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헌재판결직후 제가 헌법재판소에 게시한 글입니다. (아크로에 옮기면서 약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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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님들의 노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금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이 있었습니다. 결정문을 수 차례 정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몇가지 있어서 게시판에 글을 씁니다.

저는 법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지만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최고 지성이 모여 있는 헌법의 수호자라고 믿고 있으며 헌재의 판단에 대해서는 항상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보면 과연 이 재판부가 제가 기존에 알고있던 바로 그 재판부가 맞는지 탄식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님은 평소 너무나도 의미있는 판결을 내려주셔서 판결문을 저장해서 음미할 정도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참담한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게시판 글에 하나하나 답변해주시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몇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첫번째,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절차, 증거조사 등은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시고 그 근거로 국회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점을 드셨습니다.

국회법은 헌법의 상위법이 아닙니다. 헌법적 관점에서 헌재의 판단은 무엇입니까?

단지 국회의 자율권을 지키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다는 것뿐입니까? 국회의 자율권 보장이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적 판단(무죄추정의 원칙)과 배치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요? 만약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부정한 의도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하는 경우 이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헌법상의 안전장치는 무엇인지요?

저는 헌재가 안전장치라고 믿고 있었는데 헌재가 그런 역할을 포기한다면 국회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할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국민들이 직접 국회로 달려가 실력행사를 해야 하나요?

두번째,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보고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해주어야 하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면 어쩌죠?

헌법재판소 위에 헌법재판소의 할아버지가 있어서 판단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헌재가 권한대행의 재판소장 임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시면 도대체 헌재는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헌재가 바로 우리 헌법의 보루, 최종적 판단기관이지 않습니까?

대통령 지명 몫의 재판관이 결원인 8인 재판관 체제로 선고가 이루어져도 3권 분립 등 우리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적 원리를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시거나 설명이 안되면 충원 요청을 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안해주셔서 논란이 되는 것인데 헌법재판소까지 다른 헌법기관이나 정치권, 여론에 책임을 돌리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셋째,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피청구인은 방송이나 보도 등을 보면 본인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는지 어떻게 확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증거가 있습니까?

아니면 정황증거를 통한 재판관님들의 예단으로 결정하신겁니까? 명확한 증거가 아니라 정황과 재판관님들의 예단이 포함된 판결이라면 이것이 재판입니까?

넷째,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가 되고 국민여론이 들끓어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오늘 재판에 이르게 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언론의 감시와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금 대통령 탄핵재판을 하고 계실 수가 있나요? 누가 봐도 모순인 논리가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특히 언론의 보도는 수많은 억측과 과장이 많았다는 것이 드러난 것만 해도 부지기수인데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니요.

다섯째,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피청구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안종범 등은 재판중에 있습니다. 만약 안종범 등의 죄가 없거나 경미한 수준의 범죄로 판명된다면 재심해 주실겁니까?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거창한 표현에 어울리지 않는 처벌을 받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여섯째, <피청구인은 對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우선 소추인이 고발하지 않은 내용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추장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소추장을 쓴 이후에 발생한 일이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소추장에 없는 내용까지 곁들여서 대통령을 파면하신겁니까?

게다가 판결문의 세월호에 대한 판단에서는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시면서 여기서는 마찬가지로 추상적 의무규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헌법수호의지를 들먹이시면 과연 누가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고 수긍하고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조사를 안받는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법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피청구인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가능성을 근거로 헌법수호의지가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이것은 구체적인 판단입니까? 추상적 의무규정 위반에 대한 판단입니까?

도대체 도덕적으로 비난해야 할 사항을 헌법수호의지의 不在로 치환하는 과장된 논리전개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일곱번째,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구요? 혹시 全국민들에게 직접 다 물어보셨습니까? 국민들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판결문에 쓰실 수 있는지요? 저는 대통령이 제 신임을 배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와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판결문에 언급하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탄핵찬성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이것을 근거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국민의 직접적인 主權행사로 선출된 대통령을 여론조사로 파면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이 판결이 여론재판이자 인민재판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 국민의 신임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개탄스럽습니다.

저는 혹시 이번 만장일치의 결정이 헌법재판관님들이 국회의 뜻을 거스를 경우 감수해야 할 국회의 막무가내식 탄핵을 우려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중에 만장일치 판결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제 의심이 진실이라면 법관님들께서는 양심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서 대답할 말씀을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 >: 헌재 판결문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