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민족주의




                                                                     2017.09.28




어제 일본 정부는 평창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려진 세계 지도에 일본이 없는 것을 파악하고 조속히 수정해 줄 것을 우리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http://v.media.daum.net/v/20170927121913931?f=m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실제 평창올림픽 홈페이지에 나온 세계지도에는 일본은 삭제되고 없다. (지금은 수정했다고 한다.)

참 치졸하고 유치하다. 이런 사고와 자세라면 차라리 평창동계올림픽을 반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일본을 세계지도에서 없앤 것은 명백한 고의이며, 올림픽헌장 50조에 규정된 '올림픽이 열리는 그 어떤 공간에서도 정치·종교·인종적 차별에 대한 선전활동은 금지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당초 평창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려진 세계지도에는 일본도 나와 있었지만, 독도도 따로 표기하여 강조하고 독도에 대한 부가적 설명도 올려놓았다고 한다. 독도 표기가 있는 지도의 동해(EAST SEA·東海) 표기와 홈페이지 내 별도 창의 독도 소개란을 만들어 독도를 '한국의 최동단'이라고 소개하며 "한국 사람들이 독도를 지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이 이에 대해 정치선언을 금지한 올림픽헌장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 1월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마 이를 시정하면서 아예 일본도 함께 삭제해 버리는 매우 치졸한 짓을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 옆의 죽도보다 작은 조그마한 바위섬에 불과한 독도를 세계지도에 표기하는 것도 웃길 뿐아니라 별도의 창으로 독도를 소개하고 한국 사람들이 독도를 지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은 명백히 올림픽정신과 배치되는 것이며, 정치, 종교, 인종 차별에 대한 선전활동을 금지한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것이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역지사지해 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이 나가노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소개하면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고 일본 땅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소개란을 만들어 올렸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된다. 일본이 만약 그렇게 했다면 그것 역시 올림픽헌장을 위반한 것이고,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가노 올림픽을 보이콧 해 버려도 된다. 이를 참가국에 널리 알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말 것을 호소해도 일본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모른단 말인가? 이런 치졸한 짓이 애국이며, 민족주의의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저열한 사람들이 조직위에 가득하다면 더 창피를 당하기 전에 깨끗이 평창올림픽을 반납하기 바란다.

하기사 평창올림픽 조직위만을 비난하기도 힘들 것 같다. 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라. 세계지도에 일본을 없앤 것을 속으로는 잘 했다고 칭찬하는 댓글 일색이다. 이런 국민들에게서 세계시민으로서 올림픽 정신을 구현해 줄 조직위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삐뚤어진 민족주의는 결국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인접국가와의 선린관계를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며, 세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국수주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된 역사교육과 이를 이용하는 정치적 세력에게 책임이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실증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의 피해 사실만 강조하고 우리에게 불리한 역사적 사실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민족 감정에 호소하는 역사 교과서는 빨리 수정되어야 한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말하지만, 우리 역사 교과서도 일본의 극우 후쇼사 역사교과서만큼이나(필자가 보기에는 더 심하게) 왜곡이 심하다.

그 사례를 일일이 기술하기에는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여러분들도 얼마나 국수적 역사관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역사적 사실만 아래에 들어 보겠다.


1. 일본 관동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는 루머에 흥분한 일본인에 의해 죽은 조선인이 몇 명인가?

2. 1930년대 조선인들이 조선 내의 화교(중국인) 400여명을 사상시킨 ‘만보산 사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3. 1919년 3.1만세 운동에서 희생된 조선인은 몇 명인가?

4. 일본군 위안부 중에 일본인 여성과 조선인 여성 중에 어느 쪽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영화 ‘귀향’에 묘사된 것처럼 일본 헌병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던 조선인 위안부들은 극히 일부이며, 위안부들은 부모님의 동의서가 있어야 도항하거나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증서(요즈음의 여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5. 우리나라는 일본을 침략한 사실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큐슈 해안에 설치된 성들이 나당 연합군, 여몽 연합군의 침공에 대비해 쌓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6. 신라구(왜구와 같은 신라의 해적)가 일본 큐슈해안을 싹쓸이 하며 노략질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7.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을 아는가? 우리가 주장하는 우산도=독도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억지라는 것을 아는가?


위의 질문에 여러분들은 매우 당혹해 할 수 있고, 불쾌해 할 수 있겠지만, 직접 답해 보고, 여러분들이 답한 것과 실제 역사적 사실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아마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 실제와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것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자기 합리화나 인지부조화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역사를 직시하고 올바른 판단하기 바란다.

   

세계에서 유태인과 화교가 자리 잡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백의의 단일 민족이라고 자랑하고 단군 할아버지를 찾으며 오천년 역사를 내세우는 우리 국민들의 배타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증거다.

동남아 외국 노동자들이나 심지어 탈북민들에게도 그 배타성은 발현된다. 잦은 외침에 대한 보호 반응 기제라고 변명하기에는 우리의 배타성은 너무 심하다.

이런 국수주의는 특정 세력(주로 꼴통 좌파)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교육, 전파되어 강화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북쪽의 꼴통 전체주의자들을 옹호하고, 종북 논란에 빠져나오기 위한 회피 기동으로 ‘친일파 논란’을 제기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친일파 척결을 내세우고 민족주의(국수주의)를 강력한 수단으로 삼는다. 이들이 역사학계를 장악하여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역사왜곡을 서슴치 않으면서 국수적 역사관을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국민들에게 주입하는 이유이다.


이런 자들에 의한 국수적 역사 교육에 세뇌되다 시피 한 국민들이 대부분인 판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가 이에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넌센스다.

평창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소개하는 별도의 소개란을 만들고 세계지도에 일본을 삭제하는 짓을 하고도 그것이 애국이며 정의라고 생각하는 조직위만 탓할 수 없는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