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문재인 정권은 환상을 버리고 기본적인 진보정치로 돌아가라.

 

 

문재인의 소득주도 성장론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경제학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작년에 한국에 갔다가 우연히(?) 두명의 영국의 경제학자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발표하는 것을 적이 있습니다. 국장급 이상 부처 공무원들과 국책 경제 연구소 박사들을 불러 모아 놓고 2시간 정도 발표하고 후다닥 가버리더군요. (물론 스케줄 자체를 정부가 계획한 것이지만.)

 

세미나 이분들이 가장 힘주어 말하던 내용이 이랬습니다.

 

(주장 A) 지난 30여년간 주요 국가들의 GDP에서 노동소득(Labor Share)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자본소득(Capital Share) 차지하는 비율은 늘어났다.  동시에 평균 성장률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노동소득을 높이면 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다. QED

 

끝나고 나오면서 국책 연구원 박사들이 고개를 상당히 갸웃 거리더군요. 도대체 어떤 경제학적 백그라운드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지 가늠해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제가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에 대해서 처음 들은 것은 2014 말에 아이기스님을 통해서 들은 것이었습니다.  맨날 회식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도대체 무슨 (경제)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냐라고 따졌다가 얻은 답이었습니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알았는데, 의외로 은수미, 홍종학 같은 몇몇 운동권 출신586들이 모여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것이더란 말이죠. 사실 처음에 이게 이상한 소리야, 시간낭비다 그만 읽자, 그랬다가 아이기스님한테 글을 쓰기로 약속한 때문에 꾹꾹 참고 보고서를 끝까지 읽어보고 후에야 비로서 최근에 몇몇 포스트케인지안들이 만든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 베껴다가 한국이 자영업자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살짝 바꾼 것이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한참 뒤져보고 나서야 근간을 알게 되었는데, (발표자의 대표 논문이 누구인지, 이들이 포스트케인지안이라는 자체도 모른 상태에서) 그날 처음으로 임금주도 성장론이라는 것을 들은 젊은 국책 연구원 박사들이 느꼈을 어리둥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단적으로 따옴표 위의 주장의 문제점은 인과결과를 완벽하게 바꾸어서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계량학적으로 말해보자면 회귀분석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의 위치를 바꿔서 테스트를 해봐도 계수가 의미 있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장을 다음과 같이 180 반대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주장 B) 지난 30여년간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이 점차 줄었다. 동시에 노동소득의 비율이 자본소득의 비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성장률을 올리면 노동소득이 올라갈 것이다.

 

다시 한면 말하지만 (주장 A) (주장B) 인과관계가 바뀐 전혀 다른 결론입니다. 경제학적으로  microfoundation 없는 모델에서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요. (사실 틀린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만.)

 

2014 , 2015 초에 제가 처음 소득주도경제성장론을 봤을 때는 포스트케인지안들이 아무리 옛날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지만, 설마 차이를 모르고 (A) 주장하고 있는건가라는 의심 정도만 있는 상태로 관련 논문들을 살펴보다가 읽는 것이 피곤해서 관뒀습니다. 작년 정부 주제로 세미나 발표를 보고 나서 포스트케인지안 이론의 근본적인 문제는 microfoundation이 없다보니 상관관계(correlation)과 인과관계(causation)를 착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추가) 이게 하나의 단적인 예입니다. 임금주도 성장론의 논지 대부분이 이렇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헤갈려 서술이 되어 있습니다. 글이 쓸데 없이 길어질까봐 더 안썼는데, 이 이론의 문제점에 대해서 몇가지 내용이 아래 댓글들에 토론된 것이 있으니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두번째로 (만분의 일의 확률이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보니 포스트케인지안의 임금주도 성장론이 맞다고 판명이 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 소득을 올려주겠다고 하는 경제 정책들이 실속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틀에서 두가지를 실행하고 있는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두번째는 공무원/공기업 채용을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일단 너무 급격하게 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무조건 시행 먼저 해놓고 후폭풍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지금 경제연구소들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같던데, 저런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는 상태인데요. 최저임금 올려놓고 보니 오히려 하위 10분위의 소득만 줄어 들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나오고 있던데 급하게 먹다가 체한 꼴이 아닌가 합니다만. 아니면 그냥 재수가 없었던지.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서 경제학계에서 가장 최근에 연구된 것이라면 2015-6년에 시애틀에서 최저임금을 올린 것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하위계층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오더군요. 그런데, 실은 경제학적으로 최저임금인상 효과에 대해서 여태까지의 문헌들에서 하는 말을 보면 대략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inconclusive)’ 같습니다. 어떤 때는 좋게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쁘게 나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시장이 기능을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상황이 개선이 되는 쪽으로 가겠지만, 그게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최저임금만 올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이죠.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도 단지 정치논리를 가지고 무턱대고 시행부터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상황이 어떤지 따져보고 그리고 얼마큼 올리면 여파가 얼만큼 될지에 대해서 분석부터 먼저 해놓고, 국민들 전체의 동의를 얻는 것은 힘들겠지만,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일을 진행했으면, 지난 정부 탓이나 하면서 계속되는 언발에 오줌을 들이 부어 대는 추경이나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후반기에 추경 할까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러다가 진짜 필요할 때는 못하게 될지도.

 

실제로 최저임금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공기업 채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최저임금이야 부작용이 보고가 되면 다음 번부터 속도 조절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일단 뽑아놓으면 앞으로 십년간 대가를 치뤄야 것입니다. 당장 줘야하는 임금이 문제라기 보다는 앞으로 올라갈 임금과 연금, 복지, 후생문제는 두고두고 차기, 차차기, 차차차기 정권을 괴롭히겠죠. 이게 훨씬 문제인데, 현재는 최저임금만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하는 공무원/공기업 채용의 가장 문제는 정당한 시험을 보고 뽑기 보다는 경력직 위주와 면접 위주로 뽑는 쪽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는 점입니다. 대놓고 채용 비리를 지향하고 있는 같아요. 생각에는 586들은 이번 기회 정권 이내에 기회의 사다리를 작살내 버리기로 작정을 같습니다. 물론 자기들과 자식들이 길은 이미 만들어 놓고 나서 말입니다.

 

 

 

세번째, 개인적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의 가장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배(평등) 문제를 성장과 결합 시켜서 스스로 쓸데없는 논쟁을 만들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분배와 성장에서 어떤 것이 먼저냐라는 것은 절대로 결론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경제학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레토릭의 싸움입니다. 실제로 성장-분배 논란은 경제학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십년 일본 정치에서 나온 논란이라고 하던데, 이걸 듣고 제가 여러 거시, 성장론 전공의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본 깨닫은 것은 학계에서는 성장과 분배가 크게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지 않는 같습니다. 스스로도 문헌을 찾아봐도 굳이 클루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뜻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왕 평등(분배) 추구하고자 했으면, 굳이 거기에 성장을 끼워 넣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나라고 책망하고 있는 글의 가장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년동안 북미에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정치권에 제기 되면서 별로 점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것을 한국도 따라하게 것인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좌파들은 주요 논점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GDP 올라간다라는 식의 주장을 것이 아니라 동안 경제가 발전한 만큼 노동자들이 몫을 받아가지 못했으니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그런데, 무식한 한국의 586들은 평등,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라는 식으로 뻥을 치고 다니는 것이 모자라 한술 떠서 급기야 소득도 올려주면서 성장률을 올리겠다라는 주장을 가지고 정권까지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소득은 어떻게 올려줄건데 하니 정부가 주도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라고 하던데 결국 공무원 늘리는 말고 뭐가 있냐는 말이죠. 문재인 취임하면서 청화대에 일자리 전광판인가 만들어 놓고 내가 직접 일자리 챙기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기사에 문빠들이  환호하는 댓글들을 적이 있는데, 지금 전광판 켜져 있기는 한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정권이나 경제 정책은 그냥 그렇습니다. 이명박의 사대강 전국토 공사판 경제학이나 박근혜 창조경제나 문재인의 소득주도경제나 실상 도찐개찐입니다. 특별히 문재인 못났다라고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성장률을 높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소득주도를 펼치는데 앞으로 결과가 참담하게 나왔을 여파로 대한민국 진보세력이 전체가 책임을 몽땅 지고 패망해 버릴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이후에는 어떤 진보세력이 나와서 복지 정책을 실현하겠다라고 하면, 필히 반대쪽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패를 내세우며 니네 그런 복지했다가는 나라 망한다는 식으로 눌러버릴 것이 뻔하게 보이니까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소득주도경제성장론은 이론적인 문제뿐 아니라 현재까지 나온 정책적인 문제에서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차라리 지금 방식의 소득주도로는 성장율을 올릴 없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폐기 처분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권 중기가 넘어가면 발뺌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같은 초기에 실책이었다 또는 공약이 너무 심했다라는 식으로 슬그머니 넘어가면서  폐기 처분하는 것이 앞으로의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옳은 길이라고 봅니다.

 

대신에 진보 정치 본연의 정신을 따라서 인권와 평등의 입장에서 보편적 복지를 하자라는 방향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봅니다. 차라리 민주당 강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로 돌아가자 입니다.

 

제가 문재인과 586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만, 그래도 정권이 망해서 대한민국이 망하기를 절대 바라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박근혜 정권 때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박근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썼듯이 지금도 비슷한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그때보다 절박한 것은 이러다가 정권 이후에 대한민국 진보가 망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 크긴 합니다만.

 

문재인 정권은 제발 하루라도 빨리 소득주도로 성장을 시키겠다라는 환상 같은 것은 버리고, 밋밋하고 재미 없어 보이지만 인권, 평등의 입장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부탁합니다. 성장과 복지는 독립적인 문제입니다. 성장은 성장을 위한 다른 정책을 고려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또 얻을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성장-복지 무엇이 먼저냐라는 끝도 없는 말장난에서 양쪽 진영이 벗어날 있는 계기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게 정권이 사는 길이요, 진보 세력이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