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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은 입이 닳도록 써먹지만 정작 아담스미스 사상의 진짜 핵심인 저 말은 잘 모릅니다. 어디 근본없는 듣보잡 좌좀 빨갱이의 무식한 헛소리인줄로만 알지요.
이 나라 혹은 이 체제의 문제는 딴데 있는게 아니라, 국민들이 양질의 노동을 하게끔 만들어주지 못해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겁니다. 국민들이 양질의 노동을 하지 못하니 국가가 부강할 수가 없는거고, 흐강님이 열거하신 모든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거죠. 국민의 다수가 비정규 단순 노동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는데 무탈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구요.
그럼 왜 이 체제는 점점 국민들이 양질의 노동을 할 수 없게끔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또 마르크스 나오고 블라블라 해야 해서;;
흐강님/
님께서 무슨 말을 하시고 싶은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제목이 좀 선정적인거 같네요. 잘못하면 보수에게 역이용 당할 여지도 많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금융위기는 분배가 제대로 될 때라도 올 수 있습니다. 사실 분배와 큰 상관은 없습니다. 흐강님처럼 말하다보면 실은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보수도 비슷한 입장에서 "성장"이 잘되면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다라고 신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배경에도 마찬가지의 경제위기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라면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까 합니다. (주류 경제학적인 사고방식에서 보자면) 어짜피 경기순환에 의해서 금융위기를 포함한 경제위기는 일정한 때가 되면 오게 되어 있습니다. (마르크스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자본주의의 모순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죠.) 하여간 경제위기가 옵니다. 그런데, 분배가 제대로 되어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에서는 경제위기는 (흐강님의 말씀하신 논지처럼) 그 여파가 적어서 위기를 극복하기 쉽다. 이렇게 말이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살펴보면 70년대 경공업을 시작으로 8-90년대 중화학공업, 2000년대 반도체산업과 아파트 가격 상승에 의한 건설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부동산’은 ‘사람’처럼 새로운 재화를 생산하지 않는 고정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5억에서 10억으로 오르면 실제 집은 그대로인데도 내가 가진 자산은 늘어났다고 생각해서 소비를 늘리는 걸 경제학에서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 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투기를 하고, 빚을 내던 게 한계에 이르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찾아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재임기간 동안에 건설업을 대신할 새로운 주도산업을 찾아야 했는데, 다시 건설업에 기대고 말았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돈을 투자하는(분배하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건설업 일자리는 많았어도, 지금은 아무리 좋은 아파트나 호텔, 콘도를 지어도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바가 타 산업에 비해서 미약합니다. 따라서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으로 건설업을 점찍는 것은 과거 지향적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반도체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며 이전의 일자리를 흡수하듯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지원과 일정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임기 내 성장 지표만 따지는 것이 근시안적인 정책이구요.
우리는 지금 일본의 순서를 우리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과거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보면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사라지는 건설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도 없는 농촌에 공항과 다리를 만들고 바다를 메워서 농토를 만드는 황당무계한 경제부흥을 했던 것이 아직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자리잡았듯이 국제 경쟁력과 관련없는 아파트나 부동산 중심의 경제운용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집니다.
새로운 트랜드와 기술, 새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투자, 건설업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게 만드는 직업교육,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급여를 보전해주는 다양한 사회복지 제도를 확충하지 않고 과거 성장에 매달리는 정책은 오히려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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