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게이트와 의사들의 반발 - 문제의 핵심은 건정심 구조 개선이다

 

2020.09.08.

 

 

최대집 의협 회장과 민주당이 합의서에 사인을 하자, 민주당과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짐짓 의사들에게 양보한 것처럼 생색을 내고, 또 언론을 동원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이런 코스프레가 먹혀 여론이 의사 집단에 불리하게 흐르고, 의협,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 전열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 기세가 올라 정청래는 입을 함부로 놀리고, 정부는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입장을 내보인다. 정청래는 의대생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읍소하지 않으면 국시 추가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떠들고, 정부도 추가 접수는 없다고 언명하고 있다.

 

<정부 국시 추가접수 없다정청래 읍소해야 국민 마음 풀려”>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81&aid=0003122260&date=20200908&type=1&rankingSeq=10&rankingSectionId=102

 

하지만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2030세대를 잘못 알고 있거나 우습게 알고 있다. 이 싸움의 본질이 예전과 다르며 양상 역시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번 파업과 국시 거부가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의대생부터 전공의, 개원의, 의대 교수들까지 대부분 공감하고 있음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경시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시의 파업은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의사 집단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내부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번 의료 4대 악법(정책)을 대하는 의사 집단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4대 악법(정책)에 반대하는 명분이 확실하고 의사 집단 내의 목소리도 하나로 나온다.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은 국시 추가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의협이나 전공의들이 추가 기회를 달라고 정부나 민주당에 요구하지도 말라고 한다.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시 거부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1년을 쉬고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낫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본과 4년 동안 공부하느라 심신이 피곤하던 차에 이번 기회에 1년을 쉬면서 재충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의대생도 많다.

지금 2030 세대는 586(똥팔육)세대와는 다르다. 똥팔육 세대야 어려운 집안이 많아 하루 빨리 국시 보고 의사 되어서 돈을 벌어 가계에 도움이 되어야 했지만, 지금 2030 세대는 여유있게 자라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 1년 쉬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놓인 의대생들도 공공의대 선발 방식의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감이 크고, 자신들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들였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대우에 대해 반발하여 동맹휴학이나 국시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의대생들은 아직 의사 면허가 없어 의료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전공의와 개원의들에 비해 행동을 자유롭게 한다.

문재인과 정부는 의대생들을 겁박하고 회유하면 국시 재신청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모습을 국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될 것임으로 의사 집단을 이기적인 기득권층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최고 엘리트 집단인 의사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이 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문재인과 좌파들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역으로 정부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겁박과 회유가 있어도 의대생들은 꿈쩍도 않을 것이다. 정부가 2차례 접수 시한을 연기하면서 추가 신청을 받았는데도 86%가 국시 거부를 했던 것이 단순히 의대생들의 오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정부가 4대 악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끝까지 국시 거부를 할 태세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시를 거부한다고 해도 정부로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공의나 개원의, 의대 교수들은 의사 신분이라 의료법으로 처벌할 근거라도 있지만 의대생들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서 어쩔 방법이 없다. 내년이나 그 이후 이들이 국시 보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본과 4년생들은 한 해를 쉬고 국시를 보는 불이익이라면 불이익이 있지만, 반면에 본과 4년생이 국시 거부를 하게 되면 정부가 입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당장 내년에 3천명 가량의 의사 배출이 지연되고 인턴도 그만큼 줄게 되어 빅5를 포함한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수술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공보의나 군의관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개원의가 줄어드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도 지장이 없지만, 인턴(전공의) 수급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으면 바이탈을 다루는 대형병원(3차 병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우리나라 빅5를 포함한 대학병원과 대형민간병원들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주 80~100시간 근무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인턴이 수급되지 않으면 레지던트(1~4년차)들만으로 운영하지 못한다. 현재도 극한의 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라서 레지던트들을 지금보다 추가로 더 근무시켜 인턴 공백을 메울 수 없다. 그랬다가는 레지던트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과도한 근무로 의료사고도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 문제가 심각해진다.

인턴이 수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레지던트들이 정부에 반발하여 하나 둘 사직서를 내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레지던트들이 사직서를 내는 것은 자유이고 이를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남성 레지던트들은 공보의나 군의관로 가는데 지장이 생길지 모르지만, 인턴도 하지 않거나 인턴만 한 의사들도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가는 경우가 많아 문제될 것도 없다. 설령 군의관, 공보의로 정부가 뽑아주지 않는다 해도 군의관, 공보의 37~38개월 하느니 현역 18개월 갔다 와 병역의무를 마치는 것도 나쁠 것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본과 4년생들의 국시 거부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파급력이 전공의 파업이나 본과 4년생 국시 거부보다 크다. 의대생 동맹휴학은 당장 올해 의대 입시부터 뒤흔들게 될 것이다. 동맹휴학으로 자연 유급이 되면 의대들은 신입생을 뽑기가 곤란해진다. 의대는 다른 단과대와 달리 시설과 교수진의 한계로 가르칠 의대생 수가 한계가 있다. 다른 단과대들은 대형 강의실에 학생들을 몰아넣고 강의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도 가능하지만, 의대는 실습이 많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실습하지 않으면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하면 의대들은 당장 내년도 신입생 정원 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도 의대 신입생을 70%만 줄여도 2,140명의 신입생이 줄고 의사 배출 역시 2,140명이 줄게 된다.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원으로 10년간 4천명 의사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의대생 동맹휴학으로 하루 아침에 절반 이상의 숫자가 날아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의대생과 의사 집단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역시 사태 해결을 원만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는데다 당장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진 것에 대한 책임으로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의대, 의대생, 의사, 의료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가 의사 집단을 컨트롤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동안에는 정부가 의사 집단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의사 집단 내의 응집력이 약했고, 기득권층이라는 여론의 압박, 그리고 밥그릇 싸움의 요소가 강하고 명분이 작았던 파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휴진, 파업, 동맹휴학, 국시 거부는 명분이 강할 뿐아니라 주도층이 2030이라는 새로운 세대라는 점에서 180석의 민주당과 정부라 하더라도 제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2030 세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바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문제 해결의 핵심을 제기한 것으로 국시 거부와 전공의 파업의 정당성이 강화되었다고 본다. 이들의 요구는 4대 의료악법(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증원, 한약 첩약 건보, 원격 진료)의 불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것으로 반드시 이번 의협-민주당 합의안에 담겨서야 했었다.

바로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의 문제다. 우리나라 의료정책, 수가 등을 모두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건정심에 공급자(의료계)의 비율을 50%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의료진을 갈아넣어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게 만든 것도 건정심이고, 한약첩약을 결정한 것도 건정심이며,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몰리게 한 것도 건정심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의사들의 적절한 배치를 방해해 지역의료를 원만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 건정심의 문제다.

이런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정부와 민주당에게 요구한 것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었다. 그런데 최대집은 전공의와의 합의를 깨고 전공의의 이 요구안을 통째로 빼고 민주당과 보건복지와 합의서에 서명해 버린 것이다.

정부, 민주당, 심지어 언론들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법안 철회가 아니라 법안 논의 중단에 합의한 것에 반발한 것으로 보도하지만, 사실 핵심은 건정심 구성 개선(공급자 비율 50%)에 있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건정심 위원은 당연직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차관 1인을 필두로 의약계(공급자) 8(의료계 6, 약업계 2), 시민·노동·사용자·소비자단체(가입자) 8(노조 2, 사용자단체 2, 시민단체 2, 소비자단체 1, 농어업인 단체 1, 자영업자단체 1), 공익측 대표 몫 8인 등 총 25인이다.

공급자 몫 8인은 대한의사협회 2, 대한병원협회 1, 대한치과의사협회 1, 대한약사회 1, 대한한의사협회 1, 대한간호사협회 1, 대한제약바이오협회 1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입자 몫 8인은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 YWCA, 한국환자단체협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가 각 1인 추천하게 되어 있다. 공익측 대표 8인은 보건복지부 1, 기획재정부 1, 건보공단 1, 심사평가원 1, 정부추천 전문가 4인이다.

건정심 위원 25명 중, 공급자(의료계) 몫은 8명인데다, 8인 중에도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 몫은 고작 2명이다. 25명 중에 2명이 의사들을 대변하는데 의보수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의료정책이 현실에 맞게 결정될 수 있을까? 저런 건정심 구성 하에서는 정부 의지대로 마음대로 수가를 결정하고 의료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여러분들은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저런 구조하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솔직히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런 구조이니 의사와 간호사들을 갈아넣어 우리나라 의료를 지금까지 지탱해 온 것이다. OECD 평균 의료비의 75% 수준을 지불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건정심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 건정심이었고,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수가 16.9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OECD 평균 6.8)을 기록하고, 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도 19.1일로 세계 최고 수준(OECD 평균 8.1)을 가능하게 한 것도 건정심이다. 외래진료수와 병원재원일수가 높은 것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저게 가능한 것은 저수가이기 때문이다. 저수가다 보니 국민들이 부담이 적어 쉽게 병원을 가고 병원에 오래 있으려고 한다. 그로 인해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 것이고.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나게 만든 곳이 건정심이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건정심의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근원은 건정심이고, 건정심만 정상화되고 건정심이 제대로 심의하면 공공의대, 의대 정원 증원, 한약 첩약 건보 문제도 해결되리라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보기 때문에 파업과 국시 거부를 하면서까지 구체적인 건정심 구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