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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에도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제 정수리를 강타했다능.
박근혜의 최대 단점은 한번 재미본 걸 잊지 못하는 습관이라능.
설명이 필요합니다. 신공항을 계기로, 박근혜 전대표가 영남의 맹주에 갖혀서 수도권이나 기타 지역의 (적어도 충청도의) 지지를 잃어 버리게 된다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공약이란게 원래 그렇고 그런거고 이렇게 논란 오가는 와중에 대충 타협이 이뤄지고 그 과정이 민주주의고 자원의 재분배고 그런건데 박근혜는 허구헌날 '원칙'만 읊조린다는 거고 그러면 결국 타협과 재분배를 부드럽게 이뤄야할 지도자로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거 아니냐란 의구심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지겠죠. 특히 수도권에서요.이거 제대로 논쟁을 한다는 가상을 세워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박 - ''경상도라 원칙 내세우며 우기는 거다.'
친박 - '아니다. 경상도라 그런게 아니라 원래 박근혜는 원칙주의자라서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반박 - '그러면 모든 지역의 약속을 지킨다는 거냐?'
친박 - (우쭐 우쭐)'당근 빠따.. 박근혜는 신뢰의 정치인, 양심의 정치인..'
반박 - '우리나라 예산으로 모든 지역의 약속을 지켜줄 수 있을까?'
친박 - '......'
반박 - '나라 망하겠다. 인구 천명 우리 동네의 약속만 지키려고 해도 최소 1조는 들어갈 텐데...'
간단히 말해 모든 약속을 다 지키겠다해도 문제(국가 거덜남. 온 국토의 4대강화, 공항화,), 선별적으로 지키겠다고해도 문제(저 nyon, 완전 우리가 남이가네) 빠져 나오기 힘들겠다는 거죠.
세종시는 여론이 팽팽했고 야당이 지원해줬지만 이번 건은 야당이 세종시만큼 지원해주기 어렵습니다. 또 수도권 유권자들이 세종시까진 참아줬지만 저 멀리 있는 자신의 고향 경상도에 박근혜가 국제 공항짓겠다고 나서는 것까진 넘어가기 어려울 겁니다. 당장 세종시 때는 아크로에서도 행수 이전 찬성 여론이 높았지만 이번 공항은 이명박이 잘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잖아요?
ㅎㅎㅎㅎ
저 역시 이 문제로 올릴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걸음 빠르시군요.
저 역시, 박근혜는 오늘 발언으로 차기 대권에서 90% 정도 멀어졌다고 판단합니다.
이거 주워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가 재미본 것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박근혜 지지율의 프레임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나름 박근혜도 꽤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한데...
다만, 고민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온 모양새가 더욱 불길하군요.
복지니 뭐니 하는 이슈보다는
확실하게 영남패권 종식, 영남정권 반대를 내거는 게 낫다고 봅니다.
한 큐에 박근혜와 친이계를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치킨까지 포함하죠...^^
이걸 내걸 담력이 과연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10조원가량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어디선가 보니 매년 6천억가량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는 등
경제적 타당성도 형편없이 낮고 안전성까지 떨어진다는데,
박근혜는 "그래도 한번 약속을 했으면 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박근혜에게는 약속 준수가 최우선 가치인가 봅니다.
사실 대선 공약을 하면서 모든 공약 사항에 대해 정밀한 타당성 조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조사해봐서 안 되겠다 싶으면, 사과하고 철회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박근혜가 이명박이었다면, 한반도 대운하도, 동남권 신공항도 끝까지 밀어붙였겠군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좋지만, 원칙에 갇힌 사람, "닥치고 원칙!"을 고집하는 사람은... 무섭죠.
가만히 있어도 영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텐데, 왜 비영남에서 표를 잃는 길을 선택한 걸까요?
반대편의 공격을 받을 때 '원칙 고수'라는 것만 내세워서 방어하기도 어려울 텐데...
그나저나 일단 민주당으로서는 일거양득한 셈이군요.
이명박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서 영남 주민들을 우롱했다고 공격하고,
박근혜는 원칙 지키려다 나라 말아먹을 거냐고 공격할 수 있고...
그런데 박근혜를 공격하면 영남의 반감을 살 수 있겠군요.
박근혜도 공격하고 영남의 반감도 사지 않을 좋은 묘안은 없을까요?
노무현이 그랬고, 지금은 다시 노무현 빨아주고 그 알량한 유산(?) 차지하려고 또 영남에 꼬릴 치죠.
영남은 어떻게 해도 민주당에 표 안 줍니다. 그걸 딱 전제로 확실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이 기본적인 팩트조차 부인하니까 민주당이 꼴사나운 무한 삽질 모드에 빠지는 것이지요.
결국 영남-딴나라당과 민주당-호남은 타협 불가능한 관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타협이 불가능한 상대, 그런 적수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어떻게든 호감을 사려고 살살거려야 하나요?
아니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겁니다. 또 죽여야 한다고 했다느니 어쩌구 그럴 분이 나서겠지만, 의미가 다르죠. 정치적으로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민주당이 이기려면 영남의 반감을 극대화시키고, 그 반감을 소재로 다른 지역, 영남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체에 호소해야 합니다.
"자, 영남이 민주당과 호남을 증오하는 것 보십시오. 어느쪽 손을 잡는 게 여러분에게 이익일 것 같습니까?"
이렇게 다가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부산에서 김정길이 44% 득표한 것, 김해을에서 민주당 최철국이 당선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2. 저 역시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이 보여준 영남 아부 전략에는 반대합니다. 아부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제가 원하는 것은 영남 민주화세력의 복원입니다.
김영삼을 지지하던 지지층을 민주당 지지층으로 회복시키는 거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복원시키는 노력을 바라고 있습니다.
부산경남에서는 그런 노력이 꽤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3. 위에 유틀러님의 글에 쓴 댓글처럼, 저는 영남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구경북 vs 부산경남
영남수구세력 vs 영남민주화세력
우리가 고립시켜야 할 쪽은 대구경북/영남수구세력이지, 부산경남/영남민주화세력이 아닙니다.
싸잡아서 '영남타도!' ---- 심하게 표현하면 이건 한풀이밖에 안 된다고 봐요.
과거에 저도 군부독재세력에 몰표를 던지는 영남인들의 투표 행태를 보면서 홧병에 걸릴 것 같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민주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영패주의 내지는 영남중심주의를 봐도 기가 막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움과 적개심 같은 태도로 대응한다면 끝없는 반목과 악감정만 양산하지 않을까 싶군요.
민주당의 집권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요.
부산경남이 노무현을 지지해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비한나라당/반한나라당으로 서서히 돌아서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니까 다 참여당으로 가게 그냥 놓아둘까요?
아니면, 이 사람들을 공격해서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게 해야 할까요?
미투라고라님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노무현도 민주당의 역사이고 민주당의 일부입니다.
부산경남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때는 민주당만 보는 게 아니라 인물도 함께 봅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예컨대, 안희정을 찍은 충남사람들이 민주당만 보았을까요? 안희정이라는 인물도 함께 보았겠지요.
안희정이 아니라 별볼일 없는 후보가 나왔다면 안 찍을 수도 있었을 테고요.
반대로, 유권자는 인물도 보지만 당도 함께 보기 마련입니다.
노무현이 과거에 부산에서 왜 계속 떨어졌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잖아요?
제가 중요하게 보는 건, 부산경남에서 과거와 달리 "민주당은 호남지역당" "민주당은 너네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뛰었던 노무현, 김정길 등의 공헌이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요.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찍었든, 찍을 마음을 낸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라고 봅니다.
민주당은 그걸 잘 활용하면 되는 겁니다.
노무현 2.0을 염려하시는 마음은 잘 이해합니다. 저라고 그런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일단 두고 봐야죠. 노무현 2.0이 확실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배고플 때는 일단 앞에 차려진 밥을 먹고, 힘을 내서 또 어떻게 해봐야지요.
박근혜가 약속하나는 칼같이 지키는군요.
'신뢰정치'라는 부정적 의미의 수식어도 생겨났는데, 박근혜도 그 발언이 분명히 손해보는 발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발언과 함께 오늘, 친박연대(희망연대)는 한나라당과 합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친이계와 본격적으로 날을 세우기 시작하고 출사표를 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계속 현재의 사업성을 근거로 신공항문제가 이야기됐는데 박근혜는 현재의 사업성을 떠난 다른 미래의 패러다임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마치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를 생각한 듯.
박근혜가 외통수에 걸렸다는 건 이른 판단이고요, 박근혜의 패러다임이 뭔지, 어떤 설득력 있는 국가비전, 균형발전 방안을 박근혜가 제시할지가 관건입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내건 공약은 무조건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고해진 마당에, 만약 전라도나 충청도쪽에서 만족할만한 공약을 박근혜가 제시한다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쪽에서 박근혜를 도저히 감당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까요? 저는 박근혜가 전라도나 충청도쪽에서 만족할만한 공약을 제시할 턱이 없다고 보는지라.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아닌거죠. 설령 한다해도 선거를 의식한 빈공약이겠구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수도권의 기득권세력이 필요로하는 표를 영남쪽에서 모으는 역할입니다. 그 프레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봐요. 저는 이번 사건을 수도권 상류층과 영남사이에 맺어진 동맹에 금이 간 사건으로 파악합니다. 수도권 상류층이 더 이상 영남의 몰표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거나, 영남쪽의 요구가 도저히 받아 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판단했겠죠.
시닉스님이 지적하신대로, 박근혜식 신뢰정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겁니다. 대운하 공약 취소할 때는 입다물고 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만약 정말로 약속한건 무조건 지킬 생각이라면, 이번 대선에서 모든 공약을 실행 가능한 것만으로 채우겠죠. 그런 사정으로 전라도나 충청도쪽에서 만족할만한 공약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면 영남에서 절대 가만 있지 않을겁니다.
아마 구경만 하면서 발언하고 싶지 않았겠죠. 밀양이든 부산이든 결정되면 수습의 부담은 MB가 져야 할거고 자신은 계속 공주 놀이하면 되니까. 그런데 막상 백지화가 되버리니까 더 이상 방관 모드로 버틸 수는 없고 백지화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가부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거죠. 그래서 박지원대표가 이번에 박근혜의 그런 약점을 정확하게 꼬집었더군요. 소쩍새는 봄부터 울어야지 왜 모란꽃 지고 나니 우냐고 ㅋㅋㅋ
결국 박근혜는 영남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그게 모든 경우의 수에 있어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을겁니다. 계속 입다물고 있는건 대선 후보로써 말이 안되는거고, 백지화 찬성한다고 하면 이명박이랑 같이 묻히는거고, 결국 일단은 수도권보다는 성난 집토끼부터 달랠 필요가 있었던거죠. 거기에 신뢰정치라는 플러스 알파까지.
이번 사건으로 영남거주민들은 더 이상 주류의 일원이 아니라 수도권의 결정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지방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생겼을거라고 봅니다. 원래부터 그랬었는데, 이제서야 깨닫게 되는거죠. 한국 사회의 주류는 서울에 사는 영남출신들인거지 영남거주민들은 아니었거든요. 본인들이 착각하고 있었을 뿐. 결국 영남인들도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겠네요. 계속 수도권에 충성하면서 떡고물을 챙길거냐 아니면 지방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거냐 고민해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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