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방금 알게 됐는데, 요즘 웹툰계에 뭔가 파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서너 편의 게시물을 읽어 보고 파악한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ㅡ어느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ㅡ그걸 본 사람들이 그녀가 목소리를 입힌 게임업체에 항의를 하였다.
  ㅡ게임업체는 즉각 성우를 교체하였다.
  ㅡ(위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자세히 알아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몇몇 웹툰 작가들이 덩달아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ㅡ분노한 웹툰 구독자들이 웹툰 사이트에 환불 요구 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ㅡ웹툰 작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런 독자들을 비웃는 발언을 하였다.


그렇게 웹툰 작가들과 독자들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까지가 현재 상황인 듯하다.
그리고, 저 사태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저 사태를 부른 남혐.여혐 문제를 생각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포인트를 건드리는 중요한 게시물도 하나 읽었다.
모 대학교수가 메갈리아 여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그녀들의 미러링 방식에 처음에는 찬동할 수 없었으나 그녀들이 그렇게 과격한 발언을 하기 시작하고부터서야 비로소 자신이 그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 그 교수의 말이었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가 부패한 기성 사회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던 과격파 청년 집단을 옹호하면서 저 견고한 자본주의 세상과 싸우면서 젊은이들이 이성을 견지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저들이 저렇게 폭력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누가 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겠느냐고 말하던 일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음.... 내 생각을 얘기하겠다.
미러링이란 용어도 난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미러링은 미러링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고약한 현상 앞에서 그 고약함을 똑같이 반사하여 돌려 준다는 건 얼핏 들으면 옳은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거울 앞에 일그러진 물건을 놓으면 똑같이 일그러진 상이 비칠 뿐이다.
일그러져 있다고 흉보던 대상의 결함을 반사하는 쪽 역시 똑같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여혐에 남혐으로 대응하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느냐고?
먼저, 난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부터 밝혀 두겠다.
나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다.
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 상대편 쪽에서 내게 반말을 하면 나도 반말로 나가고 욕설을 던지면 똑같이 욕설을 던지는 것으로 반응하곤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깡패가 주먹을 휘두르는데 고분고분 맞지 않고 함께 주먹을 휘두른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얼핏 같은 폭력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먼저 가해진 폭력과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서의 폭력은 구별되어야 한다.
가만 있는 상대를 선제 공격하는 것과, 그런 폭력에 당하고 살지 않으려고 공격하는 것이 어디 같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메갈리아 여자들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보는 거냐고?
이에 답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 남자들을 향한 그녀들의 폭력을 과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녀들에게 한충남이니 뭐니 하고 불리며 공격받는 한국 남자들이 과연 그렇게 공격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일까?
일단 시간적으로 남자들 쪽에서 김치녀니 된장녀니 하며 한국 여자들을 모욕하기 시작한 것이 먼저이기는 하다.
그래서 메갈리아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이 얼핏 자기 보호를 위한 폭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데, 그렇게 여자들에게 선제 공격을 한 것이 과연 전체 한국 남자들이었던가? 일부 찌질한 남자들 아니었던가?


애당초 메갈리아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을 싸잡아 모욕하고 공격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먼저 된장녀란 표현부터ㅡ
정작 식사는 시원찮게 하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커피를 마시는 허영심 많은 여자들을 아마도 된장녀라 부르는 듯하던데, 그런 허영심이 남자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고 여자들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지, 설령 여자들만 그런 허영심을 갖고 있다고 치더라도 그런 여자들이 비단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왜 하필 토속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된장녀란 이름을 그녀들에게 붙인 건지.... 하는 의문들은 일단 접어 두자.
분수에 넘치는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이 슬기롭지 못한 소비 행태이기는 하지만 그게 정말 그렇게 비난씩이나 들어야 할 행동일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이 점 역시 건드리지 말자.
아무튼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이 과연 욕먹을 일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대한 논란은 별로 일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된장녀란 호칭에 대한 여자들의 불쾌감은 자신들은 별달리 고약하게 행동하지 않았는데 왜 전체 여자들을 싸잡아 욕하느냐 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치녀라는, 다른 내용 아무것도 없이 그저 한국에서 태어난여자들을 가리킬 뿐인 호칭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단지 한국에서 여자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으로 싸잡혀 욕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거기에 더하여 서양 여자들에 비해 가슴이 작니 얼굴이 크니 하고 외모에 관한 조롱까지 받는다는 사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인 대상으로만 취급받는다는 사실이 여자들을 분노케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분노하여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분노는 그렇게 조롱받고 공격받은 그녀들만이 느끼는 것일까?
자신의 여동생이나 여자친구 역시도 바로 그런 일을 겪으며 살아야 함을 알고 있는 남자들은 함께 분노하지 않을까?
다시 묻는다.
여자들을 그렇게 공격하는 것이 전체 한국 남자들인가?
아니, 메갈리아 여자들에게 다이렉트로 묻고 싶다.
그대들을 그렇게 공격하는 것이 전체 한국 남자들인가?
그대들을 향한 그 저열한 폭력에 단 한 순간도 동조한 적 없고 가끔씩은 그대들 편에 서서 그들에게 항의하였을 수도 있는 남자들까지도 한국 남자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모욕하는 것은 표적을 잘못 선택한 것 아닌가?
미러링의 목적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상대에게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함으로써 그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만드는 데 있을진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미러링을 하는 것은 오류 아닌가?
일부 여자들의 잘못을 마치 여성 전체의 속성인 양 규정하고는 그대들을 일괄적으로 공격하는 행태에 분노하였던 그대들이 어째서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는가?
죄없는 상대를 부당하게 공격하던 그 남자들의 행동과 지금 그대들의 행동이 뭐가 다른가?
한국 여자들의 가슴이 작다는 조롱은 저열하고 한국 남자들의 성기가 작다는 조롱은 저열하지 않은가?
일부를 전체로 확대하는 모습, 상대에게 고약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에게서 인간성을 박탈하고 '타자'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에서부터 야비한 성적 조롱을 던지며 즐거워하는 모습까지 그대들은 저 찌질한 남자들과 대단히 흡사해 보인다.
그대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남자들을 그대들이 닮아 가는 것은 그대들 자신을 위해 불행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