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에 국민의 당이 중도적 유권자들의 최소공배수를 끌어낼 수만 있어도 최소한의 성공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최소공배수에 대한 논의가 당으로부터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아직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점들이 당의 기본 정체성에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몇 마디 적어 본다.

1. 지역차별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및 실천의지 표명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의식 표명

이 점이야말로 양식 있는 보수세력을 감별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영남패권 세력이 스스로를 보수세력으로 자리매김해온 탓에,
호남혐오는 보수세력의 전매특허처럼 되었다.
그 외에도 보수세력 전체가 영남패권세력이 꼴리는 대로 끌려가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지역차별 반대 및 영남패권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진다면 중도적 보수세력과 영남패권 세력을 분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차별 금지를 빨리 의제화시켜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항상 수고하시는 지평련 측에 감사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영남패권을 언론에 집중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고 본다.
내가 보기에 많은 논자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영호남 수치만 비교하는 것이다.
물론 호남에 대한 차별을 부각시킨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움직임이지만,
영남패권 공격에 다른 지역들까지 끌어들이려면 대결구도를 영남 대 호남이 아니라 영남 대 나머지 전체로 짜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리하면 지역등권론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조금 더 있다고 본다.

2. 분명한 대북 철학 표명

흐강님 같은 분들이 햇볓정책을 열렬히 지지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중도보수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햇볓정책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대북 강경책 일변도가 효과가 없다는 점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노선은, 북한과 원칙 있는 대화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몇 가지 원칙을 천명하여, 이 원칙에 북한이 어긋나는 경우에는 대화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가,
그 원칙에 응하는 경우에 다시 재개함이 어떨까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만약 집권한다면) 물밑에서 북한 측 인사들과 끊임없이 접촉하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식 발표 등에서는 최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서로 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그것은 나의 주관적인 희망이고...

일단 미국이 비핵화한 카다피를 엎어 버림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엄청 낮아지기는 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리비아도 남북으로 나뉘어 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우리가 미국과 잘 쇼부를 쳐서, 우리 동의 없이 북한정권을 엎지 않겠다는 원칙을 약속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북한과 네고를 할 때에도 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3. 공정한 시장경제

솔직히 한국에 진성 사회주의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말로나마 대부분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자고 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대기업 일변도의 경제정책은 싫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한 시장경제이다.
비행소년님도 말씀하셨지만, 우선 필요한 것이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다.
대한민국에서 주요 산업 분야는 현재 준독점 상태에 있다.
계열사들끼리 일감을 분배할 때에도 시장원리에 따라 공정 입찰하지 않고 같은 그룹에게 무조건 주는 것이 실상이다.
최소한 그런 점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중도보수적인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그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먹거리 사업보다는 최첨단 분야를 더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슘페터라는 학자가 전에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서 있는 대기업들은 창조적 파괴보다는 기존 파이 나눠먹기에 몰두하는 것 같다.
빵집이나 식당 같은 것은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서 남의 지분 뺏는 것이다.
그것이 항상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쓰기에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대기업들도 빵집이나 식당 체인을 해야겠다, 그러면 최소한 이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삼성전자가 협력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채가서 자기네가 특허도 등록해버리고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다고 한다.
미국 같으면 정당하게 돈을 주고 기업을 인수하던지, 아니면 로얄티를 내고 쓰던지 하는 경우가 (100%는 아니겠지만)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창의적인 신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그것만은 없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 외에도 바라는 점은 많지만, 일단 이 정도면 기본 원칙 정도는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