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노래란다.

노래들마다 그 노래의 가장 인상적인 소절이 있는 법인데, ‘대성당들의 시대’의 인상적인 소절은 저 아래 저음에서부터 까마득한 고음까지 무려 열 개나 되는 음계를 연속으로 한 음 한 음씩 올라가는 대목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문득 음악적 재치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건 방금 내가 생각해 낸 표현인데, 더 적절한 다른 표현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바꾸겠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치솟는 멜로디가 마치 하늘을 찌르듯 높이 솟은 고딕 건축 양식을 연상케 하지 않는가.



음악적 재치의 또다른 예로 역시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노래를 들 수 있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음산한 선율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하일라이트는 말 그대로 유령이 튀어나와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한두 가지 예를 더 들고 싶지만 떠오르는 노래가 없으니 이 정도로 그치고ㅡ

그러면 음악적 재치에 상응하는 문학적 재치라는 건 없을까?

있다.

유감스럽게도 내 힘으로 발견한 것은 아니고, 고대에서 근대까지 걸친 문학 작품들의 문체를 정밀하게 분석한 ‘미메시스’라는 책에서 읽었던 어느 대목이 문학적 재치의 예에 해당되지 싶다.

프랑스 왕실에서 상당한 고위직까지 올라갔던 어떤 이의 회상록 중에 왕인지 왕비인지, 아니면 황태후인지, 아무튼 존엄한 분이 어떤 방에 나타나는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미메시스’의 저자의 말로는 그 문장 구조가 대단히 장황하고 복잡하다고 한다.

관계 접속사들로 연결되는 부속 절들을 주렁주렁 앞세우고, 문장의 핵심인 주어와 동사는 맨 나중에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문장 구조는(비록 그 회고록 작가가 의식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겠지만) 시종들과 시녀들과 경비 병사들을 동반하고 나타나는 왕의 행차와 흡사하다고.



그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아하!’ 하고 뭔가 깨달은 듯한 기분이었었더랬다.

문체라는 건 쓰고자 하는 소재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도 있어야 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