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19대 총선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누리의 과반 달성으로 끝이 났군요. 아침부터 새누리의 승인과 통민당의 패인 분석으로 시끌벅적하네요. 이번 선거에서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김용민의 막말과 민통당 지도부(한명숙)의 리더쉽이라는 것에는 모두들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전의 기회였던 민간인 사찰 건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폭로했던 것도 패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 이외에도 공천 잡음, 이정희의 여론조작, 경기동부의 종북 이미지를 야권연대로 뒤집어 쓴 것, 새누리와 박근혜의 쇄신 노력, 여야 공약이 큰 차별성이 없었던 점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저는 단순히 이런 승패 요소들만 찾는 것에서 그친다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론 된 교훈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승패의 요인을 분석하면 이런 요소들이 나오겠지만,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대중들에게 작용했고 그것이 표로 나타났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바로 디테일입니다.
누가 더 구체적으로 접근했느냐, 어느 요소가 더 구체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느냐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 김용민의 막말이 왜 이렇게 파급효과가 컸을까
김용민의 막말은 참 역설적이게도 진보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SNS에 의해 효과를 극대화 해 주었습니다. 김용민의 막말은 유튜브로 유포되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급격하게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만약 유튜브나 다른 SNS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김용민의 막말도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욕설 내용이 적나라하게 동영상으로 생생히 전달되어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이 실감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반응도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김구라도 지금에 와서 퇴출 압력을 받게 되는 것도 막연히 막말을 했다더라는 소문으로 전해들은 상태와 유튜브로 적나라하게 그 내용을 직접 들은 뒤의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막말했다고 알고 있을 때는 나도 사석에서 했음직한 막말 정도였을 것이라 생각해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할 수 하지만, 막상 그 적나라한 내용이 자기 기준 이상의, 자기가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알게 된 때는 사정이 달라지죠. 저것을 용인하면 자기의 도덕성을 훼손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자기 가치관의 방어에 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 방어 작업은 김용민이나 김구라의 비난을 넘어 그것에 동조하거나 방조한 집단(민통당, 나꼼수)에까지 확대되어 가는 것입니다. 막말의 성격상 그것이 구체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유튜브라는 효과적인 전달매체를 타고 전달됨에 따라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이 된 것입니다.
이번 새누리의 강원도 석권과 충청권의 약진, 경기의 선전, 영남권의 석권에 버금가는 성적은 이들 지역의 보수성이 김용민의 막말에 더 크게 반응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새누리의 포항지역 후보였던 김형태의 제수 성추행 건이 영향이 적었던 것은 공중파에서 다루어주지 않는 것과 선거일에 촉박해 터진 것도 있지만 녹취록이라는 형태의 글자이고 그 내용이 사건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형태가 사과하는 형태였어 공격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유권자에게 주는 임팩트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김형태 제수 성추행도 도덕성 측면에서는 김용민의 막말에 비해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영향을 준 것도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물론 김용민이 나꼼수의 멤버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데에 책임을 더 물은 측면도 있고, 워낙 김용민의 막말이 임팩트가 강해 김형태의 성추행이 묻힌 측면도 있습니다.
2. 민간인 사찰 건은 왜 어필하지 못했나
사실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건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새누리의 악재로 크게 작용하지 못했을까요?
앞서의 김용민의 막말은 막말 그 자체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었던데 반해, 이 민간인 사찰은 야권(KBS 새 노조, 민통당 등)이 디테일하게 접근하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재료를 다루는 skill이 어수룩하고 성급해 발생한 것이죠. 모든 건들을 세세하게 점검하고 역공의 빌미가 있는지 살폈어야 하는데 그렇치 못함으로써 거꾸로 당한 케이스입니다.
KBS 새 노조가 이명박 정권이 2800건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개략적인 규모를 밝히며 공격하자 청와대는 2200건은 노무현 정권시절 것이라고 역공을 취하면서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합니다. 현대차 노조, 남상국 사장 연임 주장한 박OO, 반노무현 입장이었던 김영환 등등의 사례들이 노무현 정권시절에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반박하자 사람들은 청와대 발표에 더 신빙성을 두게 됩니다. 대중들은 민간인 사찰이라는 본질보다는 누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나라는 부차적인 문제로 관심이 옮아가게 되버린 것입니다. 여기에다 민통당이 새누리의 특검 요구에 특검을 받지 않겠다고 나와 버리니 민간인 사찰이라는 본질은 선거 쟁점에서 멀리 떠나 버리게 된 것이죠.
3. 공약의 구체성
4/10일 저녁에 우연히 TV에서 민통당의 청년비례대표의 선거연설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연설 내내 이명박 심판, 반값등록금 실현, 서민경제 살리기만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나가다 이 방송을 듣던 제 아내가 한마디 합디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고?” 아마 제 아내의 이 반응이 대다수 유권자의 반응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값등록금 해 주면 좋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재원을 마련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기에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 서민경제 어려운 것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말만 서민경제 살린다고 하지 말고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으라는 뜻입니다. 저런 식의 연설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참 한심하더군요. 저는 4/10일 저녁 이 연설방송을 듣고 민통당은 1당도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중들은 거대 담론이나 구호적 선거공약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와 닿을 때 반응을 합니다.
거리의 현수막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는 단순 명쾌하게 그 지역의 현실적 문제를 공약으로 내겁니다. 그것도 같은 지역구라도 구역에 따라 구역에 맞는 구체적 공약을 내걸더군요. 반면에 민통당은 MB심판, MB out 일색이었습니다.
어음보다는 현찰을 선호하는 것은 선거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1합만 겨루는 단판승부의 선거에서는 현찰을 흔들어 주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요즈음 고입, 대입의 자기소개서나 입사시 자기 소개서에 자기의 활동이나 향후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막연하게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했다고 기술하거나 자기의 희망과 향후 진로를 추상적으로 말했다가는 자기가 원하는 고교나 대학, 회사에 들어가기 힘들지요. 스토리텔링이 없는 인생, 구체적이지 못한 생각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면접관이나 입학사정관에게 어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선거에서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어떤 소재를 선거 쟁점화할 것인가, 공약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도 디테일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디테일이 있어야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PS : 민통당 지지자들 아직 정신 못차린 것 같습니다. 서프라이즈에 들어가 보니 주인장 독고탁(신상철)과 진보언론이 쓴 강남구 투표함 미봉인 건을 쟁점화하는 글 10여개가 대문칼럼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대문 칼럼에는 이번 총선에 대한 반성하는 글은 하나도 없네요. 총선 결과에 충격이 큰 것인지 모르지만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선관위가 부정행위로 새누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단순한 실수로 보이고, 선거결과에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는 사안이라 해당 당사자(정동영)도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물론 선관위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 책임을 묻고 개선을 해야 하겠지만, 저것을 부정행위로 몰고가 선거 참패의 이유로 삼으려는 하는 것은 치졸해 보입니다.
http://www.seoprise.com/gate/list.php?&nvt=1&nvts=1
김형태가 훨 잘못인데 왜 김용민 잘못만 떴는가! 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제 생각도 길벗님과 비슷해요.
물론 범죄(?) 성격으로 보면 실제 성폭력이 비교할 바 없이 큰 죄죠.
하지만 그건 "그랬다더라"에 불과했던 반면
김용민의 막말은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귀로 똑똑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 꽂히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거죠.
활자화 해도 끔찍한 수준인데....
김용민이 애초 그럴만한 캐릭터로 보였던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나꼼수중엔 상대적으로 얌전하고 순한 이미지 아닌가요?
(아래 제 글에선 김용민 요인을 상대적으로 적게 잡았는데,
그건 김용민 껀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고,
또 꼭 겉으로 드러난 것만 원인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민간인 사찰은......솔직히 반MB파가 아닌 중도/보수에서는
첨부터 그런 거 딱히 심각하게 생각 자체를 안 할 거 같던데요.
아무튼 서프는 몰라도 일반(?) 꼼수팬 등등은 지금 멘붕 장난 아닌 거 같고요,
선거전에는 감히(?) 나오지 못했던 목소리들이 드디어 터져 나오고 있네요.
문재인 필패론 / 게시판 '진보'의 독단성 성토 / 야권의 각종 실책 / 김용민-나꼼수 책임론 ......
그런데 길벗님의 3번 내용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해서 좀 암담하네요.
제 글에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야권이 그놈의 심판질 그만 좀 하고, 자기들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또한 현실성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래야 사람들이 뭔가 솔깃해할 수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반성은 여전히 부족해 보여요..
그래서 전 수도권 선전도, 집값 등 현정부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네요...
아무튼....... 소위 깨시 분들은, 백약이 무효이고 오로지 선거 패배밖에는 약이 없군요.
그 약이라도 효능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유시민에 이어 문재인까지.......헐...... 고소하다 싶으면서도 안타깝고....에잉.....
그리고 공약의 구체성이라는 것이 현실 피부정치에 와 닿는 것이야 한다는 것에 동의 하지만 박근혜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민통당보다 짜증나면 났지 못하지 않았습니다.(이 부분도 통합진보당은 현실과 뜬구름 잡는 거대담론에 자주 빠지곤 하져.)
그리고 총선이라는 것이 심판형으로 상당부분 흐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한 측면 자체가 그래여. 물론 이것만이 부각되는 것은 실제 선거전략측면에서는 현명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말바꾸기도 줄푸세 어쩌고 하면서 신자유주의 첨병인것처럼 이야기하던게 박근혜였고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이 뜬금없이 복지 어쩌면서 민통당 따라하기 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선거내내 언론사들이 박근혜와 한명숙의 유세과정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편향적으로 보도했던 면도 없지 않았던 듯 싶네요.(이 부분은 경험적인 분석기사였던데 오마이것이긴 하지만 얼추 설득력은 있었습니다.)
복지를 사회 의제화한 사람은 사실 박근혜입니다. 진보쪽에서 늘상 해 온던 복지 발언 말고, 이 의제를 쟁점화해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한 사람이 박근혜라는 뜻입니다. 맞춤형 복지가 문제가 있든 없든 박근혜는 복지를 치고 나간게 근 2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복지문제가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죠. 저는 이 복지문제에서의 구체성을 따진다고 한다면 김종인이 박근혜에게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누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복지를 하려고 했는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민통당이 김종인도 잡지 못하고 유종일도 지역이나 비례에 공천하지 못하는데 민통당이 더 복지문제에 천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박근혜의 맞춤형 복지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민통당의 복지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차원에 한정한 것이지만, 대중들도 민통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박근혜 역시 기본적으로 무상급식파동을 거치면서 급조된 것으로 압니다만. 그리고 그걸 정책의제화에서 강력하게 밀어불일 그런 의지는 애시당초 없었죠. 거기다 원래 박근혜 스탠스 자체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안에 있었구요. 그것이 바뀐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위기와 무상급식논쟁을 거치면서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서로 복지경쟁을 벌이는 이상한 수준까지 가더군요. 아무튼 서로 경쟁하는 꼴에 여러 복지공약이 나오고 경제민주화 이슈가 쟁점화되긴 했습니다.
정작 중요시 할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민생과 연결되 정책적 이슈를 바탕으로 한 심판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사찰 건을 계기로 기본적인 이명박 심판 프레임이 갑자기 이명박 vs 친노 프레임 구도로 흘러간게 문제였습니다. 물론 서로 문제 있다는 결론으로 끝나면서 이명박 심판론의 기세가 그때부터 꺽이기 시작했구요. 거기다 마지막 피날레는 막말 파동이 장식했구요.
그리고 복지의 사회 의제화는 무상급식 논쟁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공약화하면서 입니다. 즉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승리하면서 본격화 된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야권이 수도권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게
수도권 시민들이 무슨 대단한 정치의식과 진보개혁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존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침체된 자영업 분야의 경기부진과
하우스푸어로 대별되는 부동산 침체,
전세값 폭등으로 인한 주거문제 불안,
인구는 넘쳐나는 데 비해 부족한 일자리 등등 말 그대로 생존과 관련한 분야에서의 팍팍한 삶이
현 정부 여당에 대하여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더 큰 분노를 품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길벗님 주장대로 민주당은 이 부분을 건드리면서 그에 대한 대안제시에 주력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이번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수도권에서 얻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구요.
먹고 살기 팍팍한 사람들에게 맨날
불법사찰이니 해군기지니 미디어악법이니 언론장악이니 하면서(물론 이게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네들 보기엔 뜬구름 잡는 정치공방만 부각시키고 있으니 공감이 안되는 것이죠....
불법사찰건으로 확실히 우위에 서지도 못하고 이명박 vs 친노 구도 비슷하게 흘러가더니 셈셈되버리고.
그럼에도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수도권 즉 서울과 경기에서는 일단은 이겼다는 것이죠. 원래 원사이드하게 이길 수 있었지만 찝찝하게 많이리 내주게 된 이유가 바로 선거전략과 대응상의 참패였구요.
여기다 충청 강원은 막말파동, 영남은 지역주의거 더 강하게 작용했던 변수였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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