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기사를 읽던 도중, 이제 슬슬 시작되는 외부인사 영입 전쟁과 관련된 기사에서 꽤 오래 전에 들었던 낮익은 이름이 나와서 흠칫했습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하 전인범씨로 통일)이 문재인 캠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였죠.


처음 이 기사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흐음... 이 사람이 거길?" 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 오래 있었지는 않았지만 전인범씨가 군인일 당시 저는 그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었고, 간접적으로 듣거나 직접적으로 목격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밑에 쓰는 내용들은 군인으로서 전인범씨에 대한 그 때의 기억이나 경험에 대해 써 본 글입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33503


이 글에 나온 내용은 전인범씨가 27사단장이었을 때 일화에 대한 것인데, 저건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일 겁니다. 몇몇 일화는 저도 당시에 들었던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인터넷상에 퍼진 일화들도 27사단장일 때 이야기가 가장 많을 겁니다.



제 기억을 떠올려보면,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 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했고, 나쁘게 말하면 입이 상당히 거칠고 독단적일 정도로 밀고 나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장점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자면, 예전에 부대 행사할 때 위문열차가 왔었는데, 마지막에 당시 사단장이었던 전인범 장군이 단상에 올라와서 부대 차렷! 을 외치니까 그때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움찔하면서 곧바로 차렷 자세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흔히 말하는 '똥별'같지 않은 아우라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주관으로 판단할 때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쿨한 면도 있어서, 사단본부가 있는 마을에서 사단장을 마주친 병사가 경례를 아주 잘 하니 곧바로 그 자리에서 휴가증을 줬다거나, 전역식에 참석해서는 병장들에게 '니들이 언제 장군한테 경례 받아보겠냐. 사단장 경례 한 번 받아봐라' 하면서 거수경례를 한 이야기는 꽤 유명합니다.


다만 말은 상당히 거칠었는데, 훈시와 같이 공적으로 하는 발언이 아니라면 욕설을 자주 썼었습니다. 저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상당히 찰지게 잘 썼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는 아내에 대한 글도 참 대단한 말이긴 한데, 전 그 글 보면서 '이 양반답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고운 말과는 매칭이 안 되는 그런 느낌이었죠. 사실 저 위에서 제가 놀랐다는 점도 이 사람의 거친 발언 스타일 때문이었습니다. 군인일 때는 그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겠지만, 정치계에 발을 담기 시작하면 그 발언들이 발목을 잡을 것 같았거든요. 아니나다를까, 벌써 여러 일이 생겼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주관이 매우 강하다 못해 독단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일례로 사단장일 때는 2주에 한 번 정훈교육 시간 때마다 '사단장의 생각'이라는 20분 이내의 영상을 만들어서 사단 예하 전 부대에 시청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본인이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런 영상이었는데, 부대는 지휘관과 부대원이 같은 생각을 공유해야 된다는 본인의 신념 때문인지 몰라도 이걸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인범씨가 강조했던 것이 해병대 스타일 돌격머리였는데, 이 양반이 중위였을 때 아웅산 테러 사건 장소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경험하기로는 머리가 길면 머리에 상처가 난 것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그 경험 이후로 예하 부대원들에게는 돌격머리를 무조건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말년 병장도 전역식 참석하려면 예외가 없었죠. 다만, 이렇게 밀어붙인 사례들이 보통 자기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 사례들이었고, 나중에 결과로는 좋았던 경우가 많아서 결국 중장까지 진급하긴 했지만 말이죠.



기타 기억나는 것으로는, 영어를 상당히 잘했습니다. 실제로 대령 때 이라크에 파병 나가서 미군과 많이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군과도 접점이 꽤 많았고 한미연합사에서도 일했었고 말이죠.



문재인이 왜 이 양반을 영입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군인이라면 거의 당연하게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이었는데 말이죠. 새누리당이나 그런 쪽이라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더불어민주당 쪽, 문재인 쪽으로 갔는지 말이죠. 중장으로 예편하기 전 마지막 직책이 특전사령관이었고, 그래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호칭이 '전 특전사령관'인 만큼 문재인의 특전사 출신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뭐 다만 문재인의 특전사 이미지 메이킹과 관련해서 생각할 때마다 재미있는 것은, 군사독재 정권에서 투쟁한 민주변호사 이미지로 나설 때는 군사정권의 희생양인 적 이미지를 쓰다가, 정작 특전사 출신인 것을 자랑하지 못해서 안달난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하여간 오랜만에 옛날에 들었던 이름이 회자되어서 글을 써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군인의 화술로서는 지난 발언들이 좀 튀긴 해도 잘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예비 정치인의 관점으로 보면 아직까지 발굴이 안 된 '설화(舌禍)' 거리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제 예측이긴 하지만, 문재인과 계속 같이 가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