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공산 지나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였더라면, 이번 코빋-19의 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마침 「시사IN」에서 황승식(서울대 보건대학원)과의 면담 기사를 냈는데, 황승식은 그런 조치가 정치적으로, 즉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리라 전망하였고, 그 결정적인 이유로서  숱한 입국자들을 수용할 격리 시설이 없음을 들었다.

* 인간의 앎에 대한 한 분류가 있다. (feat. 럼스펠드)
1. known known: 명백지 (말할 수 있는 것)
2. unknown known: 암묵지 (말할 수 없는 것)
3. unknown unknown: 찾아보아도 알 수 없는 것
4. known unknown: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

무한 폐렴이 처음 번지기 시작하였을 때, 이 병 및 병원체에 대하여 아는 것은 매우 적었고, 모르는 것은 많았다. (지금도 아는 것이 많다고는 말할 수 없다.) 즉, unknown unknown의 영역이었다.

* 전염병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네 가지이다.
I. 높은 전염력, 높은 독성
II. 낮은 전염력, 높은 독성
III. 낮은 전염력, 낮은 독성
IV. 높은 전염력, 낮은 독성

(III)은 기각된다. 만일 (III)이라면 애시당초 이야기거리가 되지 못하였을 것이고, 이문량이 동기 의사들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여담인데, 이문량은 만주족이다. 만주족은 직설적 화법으로 유명하다.)

그러면 그 시점에서 무엇을 예상하여야 하였을까? 국가 지도자나 군인이나 의사라면, 항상 "있을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을 일단 생각하고, 그것을 '배제(rule out, R/O) 진단'으로 삼아 조치를 시작한다, 만일 그것이 맞다면 제대로 찍은 것이요,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천만다행으로 건진 것이므로. 요컨대 흔한 말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인 셈이다. 즉, 여기서는 (I)의 가능성을 예상하여야 한다.

공산 지나 경유자들 모두에게의 입국 금지가 너무 가혹하다면, 호북성 출신/경유자들에게만 입국 금지를 시키되; 공산 지나 경유자들에 대하여 외국인은 14일간 격리 수용, 내국인은 14일간 자가 격리를 실시하였더라면 좋았으리라고 생각한다. 14일 격리 수용이란 "사실상의 여행 금지"에 해당하므로, 황승식이 걱정하는 막대한 입국자 숫자가, 모르기는 몰라도, 십분지 일  혹은 오분지 일 수준으로 격감하였으리라고 본다.

이 조치가 설령 "물 샐 틈없는" 조치가 아닐지라도; 전파를 늦추고, 민간 사회의 경각심을 높히고, 국정 운영자가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중요한 방역 물자의 수출을 금지하고, 의료 자원을 동원하는 등 일련의 결과를 가져왔다면, 분명 지금과는 충격과 양상이 어느 정도라도 달랐으리라 여겨진다. Total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dT/dt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은 공산 지나의 중력권 안에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같은 나라들의 사정을 보면서 보다 강화된다. 대만이 설마 남한보다 공산 지나 의존도 및 인적 교류가 낮겠는가? 싱가포르 외교부장관이 영어를 잘한들 남한 외교부장관보다 훨씬 잘하겠는가? (영어아닌 북경 관화로 대화하였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또한 보아한즉 프랑스나 독일도 이탈리아처럼 갈 듯 싶지만, 그러니 지금 이탈리아의 국내적 온역과 국제적 망신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인가?

국가의 유일무이한 존재 의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이다. 바로 그것을 하라고 공화국이라면 대통령을, 군주국이라면 왕을 두는 것이다. 그런즉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문재인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일 뿐인지, 습근평이 지명한 "남조선 총독(겸임)"이기도 한지, 그의 페르소나(탈)들에 대한 의구심이 점증하고 있다고 본다, 남한 인민들 사이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조선 속담이 뇌리를 맴도는 수상한 시절이다.

20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