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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함의 수준이라면 연필 님의 지적이 맞습니다. 과거 극심했던 흑인차별과 전라도차별을 같은 레벨이라고 우길 수는 없죠.
저는 전라도차별을 흑인차별 수준으로 심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제가 흑백차별과 비유하는 건 해결방법이 동일한 논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든 말든, 흑인이 강해지든 말든, 백인들의 흑인차별은 계속될 겁니다. 안 없어집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얻게 되는 결과는 '차별이 줄어든다'뿐입니다. 완전히 없애는 걸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 역사를 간략하게 다룬 책을 읽어 보니, 미국이 독립할 시기에 노예주와 자유주라는 게 있었다고 합니다. 흑인을 노예로 삼는 주가 노예주이고, 흑인 노예를 금지하는 주가 자유주였다고 하더군요. 흑인 노예에 대해서 독립할 당시부터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었는데, 남북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어느 쪽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법으로 금지하고, 남북전쟁을 치르고서야 흑인 노예를 없애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노예제도가 금지된다고 해서 금방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온갖 피비린내나는 사건들이 일어났죠. 그러다가 약 150년이 지난 뒤에 흑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이 사건은 제게 한 가지 결론을 주었습니다. '먼저 제도를 바꾸면, 나중에 의식이 바뀐다'
전라도 사위를 보기 싫다고 하면 결혼은 어렵겠죠. 하지만 그 부모를 지역차별금지법으로 소송을 걸 수는 있을 겁니다. 승소한다는 보장은 없지만서도요.
지금은 전라도가 특별히 차별당하는 것은 거의 없어졌다고 느낍니다. 80년대 90년대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물론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지역에 뭘 준다고 하면 입을 다물면서 전라도에 뭘 준다고만 하면 지롤을 하는 애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로 지역차별의 경우는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정부 예산에서 우선 순위와 액수가 항상 뒤로 밀리는 경우입니다. 경상도는 여기에서 항상 이득을 봤죠. 둘째는 정부와 공공기관과 기업의 인사에서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직과 승진에서 항상 뒤로 밀리는 경우입니다. 인사가 항상 공정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다면, 억울하게 느끼게 됩니다. 억울한 사람이 추석날 설날 고향에 가서 억울하다고 얘기하면, 그게 널리 퍼지게 되고, 들은 사람 모두가 같이 억울함을 느끼게 되겠죠. 셋째는 공공연하게 지역을 들먹이면서 비하하는 것입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일을 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유독 전라도 사람들은 이런 일을 당하곤 합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저절로 사그라들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드 [보스턴 리걸]에서는 기똥찬 소송이 많이 나옵니다. 흑인차별로 소송이 나올 수 있다면, 지역차별로 소송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이긴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소송을 걸므로써 지역차별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생길 겁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보니, 미국의 회사에서 사원을 모집할 때 내는 서류에 성별이나 용모를 적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항목을 놔 두어서 질문하면 차별로 인한 고소를 당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역으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장인 될 사람이 경상도 출신이라서 너와는 결혼을 못 시키겠다'고 남자측에서 말한다면, 그 경상도 신부 부모가 얼마나 억울해 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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