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는 6차선 확장 개통, 광화문 앞 사직로는 폐쇄한다고?

 

2019.12.30.

 

원남사거리와 창덕궁 앞 까지 690m 율곡로가 9년간의 공사 끝에 오늘 왕복 6차선(편도 3차선)으로 확장하여 개통된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이 구간의 율곡로가 일제가 민족혼 말살 정책에 따라 종묘~창경궁을 단절시키기 위해 길을 내 만든 도로라는 이유로 새로운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공사 중 담장 터가 발견되어 그 담장 높이에 맞춘다고 원래 설계보다 1.5m 낮추어 공사를 하느라 9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원래는 4년 공사 기간이었는데 민족정기를 되살린다고 담장 높이에 맞추느라 공기가 2배 이상 늘어나고 공사비도 두 배 늘어 854억이 들었다고 합니다. 1m 도로 공사에 1.2억이 들어갔네요.

그러나 일제가 종묘와 창경궁을 분리해 그 사이에 도로를 낸 것은 당시의 도로 사정상 필요했기 때문에 낸 것일 뿐, 일제가 풍수단맥설(風水斷脈說)을 믿고 조선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했다는 서울시나 일부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무식의 소치이고 국수주의의 발로에서 나온 황당무계한 주장이지요.

일본은 조선과 달리 풍수지리를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풍수단맥설을 이야기하며 저런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의 정기를 끊는다고 일제가 쇠말뚝을 박았다는 주장은 이미 아무런 근거가 없는 엉터리라는 것을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요. 일제가 토지조사 사업을 위해 기준점으로 했던 흔적이거나 안전한 등산을 위해 설치한 것이거나 군부대가 훈련을 위해 박았던 쇠말뚝을 마치 일제가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온 산에다 쇠말뚝을 박았다고 떠들어댔지요.

지도를 통해 광화문을 중심으로 난 도로들을 살펴보세요. 광화문에서 원남사거리 방향으로 도로가 없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당시 일제가 아니더라도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 도로를 냈을 것입니다. 종묘나 창경궁 사이가 지대가 높아 터널을 뚫을 상황도 아니니 당시에는 평지로 도로를 낸 것뿐이죠. 사실이 이럴진대 율곡로를 확장하면서 무슨 일제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제시대의 일들을 이런 식으로 왜곡하고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부추키는 사례는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문화재 복원에 대해 일제의 행위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지요. 일제가 불국사를 왜식으로 복원했다느니, 석굴암을 콘크리트로 천장으로 하고, 미륵사지 석탑의 뒷면을 시멘트로 발라 흉측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일제에 의해 이 문화재들이 복원되기 전의 모습들을 보고도 이 따위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복원(복구) 전의 모습은 다 허물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솔까말, 조선의 생명이 20년 정도만 연장되었더라도 이들 문화재들은 지금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졌거나 찾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의 조선 조정의 능력이나 위정자들의 행태로 보아 문화재 복구 시도나 한번 해 보았겠습니까? 당시 조선 대중들의 경제수준과 문화수준에서 이 문화재들이 제대로 보호되고 관리될 수 있었겠습니까?

불국사 복구에 일본의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동원되었으니 불국사가 왜색풍을 보이게 된 것이고, 당시에는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최첨단 소재였기 때문에 석굴암과 미륵사지 석탑에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일제가 아니라 문화재 보호에 관심이 있는 어느 정부라도 당시에는 그런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일제가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사용해 그나마 더 이상의 붕괴를 막아 놓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현대의 기술과 소재로 실물에 가깝게 다시 복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우리나라 뿐아니라 동양을 대표하는 근대식 건물로 알려진 옛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일제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파괴해 버리는 역사관이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이 어디 가겠습니까? 서울시나 일부 역사학계가 저 따위로 설명하는 것이 딱 우리 수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율곡로는 왕복 4차선에서 854억원을 들여 왕복 6차선으로 확장해 놓고는 박원순은 광화문 앞 사직로(왕복 10차선)는 폐쇄하고 광화문 광장 중간을 우회하도록 하는 광화문광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혼잡하다고 기껏 율곡로를 확장해 놓고는 이번에는 교통이 더 혼잡해질 것이 뻔한 광문화 앞 사직로를 폐쇄하겠다고 하니 박원순이 제 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것이었으면 854억을 들이고 시민들에게 9년간 불편을 준 율곡로 확장공사를 왜 했습니까?

박원순은 광화문 앞 10차선 도로를 차단하고 광화문 광장을 지금보다 3.7배 넓게 조성해 여기에 월대와 해태상을 복원하여 역사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10차선 광화문 앞 도로를 막고 양쪽으로 우회도로를 6차선으로 만들게 되면, 도로 폭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겠지만, 당장 광화문 앞을 지나는데 현재보다 1번 더 신호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겨 교통 정체는 필연적입니다.

더 문제는 현재는 광화문 광장 아래로 지하 차도가 지나가 북측 광장과 남측 광장이 연결되어 있지만, 광장이 확장 조성되면 이 지하 차도가 지상 차도로 바뀌어 북측 광장과 남측 광장의 연결이 끊겨 버리게 됩니다.

만약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가 있게 되면 이 지상 도로가 점거되기 십상이라 안국동 사거리에서 사직 공원 사이의 길이 막혀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가 있더라도 광화문 3거리는 차량 통행이 가능함으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계획대로 광화문 광장이 확장 조성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율곡로가 정체되는 병목 구간은 창덕궁 삼거리와 원남동 사거리 구간이라 이 구간을 확장공사를 해 오늘 개통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화문 광장을 확장한답시고 광화문 앞을 거꾸로 병목구간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창덕궁 삼거리와 원남동 사거리 사이 확장공사를 854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그것도 문화재인 종묘와 창경궁 부지 일부를 깎아내며 공사를 하면서 한 쪽에서는 뻥 뚫린 길을 차로를 좁혀 우회하게 해 병목 구간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병목이 생기는 구간은 또 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도로는 왕복 12차선인데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광화문까지는 광장 확장 조성 후에는 6차선(편도 3차선)으로 편도 3차선이 지금보다 줄어들게 되어 세종대로 사거리의 정체가 지금보다 훨씬 극심해 질 것입니다.

광화문 일대의 교통 혼잡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리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현재 광화문 광장은 크기가 작아 서울시민들이 찾지 않거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종 시위로 시위대가 점거하여 편안하게 휴식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광화문 광장이 3.7배로 넓어지고 월대나 해태상을 복원한다고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더 찾을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하루 빨리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세월호 관련 시설들을 철거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경복궁, 광화문의 복원도 의미 있다고 하겠으나 이를 무리하게 진행하거나 역사의 한 일면이나 한 시기만을 강조하는 복원은 혈세를 낭비하는 것으로 반대합니다.

김영삼이 중앙청(조선 총독부)을 철거하고 광화문을 복원한 것은 역사의 무지이며 진정한 문화재의 보존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제 시기도 우리의 역사이며, 조선총독부(중앙청) 건물도 아프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유산입니다.

월대나 해태상을 복원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의 정기가 얼마나 더 살아나고 우리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확장되겠습니까? 솔직히 조선의 월대나 해태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리학의 조선, 구한말의 조선 왕실을 생각하면 저는 그 복원에 돈을 들이는 것이 내키지도 않고 교통 정체라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세종대로 사거리 교보문고 앞의 고종 즉위 40주년 칭경 기념비를 보노라면 썩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덕수궁 석조전 반지하에 개설되어 있는 대한제국역사관의 역사 왜곡은 한시 빨리 시정되어야 합니다. 고종을 개명 군주로 묘사하고 그 치적을 칭송하는 역사관으로 치장해 놓은 것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우리 역사를 잘못 이해하게 만듭니다.

저는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중앙에 있는 대한국 국제(헌법), 애국가(대한제국 국가)를 보고 황당해 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제군주국 대한제국의 국제와 애국가를 전시하고 고종을 개명 군주로 칭송하고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니 어이가 없더군요. 여러분들도 대한국 국제와 애국가를 인터넷에서 찾아 한번 읽어 보세요. 매관매직과 가렴주구를 일삼아 백성들을 피폐하게 하고 나라를 망쳤던 고종과 민비입니다. 왕실의 안위만 생각하고 나라를 일본에 넘긴 고종과 그 일족들을 위해, 그것도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개명 군주처럼 칭송하는 저런 역사관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종과 민비, 그리고 그 일족들의 행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관을 만들어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모를까 우리 역사라고 무조건 미화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의 우려를 합니다.

박원순은 광화문 광장을 촛불혁명의 성지처럼 이야기하고 광화문 광장에 촛불집회 기념물을 설치하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촛불시위는 아직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 이릅니다. 자신들의 자의적 해석을 마치 역사적 평가가 완료된 사안인 것처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촛불은 좀비 군중들이 거짓 선동에 놀아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와 같은 국민들도 많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 시민 모두의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상징적 공간입니다. 이런 장소를 자신이 시장이라고 자신의 일방적 역사 평가를 토대로 역사적 기념물을 설치하려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반역사적인 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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