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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 해명에 따르면 문제가 된 농심
라면에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조리육류와 비교해 볼 때 훨씬 낮은 수준이며 건강에 문제가 없다.
□ 식약청은 해당 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0.000005㎍을 섭취하는 수준으로, 조리육류의 벤조피렌노출량 보다 16,000배 낮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 조리육류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 : 국민
하루 평균 0.08㎍
설명자료('농심스프에 1급 발암물질 검출' 보도관련)
http://www.kfda.go.kr/index.kfda?mid=57&pageNo=1&seq=18882&cmd=v
하지만 식약청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진회수
조치를 내렸다.
식약청은 당시 이 사실을 발표하지도 않았으나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되자 “평생 끼니마다 ‘벤조피렌
스프 우동’을 먹어도 위해가 없을 만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자 25일 오후 5시쯤 “위해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제품을 자진회수토록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몇 시간 뒤에는 “‘불량 원료’를
쓴 4개 업체의 9개 제품을 즉시 회수하고 업체들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정정했다. ‘위해하지 않다’는 내용을
빼고 업체들을 행정처분키로 한 것이다.
[사설]‘갈팡질팡’ 식약청에 식품 안전 맡겨도 되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62103545&code=990101
그리고 그 이유가 정말 골 때린다. “위해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제품을 자진회수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말로 위해하지 않다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위해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한 나라의 식양청이라는 곳에서 한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진회수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식품을 만드는 기업에서는 과학적으로 아무리
위해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져도(또는 위해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아도) 단지 국민이 불안하기만 하면 제품을 리콜해야만 한단 말인가? 짜파게티
수호신이 짜짜로니에 저주를 내렸다는 소문이 많이 퍼지면 그 때에도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짜짜로니 자진회수 조치를 내릴 셈인가?
이 결정은 미친 짓이다. 이제 사람들은 농심 라면보다 16,000배나 위험하다는 조리육류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농심 라면을 먹을 때보다 조리육류를 먹을 때 16,000배는 더 불안하지 않을까?
이제 식약청에서 “위해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조리육류를 파는 모든 식당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차례인가?
이번 자진회수 조치 결정을 내린 식약청
관계자는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것 같다. 정말로 식약청의 해명대로 해당 라면 스프가 안전하다면 자진회수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회수 조치 결정을 내린 식약청 관계자는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
정말로 해당 라면 스프에 자진회수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리육류를 파는 모든 식당을 문 닫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는다.
아래 글에서도 식약청의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농심 라면의 1급 발암물질 검출은 정말 '경악'할
사건일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5&no=263
이덕하
2012-10-26

좀 더 찾아보니... 숯불에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 100g짜리면 대략 500 ug의 벤조프렌을 섭취하게 되는듯 하네요. 그것도 스테이크는 겉만 구운건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얇게 썰어서 숯불구이하면 아마 10배 이상은 더 섭취하는거니... 거의 밀리그램 단위섭취가 될듯 합니다.
전문가의 지식과 일반인들의 인식의 간극을 메꾸는 것이 중요한 문제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업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정치인의 눈치를 보고 살 수 밖에 없는 관료의 입장에선 일단 일반인들의 공포심이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의견에 일단 공감을 표명한 다음에... 그런 다음에 나중에 천천히 전문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합니다.
저의 예전글 링크는 유아용품속 화학물질: 전문가와 일반인의 시각차
정용민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의 내용은
제가 여러 포스팅에서도 예를 들었었지만...이번 베이비 파우더 이슈의 가장 큰 핵심은 석면의 함유 여부나 그 분량의 크기가 사실 아닙니다. 이 이슈를 바라보는 기업 커뮤니케이터의 주된 관심은 '우리 베이비 파우더를 믿고 구입하고, 선물하고, 자신의 사랑하는 아기들에게 매일 발라준 엄마들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놀라고, 상처받고, 두렵고, 억울하고, 화가나는 현재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는 가 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인 거지요...
탈크에 관한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현재 아무리 이야기해도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전략적으로 기업들은 초기에 공감하고 사과하고 같은 편에 서있다는 감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성난 엄마들의 마음을 누그러 뜨린 다음에야 서서히 과학적인 설명에 들어갈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과학적인 팩트들이 무시되거나 소용 없다는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매우 중요한 전투 수단이거든요. 단, 후반전에 사용해야 효력이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한국민들은 워낙 스페셜해서 더욱 이런 시간차 관리가 필요하지요.
p.s. 재미있는 것 또 하나는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랍니다. 본사에서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과 현지에서 체감하고 있는 감정의 골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로컬 실무자들은 항상 난감해 하죠. 문화간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상 차이를 먼저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본사들이 도통... :)
얼마 전 미국에서 신약개발과 관련된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었죠. 실험동물로 유기견을 쓴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겁니다. 정부의 한 생물학 전공자가 이걸 장관에게 보고할 때 별 생각없이 이 약으로 희생될 개들의 숫자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동물과 사람이 구제될 수 있을지를 비교하며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보고하려 했어요. 그런데 장관은 상황파악을 하자마자 더 길게 들을 생각도 없이 관련된 일체의 실험을 중지하라고 명령한 후 직접 동물보호단체에 정중하게 사과를 하더라는 겁니다. (칼도님 축하드려요. ^^) 그런데 이 글의 저자는 이에 대해 '역시 높으신 분의 판단은 우리 범인들이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높은 곳에 있다'는 식으로 감탄을 하고 있더군요.
결론은... 과학자적 마인드로 단순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들이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니기에 '희생'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문제가 다 사실과 당위가 혼재되어 있는 법이죠...
국민들이 '짜파게티 귀신' 때문에 불안에 떨고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이라면 당연히 금지시켜야겠죠. 원래 정치가가 하는 게 이런 일 아닙니까?
뭐 이번에 식약청이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갈팡질팡하는 건 어떤 기준으로도 신뢰를 줄 수 없는 법이죠.
검증되지 않고 단순히 어떤 위험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도해서 요란을 피우는 언론과 정치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권위를 가지고 확정적으로 정리해줄 기관이 식약청인데 이번에도 그렇고 그전에도 영 미덥지 못하니
지나인들은 知가 강한 민족이죠. 그들의 방대한 기록 문화와 정치한 제자 백가의 이론이 그 사실을 웅변해줍니다.
일본인들은 意가 강한 민족이죠. 그들의 소위 야마도 다마시(大和魂)에 껌자국 하나 없는 대도시의 길같은 것은 그 자연스런 귀결이고요.
반면, 조선사람들은 情이 강한 민족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들은 매사에 감정적이다."라고 평하는데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정서로 반응하는데, "각 음식들의 벤조피렌 양은 얼마"라는 지적 접근이나, "이 정도 함량 가지고 호들갑 떠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도덕적 접근은 와닿지 않습니다. 무조건 일단 납작 엎드려야죠. 그래야 진정이 되고, 진정이 되고 나서야 "그래, 어디 한 번 네 말 좀 들어보자."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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