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죽이기' 

최근 몇 년 간 정치판에 가장 큰 화두중의 하나는 이것이었을 것 같습니다. 안철수 언제 죽냐? 안철수 언제 끝나냐? 죽어라? ㅋㅋㅋ 죽었냐? 어?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ㅋㅋㅋ 죽었냐? 어? ...

안철수의 모든 행동, 언사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꼬투리와 트집과 비아냥과 조롱이 쏟아집니다. 그의 말은 왜곡되고, 나쁜 이미지를 덧칠하여 유포됩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그의 정책은 (옳았기 때문에) 부끄럼없이 카피하고, 안철수가 접촉했던 사람들은 왠지 있어보여서 떼어갑니다. 그래도 계속 나쁜 이미지만 덧칠해서 어떻게든 죽이려고 듭니다.

그 마타도어 이미지대로라면 안철수는 돈안쓰는 짠돌이면서도, 호구 잡히는 졸부입니다. 정치판 X도 모르는 순진한 초딩이면서도, 다선 의원들 배반하며 뒤통수 치는 정치적 술수의 달인입니다.  

왜 굳이 안철수가 타겟이 되는 걸까요.

이런 마타도어 이미지가 없을 때 안철수의 배경, 능력, 이력과 성과, 지력, 선함, 거기에 확고한 정치관까지, 기존 정치인들 누구와 비교해 봤을 때도 월등하기 때문에, 본능적인 질시를 넘어선 현실적 위협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기에 안철수 본인이 기존 정치 문법, "패거리 문화"에 동조하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철수와 연배가 비슷한 민주당 소위 86 그룹들이 안철수 까는 주된 레파토리가 뭡니까?  "ㅆㅂ 너 그렇게 잘낫냐? 돈 많어? 왔으면 밥이나 한번 사지 왜 밥도 안사냐? 술자리 같이 해도 안오고, 뻗내냐? 짜식아, 니가 돈버는 동안에 우리는 화염병 들고 민주 투쟁 했어, 알어? 정치판에서는 우리가 선배야. 어딜 늦게 기어왔으면 ... 굴러온 돌이 감히. 수그리고 지 자리 찾을 것이지."

우리 마을로 이사를 왓으면 발전기금을 내라는 시골 마을 텃세가 이런 게 아닐까요.

근데 갑자기 이런 글 쓴 이유는, 안철수에게 가해지는 비난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다른 정치인에게 가해지던 비난이랑 비슷하단 말입니다.

이를테면 다음은 안철수가 많이 듣는 비난중에 하나입니다.

"안철수는 리더쉽이 없어서 측근들에게 배신이나 많이 당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떤 책의 일부를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배신! 이 단어만큼 XXX의 가슴을 파고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 아닌게 아니라 XXX가 배신을 당한 경력은 화려(?)하다. 그 경력은 19xx 년 선거로 거슬로 올라간다....   아무리 XXX쪽에 인재가 없다 해도 그런 어리석은 수법을 썼겠는가? .. 그건 중앙정보부의 공작이었는데, 그 공작엔 XXX의 선거 참모가 개입되 있었다. 그 참모의 배신이 XXX에게 준 충격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를 배신 하는 사람은 계속 나타났다.

그런데 바로 그런 배신자들의 속출이 그의 발목을 잡는 이유증의 하나이기도 했다. 즉 'XXX은 인덕이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주변사람들 까지 배신을 했겠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의외로 널리 퍼져 있다. 이는 XXX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XXX를 싫어하는 이유로 빠뜨리지 않고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XXX의 긍정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를 들라면 오히려 그가 배신을 많이 당했다는 것을 듣고 싶다. 왜 그러한가? 우리 한국 사회에는 무서운 고질병이 하나 버티고 있는데, 그건 의리에 대한 맹목적 찬양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교하면서, 전두환에게는 믿을만한 심복들이 많지만 .. 전두환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그런데 그게 무슨 짓인가? 공과 사를 잘 구별하지 않는 병폐는 나라를 망치는 첩경이 된다.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정과 의리를 칭찬하는 그 못된 습성이 사라지지 않는한 진정한 민주화는 요원하다. 적어도 일국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공과 사가 분명해야 하고 원칙이 있어야 한다. 어제의 동지라도 오늘의 원칙에 있어서 차이가 생기면 갈라서는 것이 옳다.

그런데 사람들은 XXX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렇게 원칙 때문에 갈라서는 걸 가리켜 인덕이 없다고 수근된다. 원칙이야 어떻든 개인적인 인정과 의리를 앞세우는 것이 옳단 말인가? 의리를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는 깡패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OOO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그 인정과 의리에 이끌리는 인사 정책 아니던가? 그러면서도 OOO는 의리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결속에 대해선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배신을 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관한한 OOO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XXX에게 낙제 점수를 주니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여기서 인용한 책은, 아실 분들은 이미 다 아셨겠지만, 강준만이 쓴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입니다. 위의 문단에서 XXX는 김대중이고 OOO는 김영삼입니다. (혹시 못 읽어 보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절판 상태이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팔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google play 등으로 부담없는 가격에 살수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나신 분들은, 그냥 정신이 들면서 김대중이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죽었으니까) 인정받는 훌륭한 전직 대통령, 모욕하는 것은 일베 따위, 이렇게만 알고 계실지모릅니다만. 당시에는 공식 언론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엄청난 마타도어와 비난 공세가 쏟아졌었습니다. )

안철수에게 가해지는 다른 비난들도 마찬가지로, 저한테 익숙하게 들립니다.

안철수는 '대통령병 환자'.  이거야 말로 김대중에게 들러붙던 형용사 No.1 이었습니다. 같은책을 인용합니다.

이 모든 코미디는 김대중을 '대통령병 환자'라고 비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그런 비난 자체가 사실은 모순이다. 그런 비난은 대통령이란게 권력을 움켜쥐고 즐기는 자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 평범한 심도 애국할수 있지만 대통령도 애국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애국과 한 평범한 시민의 애국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애국하기 위해 대통령을 꼭 해보겠다는 게 뭐 그리 나쁜가?

안철수 때문에 야권이 분열된다.  전두환의 김대중 복권은 김대중이 야권을 분열시키기 위한 획책이었다. 결과적으로 87년 김대중 때문에 노태우가 대통령 되었다는 논리를 들어본적 없습니까?

안철수는 합당 안하고 (연대한다더니) 합당쪽으로 말을 뒤집는다. 김대중의 86년 불출마선언 (후 이어진 87년 대선 출마) 그리고 92년 은퇴 선언후 이어진 95년 정계 복귀의 드라마틱한 역사에서, 그에게 딱지 붙었던 '거짓말장이' 마타도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김대중에게는 자신에게 가장 큰 목표와 원칙이 있었고, 그것에 있어서 만큼은 거짓이 없었습니다. 그를 이루기 위한 다른 수단에게 있어서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뭐 재앙통령처럼 입싹닥고 모른척 하는 대신, 자신의 행동에 설명과 설득을 덧붙였습니다. (그건 구차한 변명으로 딱지붙여졌지요.) 안철수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안철수는 세상물정 모르는 초딩이다. 아닌게 아니라 구상유취 (입에서 젖비린내 난다)라는 단어를 안철수는 최근 당내 중진(들)에게 들었습니다. 근데 우연치 않게도 김대중 (+김영삼)이 처음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왓을 때, 당시 당내 중진이었던 유진상에게 들었던 단어가 바로 구상유취 였습니다.


안철수가 김대중의 재림이라고 무슨 종교적인 해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은 다른 사람입니다.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차이가 있고, 둘의 배경, 정치적 자산을 물론이와 정치적 관점과 방법론마저도 동일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유능하고 올곧고, 자신의 비전이 있는 정치인을 제거 하기 위해, '주류' 세력들이 언론과 소문을 통해 마타도어를 퍼뜨려 더러운 이미지를 딱지 붙이는 정치적 수법은, 김대중의 시절이건 안철수의 시절이건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그 구체적인 워딩의 닮음 마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안철수는 여러차례 자신의 롤모델이자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중 전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안철수 역시 김대중이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쏟아진 부당한 굴레와 비난을, 현실적인 수단들을 통해 이겨낼수 있는지, 그로서 자신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에 커다란 공헌이라는 긍정적인 족적을 남길 수 있는지,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