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와싱톤에서 가장 현저한 구조물을 꼽는다면 단연 시내 중심에 위치한 와싱톤 기념탑을 들 수 있다. 동쪽으로 내쇼날 몰을 거쳐 국회의사당이 있고, 북쪽으로 백악관이, 서쪽으로 링컨 기념관이, 남쪽으로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최근 수년간의 승강기 수리를 마치고 재개장하여 와싱톤에서 가장 hot한 장소라 할만 하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가장 감명을 주는 장소는 와싱톤 기념탑(이집트 오벨리스크과 별로 다를 바 없음)이나 국회의사당(주의회 의사당 대부분이 이것을 베꼈으므로 좀 식상함)이 아니라, 링컨 기념관이다. 미국사 및 링컨의 얼굴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건물은 고대 헬라의 신전을 연상시킨다. 옥좌 위의 거대한 조각상은 양복 입은 제우스 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다. 링컨은 어떻게 마치 미국의 수호신처럼, 황제처럼 그 자리에서 그를 찾아오는 모든 인간들을 굽어 보는 영광을 차지하였을까?


노예 해방?


영국의 노예 해방자를 아는가? 프랑스의 노예 해방자를 아는가? 독일의? 일본의? 지나의? 조선의? 조선의 노예 해방자야 다들 잘 알 것이다. 갑오경장으로써 반상 신분제도를 공식적으로 철폐한 김홍집이다. (그 결과 그는 나중에 아관파천한 이명복의 저주어린 선동 한 마디에 의해 민중들에게 맞아 죽는다.) 링컨은 노예 해방때문에 위대한 것이 아니다. 노예 해방자란 나라마다 적어도 한 명씩은 다 있다.


링컨의 위대함은 그가 전쟁에서 승리한 대통령이라는 점인데, 여러 승전 대통령중에서도 그가 유일무이하게 위대한 점은 바로 "[남부] 미국"으로부터 승리하였고, 그 결과 "미국 통일"을 이룩하여 지금의 미국을 존재하게 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그의 존재 의의는 미국의 제우스라기보다는  차라리 미국의 아레스일 터이다. 군신(軍神) 아레스(로마 신화의 마르스) 말이다. 과연 링컨 기념관은,  북극성이 뭇 별의 옹위를 받듯이,  1시에 베트남전 기념 조형물을, 5시에 한국전 기념 조형물을, 포토맠 강 건너 6시에 국방성을, 7시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을 지키는 알링톤 국립묘지를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이 링컨 기념관과 링컨 조상을 보는 '모든' 미국인들의 감개와 정서가 한결같지만은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착잡한 심정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할 터이나. 


무릇 전쟁이나 내전이 한 번 일어나면, 그 상흔이 백 년정도 간다고 한다. 풍수지리가들이 인간이 죽고 그 체백(시신)을 화장하지 않으면 그것이 백 년동안(대수로는 4대 정도) 후손과 동기감응한다고 주장함과 유사하다. 그래서 4대까지 봉제사함일 터이다.


전쟁이란 참혹하기 그지 없는 일이나, 전쟁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것은 바로 '자기 땅에서의 전쟁'이다. 죽는 게 자기 부모 형제 자매 자식이요, 타는 게 자기 집이요, 부서지는 것이 자기 재산이요, 강간 당하는 것이 자기 여자요, 약탈당하는 것이 자기 보물이기때문이다.


미국이 숱한 전쟁을 치렀지만, 미국인들이 쓴 근현대의 글에서 부가 설명없이 "After the war, ~" 운운하면 그것은 바로 남북전쟁이다. 형제가 갈려 바로 자기 땅에서 전쟁을 벌여 죽이고 죽었으니까. 그 상흔이 아무는데 무려 백 년이 걸렸다. 1861~1865년 전쟁후, 남부 출신으로서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1964년 린든 죤슨 당시 대통령이었고, fluke 남부가 아니라 진짜 남북 전쟁에 참가하였던 deep south 출신 대통령의 등장은1976년 지미 카터때까지 기다려야 하였다. 카터 당선후 당시 미국 역사가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비로소 남북 전쟁이 끝났다."이었고, 그후 아칸소 출신 빌 클린톤의 당선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못 하였다.


1950~1953년 남북한 사이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그 전쟁의 상흔이 아물고 잊혀지기까지에는 백 년이 걸릴 것이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그러나 전라도인들만은 다르다. 그들의 기억의 지층에는 6.25 남침 위에 새로운 표토층이 덮혔으므로. 바로 1980년 5.18 광주 사태이다. 대한민국 계엄군과 광주 시민군이 전쟁을 벌였고, 후자가 패하였다.시민들이 많이 죽기도 하였고, 약탈과 방화와 강간의 흉흉한 소문도 있었다. 그들 기억속에서 "영남 패권이 온존하는 대한민국"이란 적국이며, 말살 타도하여야 대상이며, 북한을 등에 업더라도 얼마든지 정당화되는 원수지국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였던가? 그들의 이러한 정신 역동이 건전하고 올바른 것은 아니나,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인간은 본시 비이성적이며 연약한 존재이기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기억층이 추가되지 않는 한, 어떤 회원이 언급한 전라도인들의 정치적 행태가 향후 육십 년은 더 가리라고 본다.


(※ 미국은 남북전쟁을 겪은 후, 다시는 '자기 땅에서의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결의를 다졌다. 그들 해병대의 부대 이름이 "제1원정군", "제2원정군"등인 까닭이 이것일 터이다. 그러니 9.11 테러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미국 땅에서의 전쟁을 피하기 위함이라면 얼마든지 보호령 격인 남한을 김정은에게 내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