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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가 일전에 올린 중국 기녀의 사랑 이야기에 관한 몇 개의 해석들입니다.
1. '사랑' 역시 '진실' 만큼이나 그렇게 아주 약하고 섬세한 것임을 아흔 아홉밤만에 깨달은 선비는, 그 자리를 떠남으로 그 사랑을 손상하지 않기로 함
2. '사랑' 자체에 대해 내린 선비의 결론은 1과 같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기녀가 바로 그러한 사랑의 대상으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다가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결론 내리고는, 아흔 아홉밤을 낭비한 것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속물적인 본전 생각도 없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쿨하게 떠남
3.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무려 아흔아홉밤을 인내하고서 단 하루를 더 못 기다려 결국은 얻지 못하는 위 이야기에서 보여지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기를 또 사랑받기를 원하며 평생을 살다가 완전한 사랑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깨닫지 못하고 목전에서 포기해버려, 결국은 그저그런 평범한 사랑에 머무르고 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4.기녀의 입장은... 그냥 심플&경박하게 해석하여, 고금의 연애룰인 'playing hard to get' 혹은 '나는 최소한 백일을 인내하며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라는 자존감 내지는 자만심, 아니면 그저 단순히 사랑의 진위여부 또는 깊이를 가늠해보기 위한 테스트. 그러나,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기녀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그녀의 행동은, 나름 한 여자로서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수도 있는데... 백일째 되는 날 선비가 떠난 쓸쓸한 빈자리를 보게 될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처연하다. 자신이 아흔아홉밤동안 한 남자의 사랑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5. 둘은 처음부터 알았다. 백일을 인내해도 사랑을 이룰 수 없는 각자의 너무도 다른 처지에 대해 슬플 만틈 잘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보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다. 온전히 서로를 생각한 아흔 아홈밤...그걸로 충분한거다. 서로에게.
6. 선비보단 기녀의 사랑이 깊었다. /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부끄럽고 연약한 마음에...단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것이다... / 그러나 마음이 저지른 일을 마음이 이해하는게 사랑이라면 /선비는 기녀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 선비는...외로움에 지쳐 떠난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이 말하는 단 한 시간의 기다림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때때로 하루보다 더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밀당'의 고전 같은데요. 99일에는 선비의 진심을 알고도 남았을테죠. 기녀가 더 애가 탔을 겁니다. 이제 기녀가 선비를 찾아갈 차례지요. 선비가 의자를 가지고 간 건 그런 의미라 생각합니다.
매우 재밌고 '현대적'인 해석이네요.. ㅎㅎㅎ 사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영화 시네마 천국에 이 중국 고사를 차용 비슷하게 한 이야기가 나오죠. 알프레도가 꼬마 토토한테 이 이야기와 아주 흡사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토토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청소년이 되어서 한 눈에 반하게 된 엘레나한테 바로 이 수법을 써먹습니다. 제 기억으론, 엘레나가 100일째 되던 날, 토토가 카운트다운 달력을 찢는 그 순간에 찾아와 둘이 첫 키스를 나누게 되지요. 덕분에 엘레나는 토토의 일생 동안 잊지 못하는 여인이 되버리고 맙니다. 전 사실, 토토가 엘레나를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라 토토가 이 수법을 실천에 옮긴 그 여인이 바로 우연하게도 엘레나 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 그 이야기를 들었던 토토는 궁금했던 거죠. 정말 그 행동을 통해 여인의 마음을 얻게 될 수 있는지.
'빨간 탁구공의 비밀'이나 '나폴리탄' 비슷한 류의 이야기로 생각되는군요. 공포 대신에 사랑과 새드엔딩을 곁들여 뭔가 간지있어 보이는 듯한 스토리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작자 자신도 모르는 이유를 찾아서 답을 만들려는 시도야말로 시간낭비에 불과하죠.
숨바/전 이글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심리는 항상 흔들립니다. 특히 사랑, 남녀관계에 있어서 더욱 그렇죠. 심리적으로 어린 사람들은 특히 관계가 이루어 지기 직전 가장 크게 망설입니다. 과연 가질 가치가 있는 일일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어린 동생이 동네에서 예쁜 아이 한명과 사귀어 보겠다고 열심히 뭔가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걸 건네 주려던 순간... 그래서 그 다음에는 뭐 하려고?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른 사람에게 주던가? 아무튼 돌아서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우리 대부분에게는 이런 심리가 있습니다. 대상관계학파에서는 대상에게서 일관적인 애정표현을 내재화 하지 못해 경계선적 성향이 남아 있어서 분열(split)이라는 원시적인 방어기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성인이 이성관계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이 일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화가 사람들에게 뇌리에 남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 심리적 기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비는 자신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사랑다운 사랑은 애초에 백일을 내 집 앞마당에서 기다려달라는 장난스런 요구따위 하지 않아요. 처음 기생이 좋았던 건 그녀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는 조급증이 큰만큼 좋았던 것이고, 기생이 백일의 시간을 부여해 주었을 때는 희망이 생겨서 감흥이 덜하긴 하지만 아직은 고지가 멀어보인만큼이나 좋았던 것이고, 99일째 된 날엔 기생이 자신을 쉬이 받아줄 때가 바로 내일로 바짝 다가온만큼이나 시큰둥해진 거에요. 하루를 더 이 앞마당에서 보냈다간 내 마음 속에서 불타던 사랑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기생을 가져보진 못했지만 기생이 선비의 마음을 받아주겠다고 하는 그 날은 어쩌면 인간의 변덕이 모든 것을 망쳐버릴지도 모를 파괴의 날이기도 해요. 그건 사랑이 아니고 불장난이잖아요.
그치만 여전히 우리로선 알 수 없는 일이죠. 오히려, 선비가 99일째날 기생집 앞마당을 영영 떠나고 입을 다문 그 속은 어쩌면 자신의 '사랑하던 상태'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어요. 정말은 초인적인 극기력을 가지고 어렵게, 무지 어렵게 결정내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후자가 더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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