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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가 최근 이슌가 보군요. 교과서를 본 적도 없고 볼 여력도 없고(+본다고 딱히 지적질할 능력도 없지만..) 이게 기존의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와 비슷한 내용이라면, 교과서 속에서 일제시대의 긍정적인 측면이 (기존의 교과서들과는 달리)더 많이 부각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친일을 미화하거나 친일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도입과정을 설명하고 그로부터 대한민국이 (공산주의가 아닌)자본주의의 바탕위에서 (공산주의가 아닌)서구 민주주의 이념을 수용하여 공화국 체제로 성공적으로 출범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화 과정 전체 나아가 그에 바탕한 국민국가 수립과정 전체를 긍정하는 서술로 일관하는 거고, 그래서 일제시대의 고통, 혹은 일본의 독톡한 천황제 파시즘이 빚어낸 제국주의 정책의 모순과 폐해보다는 오히려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룩할 역량이 부족했던 낙후된 조선이 자본주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식민통치가 필요악이었다는 전제를 깔고서 일제시대에 대해서 그다지 적극적인 가치판단을 안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거죠. 그러니 뭔가 일제 시대를 미화하거나 친일을 조장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고..
근데 (일제시대를 바라보는 그런 태도에 관해서)이 양반들을 무작정 비난하기가 힘든 것이, 19세기 즈음에는 일본 뿐 아니라 서구 열강 모두가 세계분할을 위한 제국주의의 총력전에 뛰어들어 있었고(=근까 일본 아니래도 러시아 등등.. 에게 먹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 무렵의 조선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망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는데 그 책임의 상당부분이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제질서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보다 명나라가 망한 후 부터 바깥세상과는 일체의 교류를 끊고 소중화를 외치고 성리학적 세계관에 매몰되어 한결같이 망국의 길만 걷다가 급기야 세도정치속에 나라를 절단 낸 조선의 위정자들에게 있기 때문에, 아니 조선이라는 나라의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세계정세 속에서 조선을 바라보면 정말 먹힐만 해서 먹혔다는 한숨과 탄식이 나오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는 거죠.
다만 이 양반들이 그렇게 "탈"민족주의적인 시각으로 일제시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 건국의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들에는, 가령 대통령병 환자 이승만의 그 기회주의적이고 얍삽한 행보들을 일관되게 미화한다거나 그당시 서구 열강들이 취한 제국주의 노선이 자본주의가 무르익으면서 나타났던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에 신생 대한민국을 비롯해서 제국주의의 식민통치를 경험한 숱한 나라들, 또 제3세계 국가들에는 (반제국주의 노선을 분명히 천명했던)공산주의 이념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고, 그러니 공산주의가 대두한 배경에는 그런 열강들의 패권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셈인데 이런 당대의 분위기는 의도적으로 삭제한 채, 1990년 이후 공산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비로소 드러난 그 안습한 공산주의 사회의 현실들에 입각해 결과론적으로 공산주의는 악이요, 그것에 반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무조건적인 선으로, 심지어 그것을 교과서 서술의 일관된 방향으로 밀고가는 아주 (반공이념에 도취된)국가주의적인 시각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지요. 그러면서 입만 열면 객관적인 서술이니, 팩트에 입각한 서술이니 떠들다가 돌아서서는 또 온통 좌빨들 탓만 하고 있으니..

2014.01.19 11:12:01
이름없는 전사/
제가 아래의 글에서 짚어내지 못한 중요한 부분을 짚어 주셨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교학사 등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는 친일이라기보다는 강한 국가주의, 자본주의 노선을 뒷받침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통치주체가 누구였건 간에, 일제시대엔 강한 국가와 자본주의가 싹텄고, 결국 박정희 같은 '강한 국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개발독재모델의 원형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우니까요.
제가 아래의 글에서 짚어내지 못한 중요한 부분을 짚어 주셨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교학사 등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는 친일이라기보다는 강한 국가주의, 자본주의 노선을 뒷받침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통치주체가 누구였건 간에, 일제시대엔 강한 국가와 자본주의가 싹텄고, 결국 박정희 같은 '강한 국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개발독재모델의 원형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우니까요.
2014.01.19 11:19:41
디즈레일리님/제가 아래글에서도 썼습니다만 이 부분이 하나의 프레임(큰 얼개)으로 작동되는지를 살펴봐야 교학사 교과서의 의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만으로는 의도를 판단할 수도 없고 판단해서도 안되지요.
큰 얼개인 단군 역사를 무조건 신화로 몰아부치기, 조선 건국을 무조건 폄훼하기, 조선말 지배층을 무조건 나쁜 놈들로 만들기, 일제 시대 경제적 성장이 있었다라는 주장에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이며 박정희는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룬, 그래서 실제 근대화의 씨앗은 일제시대 때, 박정희는 비록 정신적인 근대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정신적인 근대화를 이루는 물질토대를 이룩해주신 위대한 분..... 그래서 영원히 뭐뭐는 뭐다...라는 고리
그리고 이름없는전사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좌파이론인 식근론을 우파가 채택하면서 좌파를 비난하는 것이, 그 것도 그때그때 역사 해석의 포지션을 바꾸면서 해석하는 뉴라이트의 역사해석은 한마디로 역사개그고 두마디로 '역사개그환타지'이죠.
2014.01.19 11:53:10
제 생각은 근대사 부분, 특히 광복 이후는 아예 정규 교육 과정에서 삭제해버리던가, 객관적인 사실들의 나열, 즉 '연표' 수준 정도로 언급하고 평가는 자제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광복 이후의 역사는 역사적으로 어떻다 확실하게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았나 싶고, 당시를 경험한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순전히 역사학자의 지적 양심에만 의존하기에는 관련된 사람이 너무 많이 살아있습니다.
즉 외형은 역사교과서 문제이지만, 실질은 현재의 정치와 무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 논란은 단지 핑계요 허수아비치기에 불과하고 실제 목표는 광복 이후의 역사가 아닌가 싶은데요.
정 합의된 역사관을 도출할 수 없다면 그냥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살아있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의 교과서란 결국 특정 정치세력(북한을 포함하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교과서에 한겨레 사설을 싣느냐, 조선일보 사설을 싣느냐 그 차이일 뿐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모두 죽고 나서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는데, 모두가 불만이라면-좌파는 남조선의 건국과 발전에 대해 부정적이고, 우파는 북조선이 아니라 남조선에 정통성이 있고 그 과정의 희생은 불가피했다고 본다면-그냥 묻어버립시다.
2014.01.20 09:44:54
글 전반부의 구한말-광복 전까지의 서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후반부의 현대사 평가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인정합니다만, 조금 다른 의견을 내자면, 교학사 편집진(권희영 교수)에게도 그들의 시각에서 현대사를 바라본 것도 동의는 못하더라도 존중은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최근 현대사(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는 가급적 역사교과서에 기술하지 않는 편이 좋고, 기술한다고 하더라도 사건 중심의 건조한 fact만 간단하게 기술함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고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학사의 전두환~이명박 시기의 서술은 제외하고 광복 후 이승만~박정희 시절의 기술에 대해서 말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죠.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미화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단지 대한민국의 오늘이 성공한 역사라는 생각에 건국의 방향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잡은 이승만이 옳았다는 것,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식민지로부터 해방한 나라 중 거의 유일한 것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누락한 것도 아니어서 하나의 시각에서 현대사를 바라보고 쓴 것이라 교과서로 나와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2014.01.21 13:55:25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는 교학사 교과서 가 친일이다 독재 미화다는 둘째 치고, "외압에 의한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서, 교육부와 청와대가 나서는게 진짜 웃기더군요. 아래 디즈레일리님이 지적해 주셨지만, 교육의 주체가 누구고 외압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웃기는 노릇입니다. 교육의 당상자들은 당연히 일선 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학부형들)일 테고, 학교 재단이니 교장이니 하는 사람들은 '관리' 하는 사람일 뿐일터입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형들이 원하지 않는 교재를 억지로 교장과 재단이 선정하려다가, 교육 주체들의 "반발 여론"을 받고 물러서면서 그걸 "외압"이라고 나서는 꼬락서니는 진짜 못봐주겠더군요,
거기에 한술 더떠서 국정 교과서 운운 까지.
대통령 한번 다시 먹었다고 시간이 30년 거꾸로 갈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XX들.
2014.01.21 15:14:48
교육 당사자들이 선생, 학생, 학부모라는 것에 동의하고, 교과서 선택은 이들 당사자들의 몫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문제에 있어 이들 3 주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었나요? 제가 보기에는 전교조 선생들과 진보 사회단체들이 반대했고, 극히 일부 학생들과 일부 학부모들이 난리를 쳤을을 뿐, 전체 선생,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그들의 의견은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만 반영(강요)된 것이라 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각 학교마다 기존 사용하던 교과서(7종)과 교학사 교과서를 선생, 학생,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그 선택을 묻는 설문이나 공청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게타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교과서를 선택하게 한다면 외압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 보는데 동의하시는가요?
그런데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문제에 있어 이들 3 주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었나요? 제가 보기에는 전교조 선생들과 진보 사회단체들이 반대했고, 극히 일부 학생들과 일부 학부모들이 난리를 쳤을을 뿐, 전체 선생,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그들의 의견은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만 반영(강요)된 것이라 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각 학교마다 기존 사용하던 교과서(7종)과 교학사 교과서를 선생, 학생,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그 선택을 묻는 설문이나 공청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게타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교과서를 선택하게 한다면 외압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 보는데 동의하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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