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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데, 대안으로 제시하신 '계몽적 방법으로 의식이나 문화를 바꾸면 된다'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의식은 물질적 이해관계의 반영물이기 때문이죠. 즉 그런 의식을 가지게 하는 물질적 이해관계를 그대로 두고 계몽으로 의식이나 문화를 바꾸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남아공 백인들의 인종차별의식과 문화와 제도를 바꾼 것은 ANC의 투쟁도 중요했지만 남아공에 대한 경제재제가 결정적이었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역시 북부가 공업화되지 못했다면 아직도 남부의 흑인들은 노예취급을 당하고 있었을겁니다.
지방 문제의 대부분은 "동일한 수고를 했을 때 서울이 지방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가 빚어낸 현상입니다. 수도권우월주의와 지방천시문화는 그것의 산물일 따름이고요. 이것은 더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진출한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나라를 한국의 원주민들이 비하하고 천시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입니다. 계몽만으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천시문화를 개선하는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요.
결국 지방 문제는 '동일한 수고를 했을 때 서울과 지방이 동급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가 되어야 비로소 해소될겁니다. 여기서 소득이란 단순한 임금뿐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득' 이라는 의미이고요. 현재 서울과 지방 사이에는 주거비용, 길에서 버리는 시간낭비, 콧속에 빼꼼한 먼지등의 핸디캡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소득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간 소득의 고른 분배가 우선적이고, 그걸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자명하지요. 인프라의 균형 투자는 당근 껌이고, 소득의 원천지인 기업들이 고루 분산될 수 있어야 하고,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할겁니다.
<수입만 일정하면 지방에서 사는 것, 아주 좋습니다> 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 그게 핵심인 것이죠.
겟살레/
저는 사람들이 물질질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물질적 이해관계때문에 개별적으로는 범죄를, 집단적으로는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것이 합리적인 판단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죠.
한 때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런 담론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동산을 주거가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겉치레를 위한 과도한 소유욕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다. 따라서 그런 잘못된 생각을 이성적으로 설득하여 계몽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담론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뒤집은 것이죠. 현재 모종의 이유로 집값 상승이 멈추자 사람들이 알아서 부동산을 주거 개념으로 바꾸어가고 있고 겉치레식 큰 평수보다 작은 평수를 더 선호하며 정부가 집을 사라고 고사를 지내도 구매를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방 문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물론 지방에서 사는게 더 나음을 설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문제 해결의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으로써 제시되는 담론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운 이유이죠.
저는 정말로 지방에서 사는 것이 삶의 질이 더 높다면, 굳이 사람들을 계몽하지 않고 서울에서 눌러살라고 고사를 지내도 탈출 러쉬가 벌어질거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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