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정치보복은 박정희시대의 한 특징이다. 독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무자비하게 정치탄압을 하였다.

그 때, 분단은 합리적인 정치탄압의 구실이 되었고, 이는 색깔론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들을 뿌리깊게 양산하였다. 그러나 오남용이 있었다하여, 약인 것이 약 아닌 것은 아니다. 역색깔론 공세가 간과하는 결정적 헛점이다.


정치보복은 단지 감정적 처사가 아니다. 그 기반은 권력투쟁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떤 상대방에게 어떻게 접근하느냐이다.


김대중은 정치보복을 안했다.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안했을까? 내가 볼 때는 못했다.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대중정권이 무자비하게 정치보복을 감행하였다면, 김대중정권을 돕고자 했던 사람들마저도 복지부동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후과를 두려워하여. 대통령 임기는 그리 길지 않다.


노무현도 아쉬울 것 없이 정치보복을 감행하였다. 그 타겟은 동교동이었다. 그의 권력기반의 문제였다. DJ로부터 떨어져나가 PK에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보복이 참담하게 진행되었다. 그것은 대북송금특검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현재 문정권은 연내종전선언을 외치며, 남북협력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참으로 황당한 것은, 그럼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도 않은 국면에서, 왜 6.15정상회담에 탄력을 붙이어 남북협력을 진행하지 않았냐? 그 때는 미국이 겐세이 넣으려고 해도 북핵형편이 지금과는 달랐다. 그 때 지금처럼 했으면 성사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DJ세력을 키워주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새누리정권과 대립하여 남북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DJ세력의 협력은 절대적일 것이다. DJ로부터 벗어나 PK에 권력을 구축할 정권의 필요성은 전혀 정반대로 진행되었다. 대북송금특검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동교동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단행되었고, 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연속되어, 오늘날 문정권의 기반이 되는 호남세력의 필터링이 이루어진 것이다. 동교동을 치다보니, 결과적으로 새누리에 대하여 너그러움을 취했다. 양쪽으로 전선을 만들만큼 노무현정권의 권력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새누리에게 야당이 권력을 잡아도 자신들을 치지 못한다는 근거없는 신념을 만들었을 것이다. 권력의 성격에 관한 문제였는데 말이다.


물론 문재인정권은 노무현정권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노무현정권의 정치보복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비교였을 뿐이다. 내가 볼 때, 같은 계파라 할지라도, 문재인과 노무현의 대북관은 많이 달라보인다. 문제가 되었던 송민순회고록건에서 노무현은 괜히 쓸데없는 짓했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는가? 그렇다면 노무현의 대북관은 그것이다.


이명박, 박근혜는 정치보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역시 권력기반의 문제였다. 독재정권의 전통을 계승한 민주적 정권은 정치보복이 독재의 유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된 것이다. 자기검열의 근거는, 정치보복이 혹여나 대대적인 저항의 시위를 야기할지 않을까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다가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을 보니, 야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자기들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이 민주적절차임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그들의 정치기반은 새누리와의 영남에서의 적극적 경합이다. 이를 위해 안보관을 바꾸어버리고, 적폐로 정치적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워,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으며, 승리는 그들의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적폐청산이 민주적 절차가 되었다는 것이다. 독재적 유물, 잔재가 아니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새누리정권을 적페청산의 정치행위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젠 새누리정권도 적폐청산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민주적 정치의 매뉴얼이 된 것이다. 새누리가 정치보복을 감행할 때, 시위로 맞서면 된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적폐청산이 민주적 절차로 각인되었다는 것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릴 것이다.


일례로 폴리페서에 대하여 이명박, 박근혜정권은 좀 물러터진 대응을 했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굴었다가는 언론탄압이라는 대대적인 저항을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의 적폐청산을 민주적절차로 각인시켰다.


* 가정이란 별 유익이 없겠지만, 내가 볼 때, 김대중정권이 받은만큼 돌려줬다면, 노무현이 대통령 되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