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신뢰'

이 공식이 틀린 건 아닌데, 화폐가 먼저인지 신뢰가 먼저인지, 이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인류가 미래에 멸망하지않고, 고도로 진화된 문명을 향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신뢰가 먼저고 다음으로 그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 교환, 교류의 도구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다. 돈이 먼저고 다음으로 '돈에다가 신뢰를 붙이는' 구조다. 기본적으로는 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은 탓이다. 핏줄아니면 친구도 잘 못믿는데, 믿을 구석은 돈밖에 없는 신세인 거지.

금본위제가 끝나고, 현재는 '석유(with 달러)' 본위제 화폐 시대를 살고 있는데, 오늘날 화폐는 신뢰보다 거시경제의 통제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화폐의 생산과 유통이 불투명하고 총량도 제한이 없다. 그러니 사실은 글로벌 국가들의 권위나 선군정치의 폭압적 두려움 말고는 돈이란게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 게다가 통제의 수단이라는데, 통제가 되는 건지도 불확실하다. 쉽게 말하면, 믿을 건덕지가 별로 없는데도 남들이 다 믿으니까 나도 믿는 정도다. 지금 돈이란게 그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대안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나왔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이고 컴퓨터 암호가 사용되고, 채굴을하고...어쩌구 저쩌구 알아듣지 못할 소리들 하는데, 그 특징은 의외로 간단하다.

1. 돈의 생산과 흐름이 투명하다.
2. 돈의 총량이 정해져있다.

암호화폐는 돈이 하나 만들어지면, 누가 만들었고,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전달됐는지 에브리바디 know다. 다 아는 거지. 블록체인이고 뭐고 핵심은 이거다.

'모두가 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신뢰라는 말을 쓰려면, 이정도는 알아야 믿는다고 한다. 지금 돈은 누가 얼마를 만들었고, 누구랑 주고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걸 모두가 보편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아이러니다.

기본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게 불가능한 거지. 지금 돈가지고는 민주화가 불가능하다. 불투명한 돈의 흐름은 사실 대단히 권위적인 절대 왕권 비슷한 것이니까. 서로서로 투명하게, 모두가 알아야 그게 민주다. 알기에 주인인 것이다.

암호화폐는 수학적으로 총량이 정해져있다. 화폐의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의 변동에 대해서 통제가 가능하다. 물론 민주적이고 투명한 화폐이기 때문에, 통제란 소수의 통제가 아니고 보편적 참여자들 모두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인류가 좀 나아지려면 돈을 재화 본위의 것에서, 민주적 참여와 통제라는 신뢰 기반의 돈으로 바꾸는게 맞을 것이다.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는 지금은 시작 단계라서, 걸음마 수준의 알토란 같은 수준이다. 심지어 투기수단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데, 단기간에 돈 벌고 하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이것이 투기나 자본 축적의 수단은 절대로 될 수가 없다.

암호화폐 특성상, 이것은 축적자본적 요소보다는, 투명한 흐름의 기능이 매우 강하다. 돌고 돌아야 돈이라고 농담하는데, 암호화폐야 말로 팽팽 도는 것이 생명인 화폐다. 누구 한사람이 독점적으로 쌓아놓을 수 있는 그런 돈이 아니다.

만약 인류가 암호화폐를 주요하게 사용하는 날에는, 그런 정도면 사실, 돈을 믿는 것이 아니고, 서로를 믿는 것이 먼저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돈이든, 암호든, 키스든.. 그런 것을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하게 되지 않겠나.

그 때는 사실 돈의 형태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미 서로가 믿고 있는데, 돈이 이 돈이던 저 돈이던, 암호던 종이조각이든 무슨 상관인가. 인류의 정신문명 수준이 그정도 됐을 때, 아마도 암호화폐가 제 기능을 하면서 화폐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