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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원숭이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사소하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입니다. 아침에 1개 더 받으면 그 만큼의 이자 소득이 발생합니다. 거기에 - 역시 사소하지만- 현찰을 조금 더 빨리 확보함으로 운용 범위도 커집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둘의 권력관계를 보면 어떨까요?
원숭이들이 아침에 3개를 주든 4개를 주든 똑같으니 그냥 순응하겠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 뒤부턴 저공의 일방적인 발표만 있었을겁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고칼로리 도토리가 개발되었으므로" 심지어 "적정 임금 수준을 위해"나 "구조조정상" 3개가 2개로, 다시 1개로 줄었을 지도 모르죠.
눈물겹다면 눈물겹지만 원숭이들은 아침 4개를 확보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주인인 저공을 견제하는 효과를 누렸던 겁니다.
아니라구요?
지금도 저런 류의 설명은 많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루이의 목을 잘랐지만 돌아온건 보나파르트의 황제 등극이다. 바뀐건 없건만 피만 흘리는 우매한 민중"류의 설명은 지금도 넘치고 넘칩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매우 씁쓸하지만 저 고사성어는 냉혹한 현실의 어떤 면도 보여줍니다. 그건 다수 군중, 혹은 대중은 자신의 이해관계나 요구를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진 못한다는 것입니다. 노예제 시대, 혁명을 하지 않는한 노예들의 '비굴한 저항'을 보는 것도 유쾌하진 않습니다.
왜 갑자기 고사성어를 인용하는지 궁금하시겠지요. 예,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백수광부님의 글들을 보다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의 이율배반적인 측면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백수광부님은 증세에 대한 비판이 높다는 점을 들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잘 먹힐 수 있는 이슈는 복지보다 공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일단 이 주제 자체는 너무 포괄적이므로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여론조사만 갖고 이야기를 해보죠.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봅니다. 가령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과제'를 놓고 여론조사하면 과거와 달리 '복지'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증세' 여부를 물으면 다시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무상 급식의 경우 조사 주체나 기타 등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론조사를 하면 어떨까요?
"이미 상당수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반면 우리 구에선 - 대충 오세훈식 논리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구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에 찬성, 반대?"
물으나 마나 다수가 '찬성'할 겁니다. 왜냐면 자기만 손해볼 수는 없으니까!
무슨 이야기냐.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다수 대중은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논리'가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복지는 좋다, 그렇지만 복지 논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관철될 경우 세금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될까 두렵다"이죠.
쉽게 말해 복지는 대세입니다. 벌써 대중은 그 후유증을 두려워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아닐까요?
그렇다면 반문하죠. 지금처럼 복지 문제를 놓고 중앙언론과 한나라당이 들썩인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외국 사례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오는건 처음이죠.
전 오늘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재원 한도내 복지 or 증세 감수"를 묻는 결과에서 증세 감수 지지율이 무려 27프로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들어 백수광부님은 복지에 대한 열의 자체가 높지 않다, 그래서 선별 복지를 더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시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왜냐면,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어느 시기든 '증세'를 지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당장 민주주의부터 세금문제에서 시작되엇으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복지는 증세없이 언제나 한정된 재원 안에서만 가능했을까요?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 또한 서유럽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심지어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박정희 시대 의료보험, 지금이야 그나마 다행이라 그러지만 당시엔 지금 무상급식보다 훨씬 더 반발이 컸습니다.
이렇게 현실 자체가 모순적입니다. 그래서 선별 급식에 대한 지지가 꽤 높음에도 무상급식을 놓고 이념 어쩌구하는 오세훈으 보수 언론에서도 못 띄어주는 겁니다. 오세훈식 논리라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부터 문제입니다. 보금자리 주택도 문제입니다. 무상 의무 교육 자체가 문제입니다. 아닙니까?
당장 보금자리 주택 볼까요? 최근 강남 세곡지구 사례에서 보이듯 지금 보금자리 주택 청약자 상당수는 도저히 집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됨에도 불구하고 시세차익을 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SH나 LH의 막대한 부채에서 보이듯 그 시세차익을 위해 집없는 사람들의 세금도 투여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점을 들어 광부님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고 말씀하시겠지만...전 일명 동의하는 한편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 절대적 의미의 신뢰라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습니다. 지난 정권 10년의 공이지요. 특히 정치권 개혁에 관한한 - 그 의도와 상관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이 큽니다. 이건 제 일방적인 생각이 아니라 제 주변 누구에게 물어봐도 비슷합니다. 과거보단 훨씬 정치권이나 공무원이 깨끗해졌다고 말이죠.
아마 광부님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은데 '공정'이란 단순히 정치인에 대한 불신 여부를 떠나 좀 더 포괄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자원의 합리적 분배'입니다. 여기서 '합리적'이란 논리를 떠나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이렇게 보면 보금자리나 노인 무임승차, 무상교육 모두 설명가능합니다. 논리적으로 어떻고를 떠나 그게 지금 우리 사회에선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다수의 반대가 없죠.
중앙일보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핏보면 증세없는 선별복지를 더 지지하는 듯 하지만 전 오히려 그 속에 숨은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원의 합리적인 재 분배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복지를 바란다. 그렇지만 피치 못할 경우라면 증세도 어쩔 수 없다"
제가 여론조사를 볼 때마다 놀라는 점 중에 하나는 개개인의 모순된 심리나 혼동을 퍼센티지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솔직히 말해 증세 찬성 27프로는 제 심리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도 증세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많은 복지를 원합니다. 이 둘이 함께 갈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바랍니다. 제가 정책 입안이나 집행 주체가 아니므로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론조사나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 뿐입니다. 저공의 원숭이보다는 훨씬 더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럼에도 집행자가 아니므로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지요. 여론조사 참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국 개개인의 모순된 욕망이 참여자의 퍼센티지로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복지 논쟁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증세 반대, 무상복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음에도 현실의 복잡한 모순을 칼로 무자르듯 이념 어쩌구하자 오세훈의 인기는 하락하죠. 왜냐면 그런 태도로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복지를 확대할 수 없거든요. 어차피 사람들의 요구는 모순이니까요! 또 박근혜의 난감함도 당연합니다. 복지 이야기 먼저 꺼냈다가 막상 복지 문제 자체가 확 이슈로 부각되자 '복지는 관심과 사랑의 문제'라고 뚱딴지 소리하는 거 보세요. 얼마전 조선일보 기사보다 한참 웃었습니다. 올해부터 월인정소득 400만원 이하 가정의 5세 미만 자녀 양육비 지원...그 기사 댓글 보니 비난 일색이더군요. 놀랍죠? 명박 정부의 정책이건만 5세후니 스타일로 맹렬히 비난하는 조선일보 보수 독자들... 예, 지금 박근혜가 처한 딜레마가 그겁니다. 자신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민주당의 복지 공세에 반발하여 더 보수화되어가니 선별 복지조차 꺼내기 쉽지 않죠.
다음 대선은 저도 어렵다고 봅니다. 주식에서 시원하게 바닥으로 내리 꽂힌 주가는 일시적인 급반등은 있을 지언정 원래 시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전 심지어 조만간 있을 재보궐 선거도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지난 지선에 대한 반작용으로 말입니다.
그런데...그러한 정파적 이해를 떠나 한국 사회의 미래나 개개인의 이해를 보면 어떨까요?
한국 사회는 굉장히 위험한 사회입니다. 서울 한 곳의 치안이나 안정이 무너지면 바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죠. 시위나 폭동이 일어나면 바로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딱 좋은 지정학적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LA에서 폭동이 벌어져도 국지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미국과 다릅니다. 그런 사회에서 복지를 소홀히 한다?
그래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출산율은 세계 바닥, 거기에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지금 복지 이슈가 떠오르는 거겠죠. 여론조사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을 모델로 제시하는 장하준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구요. (장하준이 주목받는 이유가 재밌습니다. 전 양극화에 대한 우려와 아울러 기존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 둘 키우고 소득이 높지 않은 저에게 이익입니다. 이 당연한 말을 하기 위해 참 오랫동안 글을 썻네요.
의외로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 확대를 논하면 자칭 진보주의자들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대부분 서민층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죠. 시닉스님이 분석한대로 심층에 흐르는 무엇, 모순되어 보이지만 궁극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핀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할텐데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가야할 옳은 방향이라는 점, 현재 우리 현실이 이를 필요로 하고 더 이상 늦추는 것은 자칫 재앙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대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이 부자감세 이야기는 하지 못할(안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자감세를 꺼내는 강심장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부자감세 논쟁은 물건너 갔고, 세목(부유세, 사회복지세) 신설로 증세할 것이냐, 세제의 개편으로 증세할 것이냐를 놓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불필요한 예산절감, 고액 체납자 징수, 합리적 예산 운용 등 비세제적 문제는 다툼의 대상이 안될 것입니다. 이것은 그냥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실질적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겠지요. 이렇게 쟁점 자체를 한단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무상급식 논쟁에서 시작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눈뜨임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봅니다. 한나라당이나 박근혜를 몰아부치고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놓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증세 논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것은 집권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해야 합니다.
조삼모사에서 저공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저도 14년전에 직업인으로서 칼럼니스트로 정식 데뷔하면서 쓴 글이 있습니다.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이 원숭이의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경우가 많죠. 각설하고...
제가 하는 말과 계속 핀트가 어긋나네요.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정치 냉담자이고 그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습니다만, 아크로에는 운동권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 운동권 마인드라는 것은 disapprove한 의미로 쓴 것이 아니니 오해말아주시길).
제가 '복지가 대세'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세가 되었어야 했고 이슈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저도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바라는 한 사람입니다만...
다만...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복지와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복지가 전투를 벌이면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복지가 이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 겁니다. 민주당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을만큼의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전투, 즉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봐야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냉담한 관찰자의 입장정도는 돼야 합니다. 운동권 마인드로는 내부 단결은 도모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이상의, 이길 수 있을만큼의 표를 모으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 문제에 관한한 민주당 지지라는 점은 진작 밝혔고 부정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다만, 님은 제 글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광부님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런 주장을 하셨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냉담자 의견의 하나'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했던 이야기는 님이 이야기한 여론조사에 대해 다른 해석입니다. 즉 표면 아래의 흐름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사실 복지 문제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흐름이 존재합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상급식 정도가지고 오세훈은 낙동강 전선이 뭐니 오버하고 있지만 당장 박근혜와 안상수 지역구에선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와 안상수는 무상급식에 대해선 셔터업하는 전술을 쓰고 있지요.
쉽게 말해 지금 민주당식 복지와 한나라당식 복지라고 말할 구체적인 것이 없습니다. 둘 다 하겠다고 나섰는데 뭘 해야할지 어리버리한 상태입니다. 크게 뭉뚱그려 말하자면 둘 다 재원의 합리적 재분배를 통해 증세 없이 복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한편으로(민주당에서 정동영을 제외하고 증세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습니다) 서로 자신들의 복지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고 우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줄까요? 천만에, 만만에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능구렁이입니다. 믿는 척하면서 더 많이 얻어내려고 잔머리를 굴려대지요. 민주당이 증세없다고 말하면 '에이, 설마. 그렇지만 내가 민주당 반대해야 세금 증대는 최소로 되겠지.'하는 것이고 한나라당이 - 솔직히 말해 전 한나라당의 복지 안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그냥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원론적 말만 존재하니까요- 세금 하나도 안늘리고 맞춤형으로 쌈빡하게 할 수 있다고 우기면 '놀고 자빠졌네. 니들은 대기업 더 좋아하잖아. 그러니 내가 반대해야 복지 하는 시늉이라도 내겠지.'하고 있죠.
그 둘중 누가 더 신뢰를 줄 수 있느냐, 즉 시대 정신인 복지에 대해 얼마나 더 열정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로 판가름 나겠죠.
님은 박근혜 쪽이 이겼다고 보고 있고 민주당이 큰 실수 했다고 보시는데 결과는 나중에 나올 테니 지금 왈가 왈부하는 건 의미없어 보입니다.
다만 제가 의아한건 제가 보기엔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복지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말만 그럴싸한 거거든요. 농담 아니라 전 한나라당의 복지 안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세훈이는 무상급식은 이념적으로 안된다고 말합니다. 돈이 얼마가 들든 원칙적으로 안되는 복지 정책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박근혜와 안상수, 김문수 지역구는 무상급식합니다. 의견의 차이라면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예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을 보면 무상급식 같은 건 원칙적으로 안되는 거예요. 민주당의 증세 논란은 '의견차이'지만 한나라당은 의견 차이가 아니라 공식 입장으론 안되지만 현실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허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결국 이는 민주당이 끌고 한나라당이 따라오고 있다는 겁니다. 수세적 대응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중앙일보 노재현 기자는 보편적 복지가 참 마음에 안들지만 결국 현실적으로 논쟁이 벌어지면 선별 복지가 질거라고 볼멘 소리하는 거구요.
결론적으로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건 님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간에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보여주십사하는 겁니다. 효율적인 토론을 위해 정리하면
1) 우리나라 국민 성향이 리버태리안이다 - 이렇게 국민의 본성론으로 들어가면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토론은 요즘 왜 복지가 이슈가 되었는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죠.
2)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 표면과 흐름이 다르다고 말씀드렸으므로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더 말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입니다.
위의 두가지 외에 님이 판단한 근거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는 작년 경기도 교육감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친환경무상급식 이슈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것이죠.
김상곤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어떤 의도에서 제기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박하게 학교 현장에서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제기했을 수도 있고 보편적 복지를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고, 4대강과 부자감세를 밀어붙인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데 무상급식만큼 효과적인 전략이 없다고 보고 정치공학적으로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친환경 무상급식이 애초에 주장된 배경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청에서 주장된 것은 아닌 것 같고, 2000년대 들어 외부급식을 이용하던 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면서 지역에 따라 직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행됐는데 하고 보니 좋더라해서... 새삼스럽게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또 당선됐죠.
무상급식 이슈는 한나라당에서 김상곤 교육감의 무상급식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슈가 심화됐죠.
한라라당이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인 까닭은 무상급식하려면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결국엔 한나라당의 기조가 되고 있는 '부자만 감세' 정책과 '4대강 사업'의 재원에 손을 대야 하니까... 한라라당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즘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박근혜 진영에서는 지방선거 때부터 뭔가 낌새를 채고 야당과 이명박계 모두를 염두에두고 이들과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두리뭉실한' 복지를 내세운 것 같습니다. 박근혜의 복지에 대한 안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을 하셨는데 박근혜가 현단계에서 구체적인 복지에 대한 계획을 내세울 필요가 없죠. 괜히 말 꺼냈다가 본전도 못차릴 게 분명하니까요. 두리뭉실하게 나오는 건 현명한 전략입니다. 박근혜로서는 선점만 하고 생색만 내면 됩니다.
선거는 자기편을 단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부동층을 얼마나 끌어모으느냐에서 승패가 좌우되는데 그러려면 진보는 보수쪽으로 나아가야 하고 보수는 진보쪽으로 나아가야 부동층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그렇게 나아가는데 오세훈은 반대로 나아가고 진보들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 고수.
이 이상의 언급은 관점에 따라 다르니... 민주당이 복지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냐 박근혜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냐 등등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리버태리언이니 진보우파니 보수화되었다느니 하는 평가는 시닉스님말씀대로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저 저의 짐작이고 느낌일 뿐이죠.
전면무상급식에 증세 (정동영) vs. 전면무상급식에 증세반대 (민주당 다수) vs. 선별무상급식에 증세반대 (박근혜? 긴가민가) 이 세가지 중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쉽게 와닿는 주장이 뭘까요? 보편적 복지는 서민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너무 장래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뭐 이것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쨋든 매우 단순하게 보면.. '전면무상급식에 증세' 주장은 솔직하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고... '전면무상급식에 증세반대'는 그렇다면 과연 실행을 담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고, '선별무상급식에 증세반대'는 '전면무상급식에 증세반대'보다는 단순하고 실행가능성이 높겠네, 서민들에게만 무상으로 급식하고 부자들에게는 안주니 그자체로 깔끔하네... 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고 보는 겁니다.
민주당도 그렇습니다. 민주당내 보수를 대표하는 김종인은 '원래 복지는 보수가 하는 것, 세제 개편 혹은 합리적 예산운용으로 가능, 부유세는 오버.'라는 입장을 갖고 있고 제가 보기엔 민주당 다수 의견입니다.
박근혜와 오세훈이 최근 묘한 엇갈림을 보이는게 이런 겁니다. 경상도 중심의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는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히기 위해 복지 스탠스 강화, 반면 수도권 중도층 지지에 자신있는 오세훈은 원조 보수의 지지를 끌어내려 무상급식 가지고 쌩 오버.
버뜨, 민주당이 복지 문제에 대해 연일 세게 나오자 둘의 스텝이 꼬여버렸죠. 민주당에 대한 반발로 지지층이 복지 문제에 대해 퇴행해버리자 박근혜는 난처해집니다. 선별 복지든 뭔 복지든 복지 이야기 꺼내면 지지층이 혼란스러워하고 (명박 정부의 월 400만원 이하 세대 양육비 지급에 대해 조선 독자들이 분노하잖아요?) 세훈은 그 틈을 타서 낙동강 전선 운운하며 원조 보수층의 관심을 끌려고 했는데 그건 안되고 오히려 기존 중도 지지층만 이탈시켜버렸죠. 요즘 박근혜가 자신의 복지안에 대해 거의 말 안하고 질문 나오면 '복지는 사랑과 관심의 문제'라고 엉뚱한 소리하는 건 다른 이야기하기 곤란하기 때문이 아닐지.
제가 보기에 한나라당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증세로 복지하겠다고 나올 정당은 없습니다. 바보가 아니니까요. 거꾸로 선별복지든 보편 복지든 세금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대중도 없습니다. 선별복지도 엉뚱한데 쓰이면 그야말로 독에 물붓기 되는 거고 보편 복지도 제대로 쓰이면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되는 거고 그렇습니다.
엉뚱한 답글이 됐는데 님 말씀이 저를 포함해서 지금 보편적인 생각 같습니다. 복지가 중요하긴 한 것 같다, 그렇지만 괜히 세금 낭비가 될 것 같아 두렵다, 그러니까 무상급식처럼 큰 부담 안될 것 부터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내가 혜택보는 거면 빨리 많이 했으면 좋겠다...
다만...그런 사람들의 모순된 욕망 앞에 일단 민주당이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당황하고 있구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 혼자 안보부터 복지까지 북치고 장구치는 상황보다는 저에게 훨씬 더 이익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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