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92년 경남 하동군 금남면에 있는 군부대에서 방위병으로 18개월 복무했습니다. 9월7일에 신교대에 입소해서 4주 훈련 후에 자대로 배치받았죠. 자대는 감편대대였습니다. 평상시에는 방위병 200 명 정도와 현역병 35명 정도로 부대가 유지되었고, 전시에는 예비군을 소집해서 대대가 완편되는 체제였습니다. (향방이라고 해서 각 읍면에 배치된 방위병은 따로입니다.)


11월말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날은 금요일이었던 것 같은데요, 오후 2시쯤엔가 탄약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데, 화재가 발생했다는 말을 고참에게 들었습니다. 당일 39사단의 다른 연대에서 온 병력들이 공용화기 사격장에서 박격포 사격을 했는데요, 이 박격포탄으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공용화기 사격장은 돌산이라서 화재가 나기 어려운데, 바람도 세게 불고 해서 불티가 튀어 불이 붙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병력 몇 명이 삽을 들고 표적지로 이동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진압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바람 방향이 바뀔 때마다 도망을 쳐야만 했으니까요. 산림청 소방헬기가 2대 출동했지만, 금방 해가 져서 진압을 중단했고, 밤 사이에 불이 많이 번졌습니다. 다음날에는 헬기가 3대가 출동해서 화재 진압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부대원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잔불 진화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그 때 처음 800고지를 올라가 봤습니다. 만약 바람이 다음날도 세게 불었다면, 피해가 얼마만큼 커졌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어제 일어난 고성 화재를 보니, 저녁 7시17분 (7시50분이라는 말도 있고요.) 경에 화재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아주 강풍이 불고, 야간인데다가, 산간지역이 되었으니 화재 피해가 엄청 커진 것으로 봅니다. 참 나쁜 운이 겹쳐서 피해가 커졌죠.


이런 재난에 지휘를 맡은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회에서 제 때 복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경원일당이 못 가게 했다고 합니다. 나경원일당은 욕을 먹어 마땅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청와대 안보실장 역시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나경원일당이 못 가게 막아도 뿌리치고 청와대로 복귀했어야 마땅한데, 청와대 안보실장은 비상시 우선 순위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세월호사고 이후에 재난에 대비해서 대응 체계를 만든다고 개편을 좀 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뻘짓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재난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대응이 다른 정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제 기준으로 보면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제대로 개혁해야 할 대목인데, 아직도 무개념 상팔자로 미적거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제가 과문해서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