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좋은 글이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도 이런 관점에서 분류해 볼 수 있으리라.

그 첫번째는 주제가 명징한 글이다.(善)

주장하는 핵심이 명료하고,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기 때문에 각 단락의 소주제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논리 전개가 시공간 순차적이기 때문에  읽기가 편안하다. 글쓴이 주장에의 찬성 혹은 반대 여부가 글을 읽은 후 석연히 남게 된다. 췌언적 비유나 예화를 곁들이면 오히려 주제의식이 실종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런 글들은 대체로 간결체나 강건체를 띄게 되니, 곧 주의적(主意的)인 글이다.

그 두번째는 소재가 독특한 글이다.(眞)

주장하는 바는 별로 없더라도 뉴스 쇼나 추적 쇼, 퀴즈 쇼를 보면 일단 재미는 있다. 가십, 새소식, 잡학, 박물학적 지식을 늘어 놓음으로써  읽는이의 상식을 더하며; 인간이라는 영장류 동물이 가지고 있는 천부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그럼으로써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글들. 이런 글을 읽고나면 자신의 머리속이 좀더 복잡해 지고 풍성해짐을 느끼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한 운동이 다리에 쥐가 나게 하고, 포식만복이 밥통이나 창자에 곽란을 일으키듯, 지적 과식으로 머리에 쥐에 날 수도 있기는 하다. 각 단락의 소주제문은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글 전체도 옴니버스 스타일을 띌 수도 있다. 재미난 이야기들, 잡다한 상식의 나열, 인용, 비유, 예화의 다양함이 섞인 이런 글들은 대체로 만연체를 띄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건조체를 띄게 되니, 곧 주지적(主知的)인 글이다.

끝으로 표현이 정치한 글이 있다.(美)

주장하는 바도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는 바도 없지만, 언어가 얼마만큼 그 자체로서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툴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 내면의 고결함에 대한 공감을 환기하고 또한 유희 본능을 만족시키는 글들이 있다. 참신하고 생생한 시귀절, 포복절도할 만큼 해학에 넘치는 글,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등 수사법을 다채롭게 동원한 글, 가을겆이하듯 모은 어휘를 나눠주는 현란하고 다기한 글들. 이런 글을 읽으면 잠시나마 삶의 권태를 잊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주제나 소재는 [이론적으로] 다함이 있으려니와, 표현의 정치함이란 바둑의 수처럼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이로써 인간이 삶을 살아갈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글들은 인간의 미묘한 정서를 간지르고 드러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유체나 화려체를 띄게 되니, 곧 주정적(主情的)인 글이다.

요약하자면 주제에 충실한 글은 곧 그 '철학'을 볼 것이며, 소재가 특이한 글은 곧 그 '과학'을 볼 것이며, 표현이 세련된 글은 곧 그 '예술'을 볼 것이다.

아주 훌륭한 글은 이 세 가지를 겸하기 때문에 만고에 심금을 울리는 글이 될 것이고, 버금 훌륭한 글은 셋 중 두 가지를 겸하기 때문에 또한 인구에 회자되는 글이 될 것이고, 조금 훌륭한 글은 셋 중 다만 한 가지만이라도 얻었기에 공개 글로서 사람들 앞에 잠시나마 제시될 가치를 부여받을 것이니, 즉 게시판 혹은 신문 잡지등에 실려 하루살이같은 생명을 지니게 된다.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글은 글이로되 글이라고 언급할 것도 없으리라.

결론:
글을 올릴 때는 게시판을 구토물을 내동댕이치는 쓰레기통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주제, 소재, 표현을 나누고 더하는 부가가치의 장마당으로 여길 일이다.

아무도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공개 게시판을 오남용해서는 아니 되니, 공개 게시판이란 자신에게 이롭고 남에게도 이롭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글의 세 가지 덕목 진선미(眞善美)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글에 대해서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고(慙) 남에게도 부끄러워할(愧) 줄 알아야 한다.

(※ 이 글은 평소 생각일 뿐, 이 게시판의 특정 글을 도모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