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잽이의 귀환

 

2020.01.03.

 

안철수가 1년여의 해외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와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정초부터 설치기 시작하네요.

아래는 12일 오후에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의 변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간 해외에서 그 동안의 제 삶과 6년간의 정치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계는 미래를 향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바라본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 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합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고마운 말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습니다. 외로운 길 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안철수 올림

------------------------------------------------------------------------

 

추상적이고 막연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일 뿐으로 그냥 중딩생 수준의 글로 보입니다. 정치철학이 엿보이거나 구체적인 미래 비젼도 없는 밋밋한 글인데다 세련되지도 않고 감흥도 없습니다. 험난한 한국 정치판에 목숨을 걸겠다는 결기도 없고 정치개혁에 대한 방도도 없습니다. 아직도 본인을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메시아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부잣집 도련님이 해외 유학 갔다가 돌아오니 공항에 마중 나오라는 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미안하지만 안철수는 1년여 전에 무책임하게 독일로 빤스 런 할 때 이미 정치적 생명은 끝났습니다. 2016년 총선 때 민주당보다 많은 정당득표율을 받은 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된 것인 줄 아나 봅니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으로 인한 중도층과 자유우파(보수) 진영 사람들의 이탈이 연결된 것이고 안철수의 가능성에 일단 기대를 걸어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런 중도층과 자유우파 일부의 바램을 산산히 깨버리고 무책임하게 도망치듯 독일로 날라 버렸지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에게도 져 3등 밖에 못했을 뿐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자유우파와 민주당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만들어준 38석의 국민의 당을 산산히 쪼개버려 야당다운 정권 견제는커녕 여당에 빌붙는 정당으로 만들어 버린 주제에 이제 와서 자신이 앞장서 나가겠다고 하면 누가 안철수를 믿고 따라줄까요?

패스트 트랙에 탄 두 악법인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을 4+1당이 쪽수로 밀어붙이는 동안 해외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다가 이 법안들이 통과되자 슬그머니 컴백을 선언합니다. 해외에서도 예의 자신의 특기인 간보기를 계속 하고 있다가 마치 자신은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은(않았던) 고고함을 간직한 것처럼 나타나려 하고 있죠. 다른 사람들은 1년여 동안 처절한 사투를 벌였는데 말이죠.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자신의 정치 공간을 넓힐 수 있는 호재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온 모양인데 과연 안철수의 바램대로 될까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오히려 안철수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 당은 지역구에서 25, 비례대표 13석을 얻었지만, 이번에 안철수가 중심이 된 제3당이 이런 결과는 낼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1620대 총선에서 국민의 당은 광주의 8석 모두, 전남북의 20석 중 15, 서울에서 2석을 차지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나 평화당(대안신당)에게 대부분을 내 주고 많아야 5석 정도 당선자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안철수를 2016년 때처럼 보지 않습니다. 당시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잠재력과 가능성을 기대하며 표를 주었지만, 그 이후 안철수의 행보나 정치능력을 보았던 터라 여전히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실망해 반안철수로 돌아선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에다 202021대 총선은 201620대 총선 때와 다른 정치 지형을 갖고 있어 민주당과 한국당에 실망한 사람들과 중도층이 이번에는 안철수의 당에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유우파(보수) 진영의 사람들은 한국당과 자유우파(보수) 진영에 실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보다는 민주당 중심의 좌파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더 커 이젠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에게 표를 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우파의 반발이 거세고 결집력이 강화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정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섣불리 안철수 당에게 표를 주지 못할 것입니다. 중도층도 과거와 같이 안철수가 중도를 표방한다고 해서 안철수에게 쉽게 표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안철수가 표방하는 만큼 안철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과거 4년간 봐 왔기 때문에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으로 차라리 표를 줄 가능성이 높지요.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안철수가 나서 중도 정당을 만든다고 하여도 그 정당의 정치 성향과 호남의 정치 성향이 맞물리지 않아 이번에는 호남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호남은 5.18 때문에 반()보수 성향을 보이지만, 안철수 당은 중도보수를 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남의 지지를 빼앗기지 않고 20대 총선 때처럼 유지하려면 강경하게 보수정당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민주당에 끌려가지 않고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입장을 보여야 하는 애매한 스탠스를 취해야 함으로 결국 안철수 당은 호남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고 중도보수를 끌어안기도 쉽지 않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 당의 주축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계 의원들이였고 무조건 민주당만 찍는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호남 민심에 힘입어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는 선전을 하였지만, 이번에는 20대에 호남을 국민의 당에 몽땅 몰아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큰 상황이라 호남에서 득표율은 20대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입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오히려 안철수에게는 독약이 될 것입니다.

안철수의 국민의 당은 20대에서는 비례대표를 47석 중에 무려 13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죠.

구태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안철수의 새정치를 따르면서 20~30대의 젊은층이 지지를 표했고, 반새누리지만 반노 성향인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대신 국민의 당을 선택했으며, 안철수에게는 문재인의 대적자로서 이미지가 있다 보니 반문재인 정서를 가진 표심이 안철수 쪽에 결집하는 성향이 있었으며, 덕분에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실망한 새누리계를 이탈한 보수 표심까지도 끌어안았습니다. 중도보수를 표한 덕에 샤이 보수층이 국민의 당이라는 당을 선택한 덕이었죠. 그 결과 정당득표율에서 민주당(25.54%)보다 앞선 26.74%를 득표해 비례대표 13석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21대에서는 그것의 1/4도 얻기 힘들 것입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민주당도 겉으로는 비례자유한국당을 비난하지만 결국은 비례더불어민주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각 정당의 지지자들은 각 당의 비례정당에게 정당 투표를 하게 되어 20대처럼 지역구는 민주당 혹은 자유한국당, 정당투표는 국민의 당에 투표하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대거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안철수의 당은 비례대표에서도 참패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지요.

 

위에서 살펴본 대로 안철수는 이제 한국 정치판에서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안철수를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이 방치해 둘 정도로 위력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양당이 안철수를 잘 요리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한국당으로 안철수를 끌어들이면 미약하지만 한국당에 유리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던 안철수에게 남은(이미 쪼그라들었지만) 정치적 자산과 상징성이 있으니 그것이 보태지면 득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당은 안철수에게 파격적인 대우로 한국당 입당을 제안하고 안철수의 답을 일정 시간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안철수는 정치적 판단 오류나 착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과대 평가하여 이런 한국당의 제안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정당을 꾸려 나가려 할 것으로 봅니다. 과거 국민의 당이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계 의원들이 다수를 이루다 보니 이들에게 휘둘리고 결국은 분당하는 사태마저 겪은 안철수라 자기 세력이 부족한 한국당으로의 입당은 국민의 당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재연시킬거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죠.

안철수가 한국당의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한국당은 불리할 것은 없습니다. 이런 제안을 던져놓음으로써 안철수의 입지를 제한하게 되고, 자유우파 통합에 한국당이 양보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게 되어 반문연대와 자유우파 통합에 대한 한국당의 책임이 덜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간잽이 귀환은 과연 성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