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가 좋은 줄 알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잖아?"


한국의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하는 흔한 거짓말이다. 


왜 한국의 어른들은 실제 자신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데도 하지 않을까? 사실, '어른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해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오히려 학생들은 진학 때문에 그리고 취업 때문에 살인적인 경쟁을 해야 하고 그래서 한국의 학생들 중에 20% 가량이 한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보았고 그 20% 중에서 1%가 실제 자살을 시도하고 그 1% 중 50%가 성적 때문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막상, 학생 때는 무엇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반면에, 경제적 자립을 한 어른이 되었다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책임을 져야 할 '가정이 없는 독신'의 나이브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최소한,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는 그 자녀들을 위해 헌신을 하는 것도, 나는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부모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내 동창 중 한 명은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요리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요리사였다. 학창 시절 그는 종종 휴일날, 집이 비었을 때, 급우들을 초대해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우리에게 선보이며 평가 받는 것을 좋아했다. 여행을 다닐 때 요리 전담은 거의 그의 몫이었다. 요리를 할 때 친구의 표정은, 요리라고는 라면 밖에 끓이지 못했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였다.


아마......... 당시 대학교 하다 못해 전문대학교 과정이라도 호텔조리학과가 있었다면 친구는 그 학과를 지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라면 유학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풍토가 그깟 '요리사'가 되기 위하여 유학을 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고 친구의 집이 그 미친 짓을 지원해줄만큼 풍족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대학교 들어갈 당시에 '호텔관광학과' 등은 한국에서는 없었던 학과였다. 마치, 내 선배들이 한국에 'computer science' 학과가 없어서 울며겨자먹기(?)로 대거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것처럼, 뭐 그런 시절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조리학과가 국내에 최초로 생긴 것은 1997년 경기대학교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요리의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면, 중국 주방장이 되는 코스가 있기는 하다. 처음에 시다로 들어가서 15년만 주방에서 죽돌이가 되면 그리고 운이 따라준다면 주방장이 될 수 있다. 호텔의 경우에는 호텔 주방에 취업을 하면 3~4년만에 처음으로 칼을 잡는다고 한다. 그 것도 운이 아주 좋아야지만.... 한마디로 요리사가 되려면 하늘의 별따기였다. 뭐, 호텔에서 요리사가 되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친구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자기의 꿈을 접고 대기업에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선택했고 운이 좋은건지 실력이 좋은건지 나름 잘나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없는 시간을 쪼개 요리학원을 다니고 있다.


좀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하면, 식당을 차려볼 생각도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손님들 앞에 내보고 싶다는 것이다.


"흐음~ 만일 내가 식당을 차리게 되면 너 와서 카운터 봐라. 월급 후하게 줄께"


풋~ 졸지에 내가 은퇴해도 일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내 성격 상 따분한 카운터를 무사히 볼 가능성은 없으니 응할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홀 서비스를 하라고 하면 'Good'하면서 기꺼이 응히겠지만.... 내 성격에 맨날 손님하고 싸워서 친구 쫄딱 망하게 할 가능성..... 100%이기는 하겠지만.


물론, 학생들처럼 직장인들도 살인적인 경쟁에 처해있고 매일같이 심신이 파김치가 되어 있으니 무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 독한 마음이 아니면 실천하기 힘든건 사실이다. 나만해도 은퇴 후를 준비한다면서 이것저것 계획을 잡아놓고 퇴근 후에 그 준비과정을 구체화하는데 하루 평균 한시간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건 사실이니까.



그런 현실을 감안해도,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학생 때가 가장 좋은 때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은 충분히 거짓말이다. 실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도 그들은 실천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기껏해야 주색잡기로 시간을 소비하는게 현실이니 말이다. 물론, 그 주색잡기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인거 이해하지만 그렇다면 살인적인 경쟁에 처한 학생들에게 그런 뻔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닐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