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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그 때문에, 남북한의 평화공존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와 도전을 유발할 것이다. 특히 남한 진보파와 지식인들은 그 때문에 불안감이 많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한 평화공존 체제에서, 남한의 파트너는 남한의 일부 지식인이나 민족주의자들이 꿈꾸는 ‘이념적인 북한’이 아닐 것이다. 사실상 남한과 매우 오랫동안 공존할 휴전선 이북의 국가는 봉건주의 시대 귀족과 매우 유사한 세습 엘리트 계층이 통치하는 개발독재 국가이다. 이 개발독재 국가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보다 인권 침해 규모도, 노동운동 진압도 훨씬 광범위하고 매우 심할 것이다. ‘개발독재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는 핵무기를 협박외교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유감스러운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물론 남북한 관계의 악화를 회피하기 위해서, ‘개발독재 북한’의 그림자에 눈을 감을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될 경우에, 남한은, 특히 남한 진보파는 1960-70년대 미국의 대한(對韓)태도와 매우 비슷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당시 미국은 박정희 정권이 인권침해를 많이 저지르는 것을 알았으며 미국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들도 반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한미동맹 유지와 남한에 대한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역설적으로 당시 미국의 태도를 열심히 비난해 왔던 남한 진보파는 사실상 똑같은 노선을 선택할 것 같다. 차이점은 김정은식 개발독재는 박정희 개발독재보다 인민들의 피와 땀이 훨씬 많이 흐를 것 같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필수적으로, 역사에서 이와 같은 타협이 불가피하고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상주의가 많은 진보적 지식인과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객관적인 모순 때문에 윤리적인 고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김정은정권이 노동 운동을 탄압하고, 비판적인 경향이 있는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증거가 많이 노출된다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윤리적 타협이 많이 공개화돼 버릴 것이다.
사실 남한진보를 너무 쳐준 것 같기도 하네요. 남한진보가 나이브했지 언제 저런 치열한 고민을 하며 북한을 대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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