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그저 균형추를 맞춘다는 견지에서 일반론을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몇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통진당과 관련된 일련의 판결에 대한 제입장과는 무관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1) 통진당 해산사건은 신중하게 판단해야할 사안이 분명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졸속의 의미가 아닌 최대한 다른 사안에 우선하여)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이 많았고 이에 헌재는 이미 연내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습니다.
정당해산심판의 경우 (비록 이번 사안에서는 가처분이 신청되지 않았지만) 정당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이 가능하므로 최대한 결정을 신속히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입니다.
2)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의 선후에 대한 비판은 그저 볼멘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능적으로 서로 독립적인 기관인데다가 비록 상호간에 연관성을 부정할 수는 없더라도 양자의 소송물도
엄연히 다른 것이고, 더욱이 헌재의 결정주문은 대법원에 기속력이 있을지언정 법원의 판단은 헌재에
아무런 기속력이 없는 양자의 구도로 본다면 헌재의 결정이 선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3) 판례를 비판함에 있어서는 법리와 일반논리가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일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 반면 논리는 지향점이 없이 그 자체의 완결성만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법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논리칙만을 근거로 판례를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그저 '해석을 불허하는 관념법학'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지향점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컨대 동해보복이 금지되는 이유를 순수하게 논리칙만을 근거로 부정할 수 있습니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갑이 을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따라서 을도 갑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은 공평하다
을은 갑의 다리를 부러뜨려라 쾅쾅쾅!
논리적으로 수긍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판결을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4) 법이라는 제도적 산물 자체가 일정한 가치와 필요성이 선행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법해석도 마찬가지.
법해석은 충돌하는 가치간의 이익형량 과정이고 따라서 일반적인 논리칙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법부의 무오류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의 논리적(?) 결론이 판결과는 다르다고 해서 사법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짜맞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자승자박입니다.
본인 또한 결론을 정해놓고 판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입니다.
5) 법의 목적, 사법부의 궁극적인 존재 가치와 기능으로서의 '정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대강 법논리가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이라고 하면 대체로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을 인지했을 때 직관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인간인 이상 자연스런 작용이고 이것은 법관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법관은 그저 '법조문과 그에 대한 해석'에 대한 풍부한 지식만을 바탕으로 사안을 기계적으로 재단해버리는
앵무새가 아닙니다. 자신의 법관으로서의 객관적 양심. 자신의 법리를 바탕으로 개별 사안에 따라 최대한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 법관의 직무입니다. 따라서 법관에게 있어 창의력은 구체적 타당성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다만, 다만 이러한 창의력도 어디까지나 법의 근본취지에 부합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외..
6) 실체적 진실과 입증된 사실은 다릅니다. 증거재판주의는 입증된 사실을 기초로 한다는 것인데, 입증이라는 것 또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그 정도가 다릅니다. 따라서 설사 여러분이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 주문과는 모순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7) 사법부에 있어 사법보수주의, 사법진보주의는 일반적인 보수, 진보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여기까지만..
아모르파티님/1. 님의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그 중 2)항에 대하여는 '직접적으로 저의 본문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저의 본문을 오독하신 것이라는 판단에 설명을 드립니다.
2. 볼멘소리라면, 그 볼멘소리는 제가 한게 아니라 흐강님께서 하신 것입니다. ^^
흐강님께서는 이렇게 쓰셨죠.
뭐가 급하다고 대법원 판결전에 결심하고 한달도 안되어 판결을 내린답니까. 그 방대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다른 헌법소원도 그렇게 빨리 처리해주면 고맙겠는데(문단은 제가 수정했습니다. 흐강님의 혜량을 바랍니다.)
반면에 저는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물론, 헌재가 민사절차이기 때문에 결정에 대하여 느슨할 수 밖에 없고 대법원은 증거주의에 입각한 형사적 절차이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시각차이 때문에 헌재와 대법원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국민들은 국가의 최고기간 두군데서, 그 것도 간격이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혼란스러워할겁니다. 그렇다면 국정 통수권자로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것은 차단하는게 임무이고 6개월만 기다려도 되었는데 박근혜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일까요?
첫번째, 저는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의 기준'이 각각 '민사'와 '형사'로 다르며 (예로,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증거주의 원칙이 절대적인 대법원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번째, 그래서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하여 저는 박근혜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 물론, 이런 저의 주장에 대하여 님의 다음 설명은 헌재가 먼저 판단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만
1) 통진당 해산사건은 신중하게 판단해야할 사안이 분명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졸속의 의미가 아닌 최대한 다른 사안에 우선하여)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이 많았고 (하략)
첫번째, 해외의 경우(독일) 헌재의 판결 특히 정당해산의 경우에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며
두번째, 물론 한국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6개월이라는 시한이 있기는 합니다만 국보법의 경우를 판단해본다면 재심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이라는 시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세번째, 비록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대법원의 판결을 헌재에 대입한다면 6개월이라는 기간내에 결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대한민국이 큰 위험에 빠진다는 헌재의 판단은 '과잉'이라는 것입니다.
네번째,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을 해산하는데 외부의 요구가 판단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시켰다는 논리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현재와 같이 시급히 해야 했다면 6개월 이내에 판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큰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헌재의 판단기준이 대법원하고 아무리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증거주의원칙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추가) 왜냐하면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 관련하여 언급되지 않은 정치적 용어인 '정당특권'은 대의민주주의 관련하여 키워드로서 헌재의 판단 기준이 '민사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초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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