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투표용지도 정상투표로 인정하는 막장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터키의 대통령선거가 우파이슬람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이 과반을 넘기면서 또 한번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하렘 인제 후보를 내세웠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세속주의 보루라 불리는 이즈미르를 필두로한 아나톨리아 서부해안지역과

에디르네, 키르클라렐리등의 유럽지역등 자기 나와바리 지키는 선에서 그쳤네요.

케말리즘을 극복해야 한다는건 거의 매선거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힘들겁니다.

요즘은 융통성없다는 비난을 의식했는지 이미지관리차원에서 공화인민당 관련 행사에서 앞에 서는 사람들은

히잡을 쓴 여성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에르도안의 독재정치에 반발해서 극우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정의개발당의 2중대역할) (MHP)에서 떨어져나와

주목을 받았던 좋은당(IYI)의 메랄 악셰네르 후보가 보수성향 표를 별로 흡수하지 못했지만 같은날 치뤄진 총선에선

비례대표제빨로 전체의석의 7퍼센트나 먹었습니다.

결선투표로 가서 9%의 쿠르드족 표를 흡수하려면 공화인민당보단 좋은당이 유리한게 쿠르드 유권자들 입장에서

굳이 1명을 뽑아야만한다면 자기들을 탄압하는 집권당이나 억지통합하려는 공화인민당보다는

자기들에게 별 관심없고 투르크뽕에 취한 극우민족주의자들이 더 구미에 맞거든요.


같은 날 치러진 총선결과에선 기존 정당들은 크게 달라진거 없는데 정의개발당의 경우 경제정책 실패에

회의감을 갖는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존재감은 그닥 크지않고

과반을 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경제실패에도 신경쓰지않는다는것을 확인했다는데에 성과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막말로 지지층이 이반한다고해도 선거개입을 넘어 선거조작까지 가능한데 무엇이 무섭겠습니까?

특히 선거기간동안 음식, 애들 장난감, 컵, 각종 기념품, 히잡, 터키식 커피등을 유권자들에게 뿌리는건 이 당의 전통이죠.

유권자들에게 식기세트등을 나눠줬던 80년대 대한민국 돈선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동안 에르도안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유럽연합과 미국을 적대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과 가까워지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리라화는 폭락한지 오래고 물가또한 10% 상승, 외국인 투자도 반토막 났는데 앞으로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지지층결집을 위해 앞에선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테러리스트 국가라고 비난하고 무역보복을 선언하지만

뒤에선 미국에게 F-35 판매를 부탁하는 에르도안의 모순적인 행태가 어디가겠나 싶습니다.

결국 해산까지 당하고 사라진 복지당(정의개발당의 전신)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네요.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에서 세속주의 경찰에게 억울하게 매질을 당하던 복지당 시장후보 무흐타르가 세월이지나 현실에서

세속주의와 민주정을 말살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싹해집니다.

반면에 책을 쓴 오르한 파묵은 아르메니안 학살에 대해 언급했다가 살해협박때문에 터키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죠.


당장 터키가 사우디화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틀에서 터키의 아랍화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더욱 강도높은 이슬람화와

문화적인 편협성이 더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몇년전 라마단기간에 음악팬들이 라디오헤드 신작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코드점에

원리주의자들이 침입해 피투성이가 될때까지 린치를 가한 사건은 이젠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닙니다.

공공기관에서의 히잡착용금지법은 2013년에 사실상 폐지됐고, 2016년엔 경찰에게 히잡착용허용 2017년엔 군인들도

히잡을 쓸수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백인경찰도 흑인들에게 가혹하게 대한다는 말들이 많은데 인격자가 아닌이상 여기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습니까?

전쟁통에 터키로 흘러들어온 350만명의 아랍인들도 세속주의를 약화시킬 요인중 하나죠.


그리고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는 급진적인 세속주의자로서의 면모는 가려지고 있으며

몇몇 이미지만을 선택취합한 박제화 특히 차낙칼레 전투나 터키 독립전쟁당시 명장으로서의 이미지만이 부각되고 있는 중입니다.

뿐만아니라 잊혀질만하면 들려오는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아타투르크 동상의 파괴시도죠.

최근 몇년간은 오스만제국말기때 헌법을 폐지하고 전제정치, 이슬람색채를 강화하려다 청년투르크당에 의해 폐위된

압뒬 하미트 2세같은 오스만 술탄들을 재평가하고 있는데 관련서적도 인기가 많더군요.


이론상 에르도안은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더 할 수도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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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