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명한건 손학규 전의원은 의도적으로 트롤링 (몽니, 생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도는 분명합니다. 있는 힘껏 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것. 정치적 자산이랄것 같은거 다 까먹어 버리고, 자신의 기존 계획이 다틀어진 상태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이 이런거 밖에 없으니까요.

가장 논에 띄던 경기도지사시절의 업적이 있다곤 하지만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경기도지사는 남경필씨이고, 그 전엔 김문수씨였습니다.  영어마을은 망했고, 판교 테크노밸리를 100% 자기 업적이라고 팔아먹긴 솔직히 민망할테고...  

그다음 전성기는 새누리당 영역이라던 분당에서 승리한 다음, 친노가 아니면서 중도를 끌어들일 수 있고 야권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되던 때였겠습니다. 근대 그렇게 당대표까지 했으면서 혁신과 통합 끌어들여서 (본인은 그때 자기가 호남 아니고 한나라당 탈당 경력이 있으니까 우군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했겠지...) 지금 친문 개판 만든 건 본인 책임이었습니다. 

이후 기회만 엿보고 몇번 사진이나 찍고 (석탄가루를 온몸에 바르고 찍은 사진의 충격적인 비쥬얼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인터넷 밈으로 승부나 걸어보려 했습니다만 (손학규의 대모험, 만덕산의 저주) 그런 정도로 될리가 있겠습니까.

작년 4월 총선때 부르는 곳이 있었을 때도 끝내 간만 보다가 거절했습니다. 나름 야당이 망하면 자기가 그걸 수습할 메시아가 되겠다는 자기만의 복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안철수가 국민의당 이끌고 나서서 중도보수표 흡수하고, 박근혜에 실망한 국민들이 야당을 선택하면서, 완전 오리알 되어 버렸습니다.

손학규계 의원으로 누구,누구, 이렇게 카운팅 하곤 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손학규 따라 올수 있는 의원이라곤 달랑 이찬열 의원 한명.  손학규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게 생길때 까진 그게 본인 자산 전부입니다. 

그러니 본인은 어떻게든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을 겁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2007, 2012) 대권(후보) 근처까지 갔다(고 생각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왔으니까 말입니다. 경선 룰이건 경선 기간이건 판을 흔들어야 이대로 끝내기 전에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기회가 오지않을 까 하는 것 말입니다. 

탈당한 김종인이라던지, 아님 기타 중소 주자들과 개헌을 통한 연합정권 같은, 소위 말하는 빅텐트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2)

이에 안철수 의원도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무리가 많은 (선거인단 명부를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 즉시 투표) 현장투표 위주 경선룰인데 마지막에 그걸 받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손학규의 트롤링도 트롤링이지만, 명분 싸움에서 첫단추가 약간 잘못 끼워졌던 느낌이었습니다.  본인스스로 '지금의 여론조사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안측 대리인은 여론조사 비중이 몇 프로가 되야 된다고 말하니까 논리가 안사는것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당원들의 권리보장을 전면으로 내세워서, 당원투표 (모바일 허용) 따로 가져가고 현장투표랑 비중을 맞추자고 하는게 명분상으로도, 정치 발전상으로도 더 나은 방안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런 선택에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자들은 당내 지도부와 중진들, 손학규, 안철수 주변인들 그리고 심지어 안철수 본인에게까지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짜피 한번은 거쳐야 합니다. 

경선을 받아서 어떻게든 안철수가 이기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있고, 경선전에 손학규가 탈당하면서 노이즈 일으키거나 아니면 몇몇 중진 의원들이랑 갈라서면서 당 박살나는 손해도 있습니다. 추격하는 입장인 안철수로서는 무엇보다도 시간을 단축 시키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안철수도 승부수 던지는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주변에서 으쌰으쌰 해줘서 쉽게쉽게 대통령 될수 있을 만큼 안철수 입장이 낙관적이거나 한가롭지 못합니다. 

(3)

대통령의 자격으로 국민들이 살펴보고 요구하는 것중 하나가 정무능력입니다. 정지판 개판이고, 모략과 사기와 뒤통수치기가 난무하는 곳인건 알겠는데, 거기서 어떻게든 서바이벌 해서 능력 증명하라는 겁니다. 김영삼, 김대중은 보스였고, 노무현도 마이너리티에서 자기 지지층 결집시켜 단일화 이겨냈습니다. 하다못해 박근혜도 선거의 여왕으로 새누리당 원탑 까지 올라갔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호구중의 호구, 킹오브 호구 손학규도 못이기면, 니가 문재인 이기겠냐? 혹시  대통령되서 트럼프나 아베, 김정은 상대 할 수 있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학규를 사전에 잘 구워 삶아서 바보 만들던, 힘으로 눌러서 찍소리 못하게 하던, 아니면 조금 불리한 룰이라도 받아서 이기든 상관 안합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어떻게하든 이기고 올라오면, 그때 가서 봐주겠다는 말입니다. 

탄핵인용으로 2달밖에 안남은 대선, 시간이 없으니 안철수로서는 룰을 받는 쪽으로 선택한겁니다. 


(4) 

손학규를 경선에 묶어서 승리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지 않습니다. 뭐 경선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 그런건 아닙니다.

제3당에게 정권을 주기 싫어 하는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복하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을 잡으면, 어떤 형태로든 정계 개편을 일으켜야 합니다. 

대통령이 정책 집행하려는데, 200석넘는 야당이 특히 더민당 86들과 친문들이 국회 장악하고 사사건건 국정 발목잡으면 될 일도 안됩니다. 그꼴 보기 싫어서라도, 유권자들은 그냥 1당에 표주는 사람들 많습니다. 

결국 그 길이라는게, 더민당의 비문 의원들 데리고 오는 일, 바른정당에서 의원 데려오던지 연합하던지 하는 길 밖에는 안보입니다. 일단 여당이 되고, 국민의당 경선을 통해 '나 살아있어용지분'을 획득한 손학규라면, ex-손학규계 의원들 다시 데려올 수도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럴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대선전에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제 3당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는 개헌을 매개로한 정계 개편일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본인도 개헌 자체에는 오픈되어 있습니다. (내각제류의 개헌에는 반대).  개헌 이야기하는 손학규를 고리로 자연스럽게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5)

완전 오픈 경선이고, 손학규가 생떼 써서 만든 경선인데 안철수가 이길 수 있을까요?

중복 투표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정도는 이겨야 하는 거고요.

손학규 측에서 동원하면 어떻할까요?  손학규가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랄께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10만이라는 국민주권 회의 명부도 없는데요. 혁통때는 대선 가능성이 있어서 노총이랑 거래도 되었지만, 지금 손학규가 설령 대선후보되서 개헌연대 한다고 한들 진짜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몇명이나 됩니까? 

손학규가 돈으로 사람사서 돌리면 어떻하나요? 근데 과연 손학규에게 그럴 만한 자금력이 있을까요? 또 국민의당 경선 이겨도 대선 가능성 0%이고 기껏 할수 있는건 개헌연대로 대선정국 만들어서 지분얻는건데, 대량 동원에 필요한 수십억 자금을 과연 조달할 수 있을까요?  (돈은 안철수가 더 많..)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대량으로 난입해서 역선택하면 어떻게 할까요? 문베충들이 온라인에서야 많아보이지, 실제로 경선장까지 나와서 주민증 제시해서 안철수 엿먹으라고 손학규 찍으러 올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모바일 투표였으면 모를까.  트위터에서 '안철수 엿먹어라, 손학규 찍어야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경선장에 나타날 확률은 '5분 후에 트위터 끄고 자겠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자러 갈 확률과 비슷할 겁니다. 

민주당 조직이 난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이 다 문베충은 아니고 남의당 경선에, '안철수를 죽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난입할 거라고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호남이 조직적으로 안철수 죽이기에 나서면 어떻하나요?  간단합니다. 그럼 안철수는 대통령 자격 없는 겁니다. 


(6)

사실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건, 안철수가 공식적으로 '호남의 선택'을 받는 것입니다. 

쉽게쉽게 여론조사 만으로 후보되는 것 보다, '모바일'로 문제 불러일으키는 것 보다, 경선을 통해  어쩌면 더 공식화된 지지 선언을 받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안철수 혹은 그 주변 사람들의 그간 행보가 안타깝습니다. 잘 해왔으면 이 절차는 필요 없을 텐데..

안철수 본인은 안그런거 같은데 (물론 안철수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럼 대선 자격 없는 거고), 주변에서 호남, 광주 전라 지역을 한묶음으로 타자화된 집단, 표나 주는 시골 동네 즉 '남' 취급 하는 듯한 사람이 있으면 큰 잘못입니다.  거기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 사는 곳 아닙니다. 

만약 국민의당 내부 갈등을 안철수파 vs. 호남중진파 이런 식으로 레이블링하고, 안철수가 호남에서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둥둥 떠돌아 다니는 낭인 집단 처럼 인식된다면... 안철수 본인의 능력과 재능이 뭐가되건 간에 대통령 못합니다. 안됩니다. 안시켜줍니다. 가뜩이나 제3당인데 안정적인 '지지기반'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되어 봤자 정국이 혼란 스러울거라는 생각이 앞서거든요.

지금 1당 아니라도, 야당의 본산인 호남 지반이 지지해준다는 말은, 적어도 호남출신 엘리트들이 정권에 인적자원풀이 될 순 있고, 안철수 본인 지지율이 (대통령으로서 어쩔수 없는 정책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떨어젔을때, 정국이 확 뒤집혀지지 않을 닻줄의 역할을 해 줄거라는 기대를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못하면 본선에 못나오는 것과 같다고 예전부터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걸 미리 다져놓았으면 좋았을 겁니다. 그러지 못한게 못내 아쉽습니다. 주변에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러지 못했으니 그 갈등의 틈새를 손학규가 파고 들어 손학규 뒤로 호남의원들이 줄서서 밀어준다더라 뭐 이런 소리나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야당을 계속 지지해주던 호남의 경우, 노무현때 열린우리당 거기에 문재인 일파에 이르기까지 표만 빼먹고 조롱이나 당했던 최근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담 안철수는 거기를 파고들어 자신은 호남의 지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을 좀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는 대신 '호남중진 vs. 안철수파' 이런 구도를 묶어서 파열음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안철수 지지자들로서는 '흥, 안철수 대신해서 호남에서 누구 대선 후보 나갈 만한 사람 있냐? 왜 안철수 지지 않하지?' 하고 가볍게 생각할수 있겠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호남으로서는 이거 또 기껏 표 줬는데, 정권에 참여도 못하게 되는 열린우리당 뒤통수 2 맞는거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올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안철수가 지금 신뢰하고 데리고 다니는 '호남파' 사람 있습니까? 정권잡으면, 내각이나 중요 포스트에 데리고가서 정권에 공식적으로 참여시킬 것으로 보이는 사람 말입니까?  오히려, 지지자들은 지역이나 정당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정권에 참여시키자라는 소리나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리스크는 이번이 더 큽니다. 안철수한테 표 몰아줬는데, 결국 대통령은 문재인이 되고 호남은 정치적인 파워도 무시당한채 아예 그냥 천대받는 변방으로 전락하는 리스크 말입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문재인 혹은 더민당에 표몰아주고 야권내 지분 받는게 낫지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호남으로서는 이번 대선 패스 해도 됩니다. 안철수 혹은 어떤 인물이건 사람은 왔다가 가고 늙고 변하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지역은 남습니다. 땅은 어디 안갑니다. 호남이 안철수를 필요로 하는 거 보다, 안철수가 호남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더 큽니다. 

제가 안철수라면 이번 경선을 호남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호남에 갇히면 안된다.' 이런 소리 하는 조언자들은 잘라버릴 겁니다. 김경진이던 권은희던 호남 의원들 옆에 데리고 다니고, 필요하면 천정배나 정동영계 사람들에게도 직함주겠습니다. 

특히 제가 안철수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호남중진 vs. 안철수파 이런 구도로 언급하는 건 삼가할겁니다. 지금 국민의 당에 호남중진 말고 영남 중진 있고 수도권 중진있고 그렇습니까? 왜 굳이 호남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안티테제로 만들어서, 호남 유권자들이 "호남중진"에 감정이입하게 만듭니까? 오히려 그 '호남중진'이라는 사람들 중 유권자들에게 불만 많이 받아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던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룰을 받은 이상, 안철수도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승부수를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철수의 필승을 기대합니다.


(7) 

마지막으로 손학규씨. 지금 어떻게든 판 흔들고 개헌 연대에서 자기 몸값 올려보려고 하는데, 지금도 솔직히 충분히 추합니다. 본인이야 더 떨어질 곳 없어서 뻔뻔하게 막무가내로 덤벼보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손학규씨가 지금 그나마 기대는 곳이 안철수와 호남사이의 틈이지, 손학규 개인의 지분이나 능력이 아닙니다. 

본인이 지금 안철수에 대해서 호남이 시험지로 사용하는, 리트머스 종이 역할이란것만 알아두길 바랍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트롤링을 너무 하게 되면, 경선끝나고 국민의당으로 정권 교체 되었을 때 본인 지분 챙겨주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더민당으로 정권 교체되면, 본인 정치인생은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