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영화 속의 '비과학적인 장면 찾기' 놀이가 유행했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2.

다이하드 2에서는 주인공이 막 이륙하려는 비행기의 연료 탱크에서 새어나온 기름띠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그 기름띠를 따라 불이 옮겨 가견서 급기야는 비행기까지 불이 옮겨 붙어 비행기가 폭파되는데요......


이거 생구라죠. 왜냐하면, 비행기 연료의 비등점이 높아 라이터 불 따위로 불이 붙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수많은 '비과학적인 장면 찾기들' 중에서 유독 언급되지 않는 것이 있더군요. 바로 영화 슈퍼맨의 구라 장면.


영화 슈퍼맨 시리즈 중에서는 슈퍼맨이 여자친구를 돕는다고 수초 만에 책 몇권 분량의 타이프를 치는데요...... 이거 생구라죠.


가끔 방안에 불을 키려고 스위치를 누르면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AC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스위치가 하필 AC의 전원이 최고점에 이르거나 최저점에 이를 때 스위치가 붙기 때문에 스파크가 일어나는 이유도 있습니다만(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로크로싱 등 여러 기술적 방법이 고안되어 있습니다만) 스위치가 한번에 붙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다 붙기 때문입니다.(마찬가지로 스위치를 끌 때도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다 떨어집니다.)


이걸 바운스 타임이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은 바운스 타임을 오실로스코프(병원에서 환자의 매각 상태를 파형으로 보여주는 장치와 동일)로 측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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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스위치는 HIGH(스위치 접점 OFF) LOW(스위치 접점 ON)를 반복하다가 LOW를 유지하는데요.... 이런 현상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습니까? 

예. 바로 overshooting/undershooting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움직임에는 이런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이 따라다닙니다. 바로 아래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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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스위치의 ON/OFF 반복이 급하게 이루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ON/OFF 반복이 잦아들다가 나중에는 ON으로 고정됩니다. 즉, 오버슈팅/언더슈팅에서 처음에는 진동폭이 크지만 점점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고정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첫번째 그림에서 Δt.  그리고 Δt의 값은 0.45mS 45/1000초입니다.


따라서 키보드에서 키 하나를 인식하는 시간은 45/1000초. 키에서 손을 뗄 때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계산하지 말자고요. roll over라고 하는데 예로, A키를 누른 상태에서 B키를 누르면 A 다음에 B가 화면에 표시되고 사람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을 착안하여 보통 ten key roll over라고 합니다. 즉, 아홉개의 키를 누른 상태에서 열번째 키를 누름과 동시에 첫번째 누른 키에서 손을 떼면 ON되는 바운스 타임과 OFF되는 바운스 타임이 중첩되어 '한 개의 바운스 타임만 걸리니까요.

(뭐, 팬텀 크로스라고 종종 세 개의 키를 누르고 있으면 누르지 않은 키가 화면에 연속해서 표시되는 현상도 있습니다만 그건 생략)


어쨌든 바운스 타임을 5mS, 즉, 5/1000초라고 하면 제 아무리 슈퍼맨이라고 하더라도 1초에 200타를 못칩니다. 이렇게 바운스 타임을 없애는 것을 '없애다, 제거하다'라는 의미의 접두어인 de-를 붙여 디바운스(debounce)라고 하는데 de- 접두어 어디서 많이 보셨죠? 바로 bug 그리고 debug.


어쨌든 바운스 타임, 그리고 디바운스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제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1000초. (키보드마다 좀 다릅니다. 키의 바운스 타임이 제조사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수 초만에 몇 권의 책 분량을 타이프 해요? 구라도 이런 구라가 없습니다.



그러면 혹자는 이렇게 반문하실겁니다.


"구라는 지금 누가 치고 있는데? 디바운스가 없는 키보드도 있잖아?"

예. 맞습니다. 지금은 비싸서 특수용도로만 쓰이는 멤브레인 타입의 키보드도 있습니다. 이 키보드는 바운스 타임이 없고 말 그대로 광속도로 타이프질을 할 수 있다.....................? 아니죠.

키보드에서 타이프된 키의 정보는 컴퓨터에 연결된 키보드 선에 의하여 전달이 되는데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전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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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키보드에서 타이프한 키의 정보가 컴퓨터에 전해지려면 1mS, 즉, 1/1000초입니다. 바운스 타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눌려진 키의 정보가 키보드에서 컴퓨터로 전송되는 시간은 1/1000초가 걸리기 때문에 제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1초에 천타 이상을 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수초 만에 책 몇권 분량을 타이프 치다니요. 구라도 이런 생구라가 없습니다.



왜 갑자기 구닥다리 기술을 들고와서 이야기 하느냐고요? 요즘 한국에는 하드웨어적으로 꽤 실력있는 젊은 엔지니어가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한, 업체 사장과 통화를 하는데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라고 하소연 하더군요. 젊은 친구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소프트웨어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뭐, 의학계도 힘든 분야라는 정형외과나 내과는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제가 포스팅 했듯 몇 년 전에는 한 의대에서는 내과 지망생이 한 명도 없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뭐,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하니 딱히 한국 젊은이들 탓을 할 수는 없지만, 일부 하드웨어 분야는 뚜렷히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에 추월 당했다는 제 판단은 추월 당하는 분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도 제조업이기는 합니다만 고용창출에 있어서는 하드웨어를 따라가지 못하죠.


일본의 한 학자가 그랬습니다.

'제조업은 나라의 근간이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제조업의 강국 미국이 이제는 기축통화 그리고 전쟁 둘 중 하나만 없어져도 나라 유지가 힘든 상태니까요. 즉, 미국은 이미 오래 전에 'technically bankrupt'(사실 상 부도 상태)였고 기축통화 그리고 전쟁으로 연명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