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무역전쟁: 막다른 골목에 선 중국

중미간의 무역전쟁이 한참이다. 적당히 ‘장군멍군’을 주고 받다가 타협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좀 더 격렬해지고 있고, 보다 진지해 지고 있다. 전쟁으로 치면 가벼운 국지전은 넘어서서 거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이 무역전쟁의 배경이나 내용관련해서는 미디어 혹은 많은 지식인들이 다루고 있으니 생략하겠다. 정확하게는 내가 그런 주제를 다룰 능력도 깜냥도 되지 않는다.

중미무역전쟁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을 보고 싶다면 길림대 리샤오(李曉)교수의 글(번역본도 나왔다)이나 혹은 키움증권의 홍춘욱 박사님의 유투브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단지 왜 이렇게 중미무역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진지해 지고 있는지에 대해 (주로 중국의 입장과 상황에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내가 이런 류의 글을 쓸 때는 항상 조심스럽다 보니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중국전문가도 아닌, 중국에 사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가볍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 들이면 좋겠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시작하겠다. 본문도 꽤 긴 글이 될 것 같다.

1.
우선 중미간의 벌어지고 있는 이 무역전쟁은 절대적으로 중국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서로 맥시멈으로 관세를 때린다 하더라도 작년 수출기준으로 중국의 피해액수는 5,000억 달러, 미국의 피해액수는 1,3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쪽은 대체가 어려운 수입제이고 다른 한쪽은 없으면 그냥 불편한 수준의 수입제이다. 불평등한 (그러나 꿀 빨던) 무역수지만큼 현재의 중국입장에서는 불리한 싸움일수밖에 없다.

이 단순한 계산 뿐만 아니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가 가지고 있는 위상과 그래서 환율전쟁까지 가게 된다면 국가 금융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현실, 여기에 필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 등을 여전히 미국에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하는 중국의 제반여건들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중국쪽에서만 내상이 커질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때문에 미국증시는 이 무역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모양이고 반면 중국증시는 하루가 다르게 박살 나는 중이다. 아울러 중국의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즉 양쪽의 자본시장에서는 한쪽은 ‘큰 영향이 없다’고 낙관적으로 받아 들이는 반면 다른 한쪽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고 서로 상반된 입장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우 정확한 반응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의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2.
첫번째 이유로는 중국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를 트럼프가 폐기할 것을 요청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중국의 산업개발을 그 동안의 양적 성장에서 향후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해양 공학, 고속철도, 고효율 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농업 기기, 신소재, 바이오 등을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10대 핵심산업으로 지정해서 2020년까지 핵심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40%까지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는 70%까지 끌어올려서 세계 최고의 기술대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3.
한 국가의 산업발전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정부에서 선언하는 것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중국처럼 그럴 능력이 되고, 실제 그렇게 실천을 하고 있으며, 그 실천이 현재의 패권국가인 미국에 위협이 된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한국 미디어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고효율 신에너지 차량 즉 전기차의 경우 중국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가며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은 크게 줄어 들었다는 기사가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이 정책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모럴헤저드를 보여주었을 뿐 그다지 실효는 없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중국산 저가제품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중인데 처음에는 ‘싼 맛’에 쓰다가 이제는 ‘가격대비 정말 훌륭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여기에 ‘기술적으로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제품’이 되어 버린다면 미국입장에서는 대단히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샤오미나 화웨이, ZTE 같은 기업들에 대해 미국의 기업들은 경계심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4.
‘중국제조 2025’에 등장하는 중국의 차세대 10대 첨단산업은 미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즉 미국입장에서는 그 동안 중국이 섬유나 조립전자제품 등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성장을 했는데 그렇게 번 돈으로 이제는 자신들의 미래육성산업분야에서 경쟁을 해야 할지 모르니 '경쟁자 제거'를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들었고 때문에 ‘중국제조 2025’는 무역협상 의제에 올랐다.

반면 중국입장에서는 ‘대국굴기’를 선언해서 세계의 패권국으로서 나아가는 입장이다. 언제까지 봉제공장과 싸구려 조립공장의 역할만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여기에 이 무역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두번째 이유이자 본질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바로 정치적인 이유이다.

5.
집권 3기에 들어선 시진핑은 사실상 영구집권(종신집권)을 향해 가파르게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정치적 무리수를 던져가면서까지 말이다. 다만 그의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국가 정책이 인민들에게 칭송 받는다면 그의 영구집권 프로젝트는 별다른 저항없이 나아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실은 그 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통치자 혹은 국가지도자는 내치와 외치를 통해 능력을 평가 받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데 냉정하게 시진핑은 두 가지 모두에서 좋지 못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현재 그의 인기는 집권초기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그나마 언론통제 덕분이다.

6.
우선 그의 외교정책의 핵심인 ‘일대일로’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 계획은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유럽국가들을 관통하는 얼라이언스를 맺고 그 중심에 중국이 서겠다는 목표인데 이는 진즉 물 건너 갔고 심지어 중국과 직접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14개국가 모두가 이 ‘일대일로’에 부정적인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유는 이 ‘일대일로’를 위해 중국이 통 크게 푼 경제원조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은 대다수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중국의 원조를 받은 국가들 모두와 무역분쟁이 벌어지고 있는지라 모두 함께 값비싼 대가를 치루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조차 부정적인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필 트럼프와 푸틴이 정상회담을 하고 난 직후에 말이다. 이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모양이다.

과거 미국의 외무장관이자 중국개혁개방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헨리 키신저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친해져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에 (늙었음에도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정력적인) 할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친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왠지 트럼프와 푸틴이 이 조언을 받아 들인 것 같다. 이렇듯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7.
가령 중국은 ‘일대일로’를 위한 경제적 원조를 댓가로 해당국가의 특정자원 채굴권을 가져오거나 혹은 SOC건설을 해주는데 사실은 중국기업들이 그 개발의 사업자로 선정되어 들어와서 중국정부가 해당 국가에 푼 원조금을 다시 회수해 가능 방식이니 이는 19세기 유럽제국들의 식민지 정복시대라면 모를까 현대의 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을 표방하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것을 금방 깨우치게 되다. 그래서 파키스탄, 라오스, 몬테네그로,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들이 중국과의 ‘일대일로’를 위한 좋은 관계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극심한 무역분쟁을 겪는 중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 심지어 건설인부들조차 중국에서 공수해서 그들이 먹고 자고 하는 기초적인 인프라 조차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하니 현지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활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7년 중국의 최 빈곤층의 연소득은 여전히 약 3천위안(약 55만원)의 낮은 수준이고, 그 인구는 무려 3천만명이 넘는다.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아프리카 토착민들보다 더 저렴한 인건비로 얼마든지 해외 SOC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시진핑은 어려움속에서도 이 ‘일대일로’를 포기할 수 없다. 그의 대외정책의 핵심이자 집권 1기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것이고, 많은 예산을 퍼 부었기에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정적들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되고 본인의 영구집권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그는 지금도 ‘일대일로’를 위해 열심히 해외를 순방하고 다닌다.

얼마전에는 중동국가들을 순방했는데 외교적으로 (무시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 체면을 상한 일도 있었다. 물론 중국 언론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이야기인데 해외 언론에 나온 사진들을 가지고 중국 네티즌들이 찾아낸 사실이기도 하다. 역시 아이러니하다.

7.
그런데 ‘일대일로’로 대표되는 외교(외치)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치 즉 국내 경제문제이다. 이 부분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중국의 인민들은 과거처럼 굶는 이들은 이제는 거의 없다.

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크게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률은 견고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탑 티어급 규모의 중국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첨단기술을 개발하거나 사들이고 있고, 신규 유니콘 기업들도 꾸준하게 등장한다. 외환보유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즉 경제력으로 따지면 현재의 생산성과 성장률, 그리고 시장의 잠재력을 볼 때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처럼 보이니 (그런 자신감 덕분에 이 무역전쟁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중국경제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경제학자들 관점이라면 ‘헛소리’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아닌 내 관점은 좀 다르다. 중국의 표면적인 경제지표는 여전히 거대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요소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두 가지를 안고 있다. 비유하면 메가톤급 핵폭탄과 상대적으로 작은 그냥 핵폭탄 한개이다. 전자는 부동산이고 후자는 P2P금융이다.

8.
현재 중국경제정책의 거의 모든 것은 ‘부동산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10여년간 중국 GDP 성장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었고,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 금융대출, 투기 등이 활개를 쳤는데 레버리지가 심각하게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반대로 ‘부동산 하락’에 대한 적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이 그러했고 미국도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부동산이 터지면 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그 위험성은 한국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중국은 큰 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2015년 당시 집을 사려면 은행대출 70%, 건설사 20%, 부동산업자 5%의 대출을 지원받아 매매가격의 5% 현금만 있으면 구매가 가능했다. 사실 미쳐 돌아가던 시절이었다. 집값이 늘 오른다는 탐욕에 가까운 믿음에서 시작된 판인데 이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당국에서 전격적인 규제를 내린 결과 현재는 (상해 기준으로)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은 65%까지 대출, 두번째 이후 집을 사는 사람은 50%로 대출한도를 낮춰 버렸다. 여기에 특정 지역은 5년 이내 모든 매매를 금지시켜 버리는 극단적인 규제까지 내려졌다.

그 결과 부동산 거래는 대폭 줄어들었고, 시중의 유동자금 대부분이 여기에 묶여 버렸다. 소문에는 95%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말이 돌 정도이다. 유동자금이 없으니 소비가 위축된다. 현재 상해를 포함한 1성급 대도시와 주변 지방도시에 (부동산 개발의 붐을 타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대형 쇼핑몰들이 생겨났는데 대부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소비시장이 극도로 위축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해 한인타운 부근인 우중루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축구장 두개를 합한 사이즈의) 쇼핑몰 두개가 동시에 나란히 생겼는데 쇼핑객은 정말 황량한 수준이다. 대신 주변 도로만 지옥이 되어 버렸다.

9.
시중에 돈줄이 말라 버리니 인민들 뿐만 아니라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던 건설업자, 국유기업, 여기에 대출해준 은행들 까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 최근 또 다른 핵폭탄으로 부상한 P2P금융이 등장했다. 따지고 보면 P2P금융은 개인고리대금이나 시장에서의 일수와 같은 시스템 즉 단기적으로 돈을 돌려야 하는 대상자들의 수요를 국가에서 금융기관으로 승인해 줬기에 (좀 더 높은 이자를 바라는 사람들은) 안심하고 돈을 넣었고, 단기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임에도 돈을 가져다 쓰는 시스템이다. 다만 국가의 승인 덕분에 그 규모가 통상적인 것보다 커졌다.

금융기관의 허가와 관리란 무엇보다 엄격해야 하는데 이 시기 무려 1만개나 되는 신규 승인을 해 준 덕분에 한동안 시중에 P2P 금융기관의 광고가 난립했다. 저마다 좋은 조건의 이자율을 보장했고, 저마다 정부의 국영기업이나 상장사들도 돈을 넣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광고를 했다.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던 시중의 여유자금들이 (부동산 거래가 중지되고, 워낙 주식시장이 안좋다 보니) 이쪽으로 몰렸다. 그래서 최근 2년 동안의 시중의 유동자금은 이곳을 통해 흐름이 제법 해소가 된 것처럼 보였다.

10.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이 P2P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가 예상이 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 P2P로 몰린 자금들은 대부분 건설사들이나 부동산업자들 혹은 집은 뒤늦게 구매한 사람들이 만기에 도달한 대출을 갚느라 사용되었는데 이후 금융권에서 대출연장을 막아버리던가 혹은 대폭 축소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국영기업들과 상장기업들은 이미 돈을 빼 갔고 개미들의 돈만 묶여 버린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들과 금융기관들 그리고 건설사들의 재무적 안정성을 공시하는데 사실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른바 개미등골에서 뽑아낸 안정성이다.

이 과정에 힘없는 백성들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사기죄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경찰이 신고를 받아주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고, 피해자들이 모여서 시위를 하거나 혹은 대책회의를 하려는 것을 역시 경찰들이 막아 버리는 정황들이 발생했다. 그 사이 P2P금융회사의 주인들은 잠적을 했거나 혹은 잠적을 할 것으로 의심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익숙한 풍경이긴 하다. 한국에서 건국이래 최대 사기피해라고 하던 조희팔의 피라미드 사기와 유사한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이곳에서는 국가가 승인해 준 금융기관들이 '국영기업들이 돈을 넣었다고 안심해도 되다는 광고'가 동원 되었기에 그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ㄷㄷ

11.
나아가 최근에는 부동산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혹은 큰 건설사들과 금융기관들의 피해를 막아주기 위해 일부러 P2P 금융사기가 일어나도록 정부가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중국 정책당국은 간혹 과격하고 황당한 정책들을 내놓는 편인데 더 심각한 것은 사전고지 없이 (그래서 어떤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내린다는 점이다. 얼마전에는 해남도에 대규모 개발을 한다고 해서 부동산값이 폭등을 하고 그쪽으로 자금이 대거 몰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금이 유입되고, 폭등을 한 직후에 ‘해당 부동산은 5년간 매매할 수 없다’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한 마디로 개인이고 은행이고 대거 돈이 묶여 버린 것이다. 이때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회수한 것도 P2P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12.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임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신생아, 영아,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짜 백신 사건까지 터졌으니 현재 정부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신뢰는 대단히 냉소적인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이곳에서는 정부나 지도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라는 것을 하는 일이 없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이래 가장 낮은 신뢰단계로 추락한 정부가 아닐까 싶다.

어떤 중국전문가 (무려 복단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분이던데)는 모 미디어의 기고를 통해 ‘중국의 정치적 상황 즉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가 미국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치던데 나는 그 의견에 반대한다. 현재 중국 정치상황과 민심은 그의 주장과 반대로 혼란스럽다. 때문에 동일한 이유로 이 무역전쟁은 중국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13.
지금은 과거 문화대혁명 시절이나 천안문 시절처럼 정부가 마음대로 철권통치를 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있고, 그를 위해 국가선전부의 위상이 더욱 강화 되었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인민들은 해외언론, 해외 SNS, 그리고 숨겨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더 이상 국가의 주입식 정보만을 받아 들이는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났다. 나이가 젊은 세대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문화대혁명, 천안문을 기억하는 세대는 몸을 사리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주장이 강하고 목소리가 높다. 자고이래로 젊음은 가장 큰 용기이자 무기이다.

때문에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중미무역전쟁’ 등 대외정책에서 더더욱 물러날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주로 물리적인 전쟁이라면 현대에는 ‘외교와 무역’이라는 경제적 수단이 동원 되곤 한다. 또한 최근의 중국입장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싸움의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고 이미 세계에서 G2로 인정을 받았으며, 여기에 고무되어 한발 나아가 ‘대국굴기’를 선언할 정도로 강대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패권국에 도전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는데 그것을 오판한 것은 전적으로 현 정권의 실수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패배를 선언하는 순간 상기에 언급한 국내정치와 경제의 이슈는 더 크게 부각될 것이고 통제가 어려워 질 것이며 시진핑은 정치적으로 크게 주저 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발 물러 섰지만 여전히 원로들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장쩌민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14.
중미무역전쟁 초반만 하더라도 중국은 낙관적인 타결을 예상했다. 5월만 하더라도 중국이 대미무역수지 흑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으로 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해당 실무팀의 협상안을 트럼프가 바로 깨 버렸다. 그리고 ‘중국제조 2025’ 폐기에 대한 공식 언급이 나왔고, 환율 등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IP 침해 등의 저작권 이슈가 크게 대두되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트럼프의 저작권 이슈 언급은 한국 콘텐츠 기업들에게는 매우 호재이다)

시진핑이 시황제가 되기 위한 야심에 몰두해 있는 동안 미국과 트럼프는 중국과 제대로 붙을 생각을 하고 링 위에 오른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지금의 무역전쟁의 확전이자 중국의 고전으로 이어진 것은 필연이다.

문제는 중국입장에서는 시진핑의 체면 손상을 넘어서서 이제는 그의 정치적인 생존 문제까지 확대된지라 안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갈 경우 패배가 뻔하게 보이는 수준을 넘어 국가와 국민 모두의 고통과 피해가 확실한 이 싸움을 오래 끌고 갈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제 중국은 이 무역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도 몇 장 남지 않았고, 해당 카드를 꺼낼수록 중국은 더욱 더 막다른 골목에 몰릴 것이다.

트럼프라는 사람을 가볍게 본 내 안목에 대해 많이 반성한다. 지금쯤 중국에서도 나와 같은 후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쯤 트럼프와 미국을 가볍게 평가했던 그래서 미국과 본격적으로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시진핑을 부추겼던 중국의 관료들이나 학자들은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

15.

(자신은 없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하자면 이 무역전쟁은 시기의 문제이지 중국의 항복에 가까운 결과로 끝날 것이라고 본다. 금융시장의 완전한 개방까지 가지 않더라도 양국간의 무역 불균형은 상당히 해소될 것이고 지적재산권 등의 이슈는 중국시장에서도 이제는 국제표준에 따를 것이며 중국이 꿈꾸던 첨단기술 산업국가로서의 미국과의 경쟁도 당분간은 멈출 것이다. 사실 이 방법 말고는 딱히 중국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물론 중국내에서는 더 나은 전진을 위한 양보라고 선전될 것이다. 대신 시진핑의 영구집권이나 권력독점에는 아마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다시금 과거에 덩샤오핑이 만들었던 권력분배의 시스템 정치로 돌아갈 것이다. 이미 시진핑이 모두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정책소조(위원회)들 중에서 리커창이 과학기술쪽을 맡게 되었다는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다. 리커창 입장에서는 참으로 오랫만에 등판인 셈이다. 하긴 이 상황에서는 등장 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겠다. 잘 해야 본전이니까...

16.
간만에 정말 긴 글을 썼다.

아는 것이 짧다 보니 직접 경험하고 보는 것을 위주로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워낙 뜨거운 주제의 이슈인지라 내 분야가 아닌 것을 담느라 다소 무리한 확증편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양해를 구한다. 그런 분들께는 서두에 말했듯 그냥 재미삼아 보시라고 다시금 강조한다. 

다만 불안한 한국증시와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중미간의 이 무역전쟁은 빨리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도의 곡소리가 하루 빨리 멈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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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은 안 받았지만 좋은 글 써주셨으니까 ^^. 이 글도 재밌어요.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