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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보면, 20세기 정치 이론보다는, 19세기 정치 이론이 더 들어맞을때가 많습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맑시즘 유물론이죠. 한국 정치의 수준은 정치 구성원 스스로가, 이런 유물론 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치에 대해서 어떤 정책 아이디어나 정치 공학을 통해 주도하고 풀어나갈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죠.
하지만 정치란 것은 철두 철미 하게 물질적 토대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토대를 벗어난 정치는 존재할수도 없고, 존재하더라도 지속 불가능 합니다. 일정한 토대 없이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는게 가능할까요? 노조 없이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가능할까요? 정치란 정책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선택하는 지적 작업이 아닙니다. 조직화된 이익 추구를 교통정리하는 작업이고, 정책이란 결국 어떤 이익 추구를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죠. 그리고 특정한 이익 추구를 중시하기 위해서는, 그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과 함께 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왜 실패했을까요? 사실 노무현 정부의 시작과 끝, 성공과 실패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이론의 거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할수 있습니다. 운동권으로서의 의식과, 중산층이라는 존재를 가졌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권력집단은 시간이 갈수록 "존재"에 충실한 이념과 정책을 노정했죠. 이 말은 강남에 아파트 가진 운동권 386이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는 말이 아니라, 서민 대중이라는 "존재"의 이익을 대변할 어떤 정치적 조직이나 통로도 없었고, 따라서 강렬한 의식외에는 진보적 정책을 구현할 조직적 토대가 없었던 권력 집단이 테크노크라트와 재벌(삼성)의 논리에 젖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민통당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얼마나 더 서민대중의 이익을 구현할 조직과 통로를 갖고 있습니까? 저는 그때로부터 아무런 차이점이나 발전사항을 발견할수 없습니다. 지금 민통당이 일찍이 주장했던 "복지"니 "무상"이니 하는 프레임을 끌고 가지 못하는 이유는, 언론 플레이를 못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민통당이 그런 정책을 구현할 물질적 토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몇 중도개혁파 지식인의 시민단체 수준의 정책 브레인스토밍, 정책 백화점이 복지를 구현하는게 아니죠. 차라리 전통적인 국가주의를 배경에 둔 새누리당이 국가 시혜주의 복지를 과감하게 추진할 능력이 더 있습니다. 애초에 북유럽의 복지 국가 자체가 노동자 대중의 강력한 협상력이 정당정치의 공간에서 구축된 결과인데, 그런 조직화가 없는 민통당 집단이 의미있는 복지를 구현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것은 경제 민주화 의제도 마찬가지죠.
2012.03.12 17:19:53
좋은 글 잘봤습니다. 사회주의 담론에 대중들이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긴 했지만 유럽의 처칠, 비스마르크 같은 보수 세력들이 시행한 게 복지 정책이었죠.
2012.03.12 17:41:34

이거 왜 이러십니까? 지금 남아있는 민통당의 노무현 세력이 강남 운동권 386이라는 물적 토대라는 존재적 한계 때문에 보편 복지 정책을 못할 것이다구요? 노무현의 사도들은 그런 것마저 뛰어넘는 이른바 "진정성"이라는 영혼의 범주에 속한 절대반지가 있습니다. 제아무리 유물론 냄새나는 정치이론으로 노무현 세력을 공격하는 한, 이러한 종교탄압은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2012.03.12 18:57:04
네, 좋은 지적입니다. 지금의 민통당은 복지국가를 구현할 만한 물질적 토대, 좀 더 쉽게 말하면 인적자원이
없다는 말씁입니다. 네 동의합니다.
1. 그런데, 역으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바로 진적의 민주당은 복지국가를 구현할 만한 물질적 토대가
있었나요?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이지요?
2. 제 생각에는 현재의 진보통합당도 그 물질적 토대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다면, 차라리 박근혜가
(국가주의 입장에서) 가장 나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박근혜의 뒤에 존재하는 재벌과 기득권 때문에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현재 어떤 정치세력이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 역량이 가장 많을까요.
(진보당이 그럴싸해보이긴 하지만, 권력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0에 수렴하기에 제외시킬 수밖에 없군요.)
2012.03.13 02:43:52
정말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진보진영에서 많은 분들이 노무현정권을 거의 비슷한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의 실패를 규정할 때도 같은 관점을 유지하는 주장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노무현은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권입니다. 결코 진보정권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벌럴한 정권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노무현은 한국정치의 우선과제를 정치개혁이고 정치개벽을 위해서는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 생각이 왜 틀릴 수 밖에 없냐고 하면, 님이 지적하신 거처럼 물적 토대를 가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정치적 기반도 없이, 물적토대도 없이 지역갈등을 해소해서 정치개혁을 한다?
결국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양쪽에서 십자포화를 맞습니다.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국정당을 만들면 지역갈등이 해소된다? 이건 도치된 생각입니다. 지역갈등을 만든 원흉이 정치권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노무현이죠. 그렇다면 정치적 개혁을 해야 지역갈등이 완화될 겁니다. 그런데 지역갈등부터 해소해서 정치개혁하겠다는 생각, 이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위, 비행소년님의 지적도 정확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박근혜당이 복지국가의 물적토대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시혜를 통해서? 시혜적 복지는 복지국가를 이루지 못합니다.
제가 1999년도 경에 쓴 글이 있습니다. 시혜적 복지개념을 청산하지 않는 한 진보와 복지진영은 손잡기 어렵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바른지적을 하셨지만 결론이 왜 박근혜당이 낫다는 것으로 점프하는지 의아합니다. 그리고 박근혜가 전통적국가주의정당을 주장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러기에는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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