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다시 써보면 클린턴이 진 이유입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가 이긴 것이 아니라 클린턴이 진 것이라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미시 데이터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눈여겨 볼 것이 대여섯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많은 이들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백인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많이 줘서 트럼프가 이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는 착각입니다. 단순한 표 숫자만 비교해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백인 투표만 고려해서 지난 2012년 대선때 오바마 vs 롬니가 받았던 표 차이와 2016년 대선의 힐러리 vs 트럼프의 표 차이를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백인들은 여전히 롬니를 지지했던 그 정도만큼 딱 트럼프를 지지했다라는 뜻입니다. 

둘째, 오히려 역으로 히스패닉과 흑인들의 표를 보면 2012년에 오바마-롬니의 표차이보다 2016년 힐러리-트럼프의 표차이가 훨씬 적습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다니는 트럼프에게 롬니때보다 표를 더 줬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지 않습니까?

셋째, 18세부터 28세까지의 젊은 세대들의 투표를 보면 2012년 오바마-롬니의 표차이보다 2016년 힐러리-트럼프의 표차이가 훨씬 적게 나옵니다.

이 세가지는 힐러리가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오바마만큼 되지 않았다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제가 아래에 쓴 미국 대선 - 클린턴이 진 이유 http://theacro.com/zbxe/5264661 이 글에서 말했던 것을 다시 정리해보면, 결국 클린턴은 대세론은 있었지만 대선 후보로서 유권자들에게 주는 미래에 대한 변화의 기대, 그 영감과 감동,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것에 이끌린 유색인종과 젊은 지지자들이 그 자발적인 힘으로 주변에 투표를 독려하는 에너지가 없었기에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넷째, 눈여겨 보실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중에서 트럼프를 뽑은 비율, 민주당 지지자들중에 힐러리를 뽑은 비율은 대략 90% 선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민주당, 공화당의 각 내부 경선과정에서 염증이 난 지지자들이 이탈을 한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섯째, 힐러리가 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중에 하나인 미드웨스트 라인, 특히 예를들면 위스컨신을 한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원래 위스컨신은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도 social democrat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주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흔쾌히 버니샌더스의 손을 흔들어 준 곳이 이곳이고 변화의 바람이 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넉넉하게 승리한 곳입니다.

네번째와 다섯번째만 묶어서 말하면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자기 평소 하던 데로 찍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망층과 스윙보터들을 투표장에 이끌어 나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를 던지게 만드는 감동의 모멘텀이 전혀 없는 힐러리가 결국 이런 곳에서 졌기에 대선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힐러리가 경합하던 주에서 대부분 졌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경합지역에서는 얼마나 스윙보터들을 끌어오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것을 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 다섯개를 종합해서 볼까요? 결국 버니 샌더스같은 참신함,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 대중에게 그런 기대를 통한 영감을 주는 인물이 민주당 후보였다면 트럼프를 넉넉하게 이겼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단지 힐러리의 패배라고 봐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끝으로 제가 이런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글을 왜 장황하게 쓰고 있느냐라면, 선거 결과 분석을 하는데 있어서 Political Correctness가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관련된 진보적인 가치에 대해서 디스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자주 보이는 데 상당히 호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http://theacro.com/zbxe/5264778

흐강님이 긁어오신 이런 글들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물론 새겨 들을 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PC가 좀 과하다라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세상만사가 평탄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어디에 있으며 좋은 가치를 추구하다가도 어느 순간 과해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얼척이 없는 것은 일베에서는 이미 트럼프가 이길 것을 예상했고 그 이유가 이런 PC에 신물이 난 대중들의 힘이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보면..... 아이고.

어쨋든 가치를 추구하다 생기는 실수들이 보이면 그것을 주의하고 고쳐쓰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마치 귀족노조가 있으니 노조를 다 없애야된다는 식의 신자유주의적 주장을 듣는 것같은 과한 호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해서 상당히 불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