우리나라 쪽은 거의 다 접는 모양입니다. 삼바 쪽은 공장 증설로 인해 인력이 대거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인력충원을 계속 늦추고 있고, 현기차 1~2차 협력업체들 중에도 오늘 내일 하는 업체가 계속 늘어난다고 하지요.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최저임금+52시간>을 시행하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 짐을 싸서 베트남, 인디아로 가던가 아니면 폐업해야 그나마 감옥행은 면할 거 아니냐’며 한숨을 쉽니다.
무릇 대수술을 하려거든 먼저 환자의 기초체력을 보강해 놓고 철저하게 체크하고 대비해서 순서대로 한다 해도 성공할지 아니면 중태에 빠질지 확실하지 않은데, 한번에 덜컥 여기저기 쑤셔놓고 난도질해놓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은 뻔한 이치고, 아무리 체력이 강했던 천하장사라도 절대로 살아 남지 못합니다. 물론 Trickle-Down 따위는 없으며 그래서 분수효과(?) 따위를 더욱더 더 가열차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굳게 믿고 계시는 그분들께서는 ‘아몰랑’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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