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안철수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연설 전문은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20610041294974에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연설 중에서 교육부분만 검토해 봅시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안철수는 4차 산업혁명을 먼저 언급합니다. 그리고 이 '4차 산업시대의 준비의 핵심은 교육'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초중고와 대학교육을 창의교육으로 바꾼다고 말합니다.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진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5-5-2로 학제를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5년의 중학교를 졸업하면, 2년간 진로탐색학교나 직업학교 중에서 택일하여, 학점이수제 형태로 교육을 받게 합니다. 자격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을 통해서 대학 입학생을 선발합니다. 학점이수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과외도 필요하지 않고, 사교육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키백과에서 '4차 산업혁명'을 검색해 보니,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제4차 산업 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한다. 18세기 초기 산업 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 시대이다. 이 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과 같은 6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1. 과거에 산업혁명이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꾸었듯이 4차 산업혁명도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꾸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국민들 중의 누군가는 이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고, 잘 이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교육을 전부 뜯어 고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교육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에도 저는 함부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 하면 교육부가 해 온 기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명칭을 뭐로 바꾸든, 몇 개의 조직으로 나누든 간에 상관 없이, 그 기능들은 여전히 필요할 것입니다. 괜히 공무원들의 동요와 불안만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육부는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교육부=교육지원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3.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장관 개인의 판단력에 교육정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집단지성에 교육정책을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누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토론하고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시도라고만 평가합니다.


4. 초중고와 대학교육을 창의교육으로 바꾼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모든 사람에게 창의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열심히 조립하는 사람은 창의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모든 사람이 다 창의력대장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로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창의력이 과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의력을 억압하는 것들을 걷어내거나 줄일 필요는 있지만, 그걸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평생교육을 강화하여 국가가 중장년층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생각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따로 교육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무료 강좌를 개설해도 교육을 받을 역량이나 의지가 개개인에게 부족합니다. 다수의 사람에게 배움은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공부는 각자 알아서 다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강의를 녹화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교재를 발간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 6-3-3 학제를 5-5-2 학제로 바꾼다고 하는데, 유치원 과정이 1년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금과 비교하면 실제로는 1년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면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만 5세의 어린이를 학교에 통학시키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요? 유치원은 아이들을 따로 실어나르고 있지만, 학교라면 따로 실어 나르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학교의 교실도 초등학교는 남아돌고, 중학교는 태부족하고, 고등학교(진로탐색학교와 직업학교)는 남아돌 것 같습니다. 이걸 해결하기가 꽤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7. 학점이수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자격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으로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점이수제+학교생활기록부는 내신성적제도의 변형이라고 판단합니다. 껍데기는 바뀌었지만 알맹이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명문대와 인기학과는 성적이 높은 학생을 선별하기 어려워서 아우성을 칠 것이고, 학생은 합격 예상이 불가능해서 아우성을 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면접으로 뭘 파악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만든다는 말은 의미가 좀 불분명합니다. 운전면허시험이 자격시험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자격시험이라면 도대체 어찌 되는 것일까요? 커트라인을 정해서,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원서를 못 내게 하겠다는 걸까요? 아니면 시험점수를 대학에 알려줘서 입학사정 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일까요?


이상으로 안철수의 교육개혁안에 대한 비판을 마칩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교육개혁안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