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남자가 레스토랑에서 여자에게 청혼하는 플래시몹 영상을 보았다.
주위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갑자기 차례차례 일어나 다이아나 로스의, 음.... mountain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다들 노래 실력들이 평균치 이상인 것으로 미루어 아마 직업 가수까지는 못 되어도 이벤트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인 듯해 보였다.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돈 받고 고용된 사람들이 꾸미는 이벤트도 플래시몹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웨이터로 위장하고 있던 남자가 가발을 벗어 던지고 여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자 여자는 감격에 겨워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들 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남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흐뭇해 하는 미소가 떠오른다.
일당을 받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한 주제에 제법 티없이 순수한 축하를 보내고들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자신도 그들처럼 흐뭇해 하는 미소를 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ㅡ이건 종족유지 본능이다!
청혼 플래시몹 영상을 이 날 처음 본 것도 아니건만 불현듯 무슨 깨달음처럼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잖은가. 지구 저편의 남녀가 맺어졌다고 해서 그들과 아무 상관 없는 내가 덩달아 기뻐하는 일을 달리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인류의 구성원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을 기꺼워하는 것은 우리 개개인을 초월한 종족의 번성을 절대선으로 삼는 유전자 차원의 본능인 것이다.
남의 집 아이 고추를 어루만지며 감탄하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주책맞은 모습도 아동 성추행과는 거리가 멀고, 신방을 엿보며 키득거리는 옛 습속도 관음증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듯하다.
희극들이 항용 젊은 남녀가 완고한 주위 늙은이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서로 결합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을 채워라.... 하는 창세기와 같은 정신이 그 모두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ㅡ
인류애라는 것 역시 어쩌면 인류의 자기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