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기독교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고딩 이후로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기독교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집안이었으니까, 제사라는 건 한 번도 지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 때 기독교인이었을 때, 저는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제사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제사를 지낸다고 조상의 영혼이 와서 제사 음식을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영혼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과수원이나 시장이나 논밭에 가서 포식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번거롭게 자손의 제사까지 찾아 올 필요가 없을 테니까'

제가 보기에 한국인들이 모시는 제사는 복을 비는 행위이거나 효도를 더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생겼거나 그냥 관습에 따라서 행하는 것뿐이라거나 대충 이런 정도로 보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조상을 선조를 추모하는 가족모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요.


2. 자신의 조상은 아니지만,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복을 빌기 위해서 지내는 제사입니다. 심청이는 바닷길을 위험하게 만드는 용왕을 달래기 위해서 제물로 바쳐졌지요. 옛날 이야기에서 종종 보는 제사입니다.


3. 저는 기독교를 더 이상 안 믿게 되었지만,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아마 기독교의 잔재가 남은 탓일 것 같네요. 영혼이란 무엇일까요? 구약성경에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가 신약성경에 보면 영혼과 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 짐작으로는 구약성경시대 뒤에 신약성경시대가 오는 동안에 외부에서 천국에 대한 개념이 유태인에게 전파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처음 전파되었을 때는 '개소리'라고 치부되었겠지만, 수십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에 유태인들도 천국과 영혼을 믿게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이것을 재미있게 풍자한 영화가 있는데요, 제목이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입니다. 줄거리를 잘 소개한 블로그가 있으니, 그걸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3021307&logNo=50134317670


4. 기독교는 그렇다 치고, 진짜 영혼이 존재하는 걸까요? 영혼은 도대체 뭘로 이뤄진 것일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영혼이 존재한다면, 영혼은 물질일 것이다. 왜냐 하면, 인간의 몸이 이리저리 이동하는데, 영혼이 그 인간의 몸을 따라 이동하려면, 물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혼이 물질이 아니라면, 물질과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같이 이동할 수가 없다..... 또 이런 생각도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고로 팔이 절단되었다면, 그 사람의 영혼은 팔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영혼이 물질이라는 추론에 따르면, 이 사람의 영혼에는 팔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을 것입니다.


5. 열자학파의 한 사람인 제게 죽음은 그닥 큰 이슈가 못 됩니다. 열자학파는 죽음을 편안한 휴식 정도로 여기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영원히 못 만나게 되니 슬프지만, 죽은 사람 당사자에게는 편안한 휴식이 된다고 여기죠. 물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죽음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며, 비극적으로 죽은 사람이라든가 마음으로 많이 아끼던 사람이 죽든가 하면 상실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열자학파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죽음을 크게 애통해 하는 것에 동감합니다.


6. 한국 판타지소설 중에는 영혼이 차원이동하여 판타지세계에서 다시 살아가는 줄거리를 가진 소설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게 영혼이 있다면, 영혼까지 소멸되었으면 합니다. 즐거움도 없지만, 고통도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리강 선생의 [성역의 쿵푸]에서 혼멸필쇄(영혼까지 소멸하는 죽음)를 보고 감탄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