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경제체제는 국가가 주도해서 해외에서 도입한 자금과 세제 및 금융 혜택, 제도적 지원 등 자원을 선택된 소수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기간에 효과를 냈지만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부가 주는 혜택을 얼마나 챙기느냐가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조건에서는 기업들이 결코 전면적인 혁신 경쟁에 나설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혁신에 힘을 쏟은 기업일수록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혁신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도전이고 성공하면 큰 대가를 얻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시장을 장악하는데 우직하게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은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high risk, high return이 아니라 low risk, low return을 추구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이것은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 전반의 저열화 퇴화로 이어집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숙제가 박정희식 시스템의 탈피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은 과거와 같은 정부측의 특혜와 정경 유착을 기대할 수 없게 된 분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니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혁신에 나서게 되고 이것은 한두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전반의 진화로 이어졌습니다. 김대중의 집권과 외환위기가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힌 영남패권 이너서클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을 독식하는 프로세스에 균열을 낸 것입니다.

이 경험은 호남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을 잘 보여줍니다. 김대중 정권 이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등 국가 권력에서 영남 색채가 강해질수록 기업들이 자유시장 경쟁보다는 정경유착에 의존해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과거회귀적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식 경제체제, 영남패권이 사회 전반에 구축해놓은 벽이 강고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활력이 사라지고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특혜에 더 예민해집니다. 끼리끼리 나눠먹고 네트워크를 통해 밀어주고 땅겨주는 보수정권의 인사 난맥상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지난해 단순 유통마진을 노리는 면세점 면허를 놓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머리 싸매고 경쟁했던 사례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국내 기업들이 그만큼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침체나 삼성전자 노트7의 충격도 큰 관점에서 보자면 국내 기업 생태계의 퇴화에서 유발된 현상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습니다.

해법은 규제 개혁을 통해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기업들이 전면적인 혁신에 나서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제를 누가 수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규제개혁을 강조하지만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영남패권이 작동하는 가장 큰 무기가 고급 관료들의 중앙집권형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영남패권이 규제개혁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손발을 자른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상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손발을 먼저 자른 경우는 없습니다.

영남패권의 반대편에서 대안 세력의 역할을 해왔던 호남이 이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호남 내부 오피니언리더와 운동권, 친노 정치인들이 조장하는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정서를 호남의 민중들이 벗어던져야 합니다. 이것은 만만찮은 싸움입니다. 친노 좌파가 대한민국 전체의 거대한 기득권 집단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싸움을 호남 내부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서 진행중인 이념적 내전이라고 부릅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최근 이런 내용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업들이 호남에 투자하면 전라도 것들한테 뒷통수 맞고 나중에 후회한다, 절대 가지 말라는 내용들입니다. 저는 그 댓글들에 깔린 영남패권의 두려움을 읽었습니다. 영남패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호남이 좌파와 절연하고 기업과 시장, 자본주의 질서를 내면화하여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영남패권이 지닌 인종주의적인 퇴행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왜 그걸 두려워할까요? 영남패권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호남을 고립시키고 낙후된 저개발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대립 갈등 구도를 영남 대 호남으로 왜곡하고 그 구도에서 호남을 악마로 만들어 고립시키면 영남패권이 선거에서 백전백승, 마르고 닳도록 대한민국을 주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호남을 좌파의 영향력에 묶어두고자 하는 친노가 사실상 영남패권의 동맹군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호남의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앞장서야 합니다. 이것이 호남과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자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내년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호남을 정상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호남만으로도 안되지만, 호남 없이도 안된다’는 국민의당 집권 플랜의 딜레마를 푸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호남이 앞장서서 부국강병과 경제발전의 길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의당 내부도 여전히 친노 좌파의 사상적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총선을 전후한 국민의당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그러한 우려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무엇보다 친노 좌파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표를 일부라도 얻어서 집권에 보태겠다는 꿈에서 빨리 깨시라는 점을 강력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표는 차라리 새누리당 후보에게 갔으면 갔지 결코 국민의당과 안철수에게 오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국민의당 관계자 여러분의 지혜와 노력과 승리를 기대합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식으로 3줄 요약하겠습니다.

1.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와 기타 지역 유권자의 지지가 반비례 관계라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합니다.

2. 호남을 저개발과 소외, 고립 상태로 묶어두려는 친노 좌파의 영향력을 전면적으로 척결하는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3. 대한민국 경제의 선진화 정상화를 가로막는 박정희식 관치경제, 규제를 극복하는 주역으로 호남이 나서도록 국민의당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집권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