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그저 각자의 팔자 소관일 뿐이다..... 그게 결론인가요? 그렇다면 애당초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고 따질 필요가 없었지 않습니까.
예컨대, 부모 없는 여자애들을 수백 명 데리고 있는 수용시설에서 임의로 여자애들을 분류하고 이쪽 애들은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이쪽 애들은 교육도 시키지 않고 그저 먹이고 입혀 주기만 하여 몸만 어른으로 자라고 머릿속은 텅 빈 고깃덩어리로 자라게 만들어 남자들의 성욕을 배설하는 도구로 만들겠다.... 그렇게 결정한다면 그게 옳은 일일까요?
개고기 먹는 사람들이 어디 개가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먹는 겁니까? 개고기 자체에 다른 고기와는 달리 건강에 특히 이로운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건 상식에 속합니다. 개 먹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개고기를 즐기기 위해서 먹는 겁니다. 됨됨이가 개 먹는 됨됨이밖에 되지 않아서 먹는다, 그게 핵심입니다.
무차별 증오 표출보다 개고기 추방을 취한 실천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 그 둘을 병행할 수는 없단 말인가요? 개 먹는 인간들을 향한 증오감을 간직하면서도 개를 먹는 일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 따지는 일은 불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것이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그다지 제 마음에 드는 논법은 아닙니다. 물론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도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과 배치되더라도 그 어긋남을 극복하고 반드시 관철시켜야 옳은 명제 또한 있는 겁니다. 현실과 당위성 그 두 범주를 구분하는 것이 바로 지성의 몫이겠지요.
개고기 반대는 당위성의 영역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를 해치는 일이 옳으냐 그르냐, 이는 윤리적 문제입니다. 그리고 식욕을 중시하느냐 양심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인간 존재의 품위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개고기에 윤리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실 량이면 자신에게 사랑을 바치는 존재를 해치는 일이 어찌하여 윤리적으로 정당할 수 있는지부터 논증하셔야겠지요.
잘못된 애견 문화.... 과연 잘못돼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고약한 현상 A가 고약한 현상 B를 상쇄해 주지는 않습니다. 둘 모두 '고약하다'는 범주로 묶어 두고 개선 내지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됩니다. 두 문제 중 어느 쪽을 먼저 해결하여야 하느냐를 놓고는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이 잘못돼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상황에 비한다면야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겠지요.
원래 윤리라는 게 계속 따지고 따져들어가다보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답이 나오기 어렵죠...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이 인육은 왜 먹어선 안 되는지 되물어도 우린 개고기 반대론자들과 똑같이 곤란한 입장에 처할 겁니다...
개고기가 다른 가축에 비해 보편적으로 불편한 음식이라는 건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기서 보편적이란 말은 절대로가 아니라 주로란 뜻이구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고... 우리 안에서도 거부감이 갈수록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개는 불쌍하고 소, 돼지는 안 불쌍하냐는 논리에 대해... 저는 개의 고통에 예민한 사람들이 소, 돼지의 고통에도 반응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래주길 기대합니다...
공감하기 좀 더 쉬운 동물부터 차례로... 나아가선 가금류나 해산물에 대해서까지도...
그러니까 저에게 개고기 반대는 과정이고... 언젠가는 모두들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배양육이 대중화되서 도축이 불필요해졌으면 하구요... 물론 가능하다고 해도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통계 데이터니 여론조사니 하는 것들은 그 조사 주체가 누구냐, 어떤 방식으로 설문을 하였느냐.... 등에 따라 상당한 폭까지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로 신뢰가 안 가더군요. 한그루 님이 제시하였던 저 조사를 만일 개고기업자들 쪽에서 실시하였다면 결과가 또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기본 줄기 자체는 사실과 일치하는 듯싶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개고기 반대 담론을 펼치면 참 별종도 다 있다는 듯한 눈으로들 쳐다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참 피곤하게 산다는 듯한 눈으로 바뀐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개고기 반대 운동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은 조금 사그러들었지만 그런 걸 그 자신의 삶에 수용하는 일은 아직 내키지 않아 하는 그런 단계에들 있는 거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변화는 개고기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에토스가 바뀌고 있다는 징표라고 생각됩니다. 한 문화현상을 그대로 보전하느냐 도태시키느냐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동인이 그 현상에 대한 대중의 에토스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고기를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 의문도 품지 않는 상태에서 '이놈에게 뭔가 문제가 있기는 있다. 그렇다고 폐기까지 해야 하나?' 하고 검토해 보는 상태로 넘어가는 중인 듯합니다. 한숨이 나오는군요. 뭐, 제가 개고기 반대운동에만 매달려 살아왔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수십 년 동안 개고기 옹호자들과 싸우는 일에 내 시간을 바쳐 왔는데 그 성과가 고작 이 정도라니....
하지만 이 미미한 변화가 사실은 아주 큰 성과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태껏 당연하게 여겨지던 한 기존 문화를 없애려 드는데 이 정도의 저항이 없겠습니까. 어떤 문화든 그건 존재할 만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그 문화현상과 다른 문화현상들이 서로 탄탄하게 맞물려 해당 사회가 계속 존속해 나가도록 평형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기에 그 문화가 존재하는 겁니다. 거대한 돌덩이를 옆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일단 눈꼽만치라도 그놈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변화는 가속도를 얻기 시작할 것입니다. 원시시대 사람들이 돌도끼의 돌을 그저 깨뜨리기만 하다가 날카롭게 가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었다죠? 그 아주 작은 변화가 나머지 변화들을 이끌어내었죠. 바퀴가 발명되고, 매듭이 발명되고, 식물 채집에서 경작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고, 가축을 기르게 되고, 법을 제정하고, 노예를 소유하게 되고, 그 노예들의 권리에 눈을 돌리게 되고, 석탄과 석유를 이용하게 되고, 컴퓨터를 발명하고.... 만약 지난 수만 년 동안 인류를 관찰해 온 외계의 존재가 있다면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 지쳐 하품을 하다가 잠깐 방심한 사이에 온 지구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래졌을 것입니다.
변화란 그런 것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런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변화인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개고기를 둘러싼 한국인들의 정서가 바뀌지 않은 것 같죠? 아주 조금은 바뀌었는지 몰라도 그 정도 변화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거대한 돌덩이가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곧 돌덩이는 가속도를 얻게 될 것이고 맹렬한 속도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네, 물론 개고기에 아무런 윤리적 하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는 합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 길이 끝나는 날을 내 생전에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안타깝군요.
근데, 그게 거부감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 되는 게 확실한가요...?
찬반비율이 연령대별로 고르다는 것은 변화의 추이를 추정하는 근거로는 조금 애매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가정일 수 있겠지만 10년, 혹은 20년 전후 동일설문의 데이타를 놓고 비교하는 게 정확하겠죠...
위 갤럽 통계에서조차도 젊은 층으로 내려갈 수록 지난 1년간 개고기 섭취 경험자 수는 확연히 줄고 있죠...
대신 젊은 사람일수록 문화상대주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걸로 상쇄되고 있는 게 위 설문의 결과인 게 아닌가 싶네요...
논거라고 하기도 뭐한 게 저는 제 주장이 뚜렷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열렬하게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저는 먹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약 투표로 결정한다면 반대쪽에 던지겠다는 거죠...
개고기 섭취를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죄의식을 자극하는 방법이 현시점에서 그닥 유효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개고기를 콕 집는 이유는 그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뭐... 호응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저한테는 과정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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