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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활의 발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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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괴물은 되지말자."
저 말이 왠지 감명 깊더라고요.
우리 사회를 보면 괴물들이 너무 많죠.
소위 말하는 한나라당 패거리나 재벌 등의 기득권, FTA 협상할 때 미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협상문조차 제대로 안 살펴보는 테크노크라트 등 우리가 한 편으로는 욕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려워하는 괴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할 때 예수, 부처처럼 고상하게만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죠.
거대한 폭력과 갖은 꼼수를 갖고 덤비는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도 괴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있겠습니까?
그들이 폭력을 쓴다고 해서 우리도 폭력을 쓰고, 그들이 꼼수를 쓴다고 해서 우리도 꼼수를 쓴다면, 결국 그 괴물을 몰아내봤자 우리가 또 다른 괴물이 된 채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뿐입니다.
한나라당과 맞서려면 어쩔 수 없다.
그 정도 쯤이면 괜찮지 않느냐?
라는 사람들을 보면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과연 그들이 괴물을 "제거"하고 싶은지, "부러워" 하는지 감이 잘 안 오기 때문입니다.
아니 솔직히 그들은 괴물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대로 괴물을 몰아내고, 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때 벌어지는 일?
바로 참여정부 때처럼 이름만 바꾼 괴물, 어쩌면 더 탐욕적인 괴물이 되는 거죠.
앞장 서 재벌의 일을 대변해주는 FTA 추진.
부동산 투기하라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부동산 잡을 대책 무시.
권력 되물림하라고 로스쿨 등 도입.
계급 고착화되라고 비정규직법 개악.
반대하면 떼쓰기라고 무시.
더 반대하면 폭력으로 진압.
무시무시하죠.
괴물인 한나라당만 막으면 된다?
한나라당을 막는 것이 중요한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 괴물들을 제거해야죠.
그런데 그 괴물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괴물이 되면 참여정부의 재판이 될 뿐입니다.
그리고 나서 더 악랄해진 괴물들을 맞이하게 되겠죠.
요즘 분위기를 보면 참여정부 당시 괴물이었던 것들의 반성은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떠받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만 몰아내면 된다는 또 다른 괴물들의 출현이 우려되는 상황이네요.
물론 괴물이라는 한나라당을 몰아내고 뭘할지는 모른 채 그저 한나라당이라는 괴물만 몰아내면 다 해결될테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우리가 괴물이 되어서라도 그들을 물리치자는 거죠.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도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라면 차라리 괴물을 상대하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괴물들이야 원래 괴물이었지만 "사람", 적어도 사람 흉내라도 내던 이들이 괴물이 되는 건 괴물의 세력확장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또한 새롭게 생긴 괴물들은 의례히 더 악랄하기도 하니까요.
우리 사람이 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고, 괴물은 되지맙시다.
어려우면 돌아가고, 돌아가기 힘들면 쉬었다 라도 갑시다.
질러갈 생각에 괴물이 되지 말고요.
2011.10.30 13:37:34
음... 이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은 괴물 아닐까요?
저 또한 재벌, 한나라당, 호남차별(지역주의), 천민자본주의 등에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누가 제게 "넌 진정 순수한 '사람'이냐" 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저같은 사람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라도 '큰 괴물'을 내쫓기 위해 '작은 괴물'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작거나 크거나 어차피 똑같은 괴물이니 '큰 괴물'을 방관하자는 '사람'이 하는 비토는 과연 얼마나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작은 괴물도 사람도 (어쩌면 큰 괴물도) 큰 틀 내에서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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