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더 고약하냐, 저게 더 고약하냐.... 전 그런 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약한 일은 모두 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이게 더 고약하니 조금 덜 고약한 저 일은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그런 사고법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에 개장수에게 팔린 개들을 찾아 헤매다가 한번은 동네 개장수 집에까지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여기저기서 개들을 수집해 놓고는 도축업자에게 넘길 때까지 수용해 두는 곳인 듯하더군요. 마침 집주인이 보이지 않기에 거기 갇혀 있던 수십 마리의 개들 중에 내 개들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개는 모두 이뻐라 하는 나이지만 거기 개들만은 이뻐할 수 없더군요. 그 개들은 조금도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어떤 운명을 당하게 될지 알고 있었는지 거기 개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 개들이 발산하는 공포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드라이아이스처럼 짙게 깔려 있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놈들의 운명은 나 몰라라 하고 오로지 내 자식들만 살리려 드는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지....

제 나이가 올해 육십입니다. 이 나라에서 개고기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하는 날은 아마도 내 생전에는 오지 않을 겁니다. 평생을 개고기와 싸워 왔었지만 나이가 나이라서 그런지 이제 더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 개고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접근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군요.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습니다. 이제 더는 내 앞에서 개고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참을성을 가지고 설득하려 애쓰지 않고 난 널 경멸하노라 하고 면전에서 선언하며 살아갈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