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의문인 점은 노무현 정부때 부터 현정부는 왜 그렇게 종전에 목숨을 거는가이다.
종전이 말이 종전이지 실재 종전협정의 의미는 알고있는가? 단순히 전쟁에 대한 종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승전과 패전을 규정하고 전쟁의 책임소지와 손해배상의 문제까지 복잡한 논의과정을 거치는 문제이다. 단순히 향후 남북관계 차원이 아니라 북한과 유엔군을 대표하는 미국의 역사적 이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의 책임소지는 누구에 있고, 상호간 배상을 이야기할 준비는 되어있는가? 과거 6자 회담을 통한 9 19합의에서 부시 측과 번역논란이 있었던 것도 한국의 종전에 대한 이상한 집착때문에 이루어졌다. 당시 부시는 노무현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결과물로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동북아 다자 안보체계에 대한 구상을 밝혔으나, 노무현은 종전에 대한 언급을 요구하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받은 사실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종전을 이야기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알다싶이 북한과 미국 모두 한국전에 대한 입장이 전혀다르다. 한국의 입장이야 미국의 입장과 일치하게 교육되어있고, 어떤 정부라도 여기서 벗어난 주장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물론 북한은 정반대의 입장을 이야기해왔고, 본시 미국과의 핵담판을 통해 한국전의 성격을 규정하고,여차하면 미군의 철군과 전쟁 배상금까지 요구하는 경제적 실리까지 추구하는 전략적 계산을 하였으리라 본다.

물론 오늘의 현실은 정반대에 있고, 북한이 쳐맞아 죽느냐 실질적인 항복문서에 사인하고(한국전과는 별개인) 얼마간이라도 정권을 유지하는가라는 기로에 서있는 마당에 기어코 미국에서 간첩아니냐 따위의 소리를 들어가며 싱가폴에 직원까지 투입해서 종전선언으로 밥숟갈을 얹으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언론은 현실적인 난관은 배제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희망에 찬 남북경협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의 희망은 6자회담 당시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이나 당시와는 상황이 현저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선 당시와 달리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전략적 위협이 되어 한반도에서 미군의 철군이 불가능케 된 것이고, 북핵은 개발단계가 아닌 완료시점에 와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북의 핵담판에 대한 강요가 미국의 안보지형에서 북핵문제를 제1순위에 올려놓았다. (6자 회담에서의 북핵은 순위밖에 있었기에 단계적이든 뭐든 가능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입장인데, 도람푸의 좌충우돌식 언급과 별개로 미국의 cvid에 대한 입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완고하다는 점이다. 오늘도 폼페이오와 김영철의 회담에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음이 확인됐다. 회담을 위해 김정은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핵문제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만찬장에서 강냉이를 내놓을 만큼 북한정권에 대한 미국의 불쾌감 표시, 회담 후 숙소로 돌아가는 김영철의 근심어린 표정에서 뭘 읽을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 거대한 판을 벌려 놓은 달통과 주변의 외교안보 라인의 안일한 상황인식에 우려와 근심을 전하고 싶다.

굳이 예측을 하자면 높은 확률로 북한정권은 붕괴될 것으로 본다. 그것이 협상에 의해 실질적인 항복문서에 사인하고 내부 혼란에 의해서든 미국의 북한 침공에 의해서든 8할은 넘을 것이다. 굳이 달통을 상찬해야 한다면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위 진보진영(달통과 전혀 뜻을 달리하는 나 같은) 전체가 그동안 한미간의 불협화음 때문에 통째로 날아가게 될 위험성도 상존한다. 그런 점에서 dj의 적극적 개입주의를 지지해온 평화당은 이쯤해서 발을 빼시라 권하고 싶다. 

그럼 나는 왜 이런 판단을 하는가?

아마 북미회담을 받을때, 미국내의 정치 사정때문이겠거니 했지만, 일주일 쯤 후에 뭔가 이상하다 최후통첩의 상황으로 가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확신이 드는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 자세한 사정들은 생각이 안나지만 큰 줄기는 존 볼턴과 폼페이오의 기용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트럼프는 본인의 20년전 로드맵을 그대로 시전하고 있다. '존나게 미친듯이 협상할 것이다. 그리고 안되면 예방전쟁을 할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라는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전쟁불사할 것 같던 인간이 왜 갑자기 회담을 받았을까, 바보가 아니라면 중국을 두고 제재 따위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다는 것도 알만한 인간이 뭐하자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단이 어떤 보증도 없이 왔는데도 비핵화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접수하고 북미회담을 발표하게 했다. 틸러슨이 국무장관에 있던 때에도 협상해야한다는 주장을 묵살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 상황을 보니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가 핵전쟁을 일으킨다던 주류 정치권이 이제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문한다. 그것이 의회에서 수많은 결의안과 의결로 입증되고 있다. 북핵에 이어 생화학과 인권문제, 더불어 주한미군 문제까지 말뚝을 박아 놓았다. 더불어 미국의 언론이든 전문가든 회담이 망하면 전쟁으로 간다는 것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트럼프의 벼랑끝 전술은 북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국내의 정치권과 여론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가까웠다고 보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북한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가폴 판문점에서 동시에 회담이 이뤄지고 트럼프 본인 말대로 미친 듯이 협상하고 있다. 더불어 어제까지도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는 비관적인 전망과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놓고 있다.

어제 오늘은 러시아까지 판에 끼어들었다. 남의 이야기라면 손에 땀을 쥘 만한 세기의 담판이지만 정작 우리의 문제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