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자



                                                                  2018.05.18



올해도 어김없이 5.18이 돌아오니 5.18 관련 단체나 진보성향의 그룹에서 5.18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폭로한다.

그러나 폭로하는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신빙성이 부족하거나 고의적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이런 행위들은 오히려 5.18의 순수한 정신을 훼손하고 5.18 희생자들(여기엔 진압에 동원된 계엄군도 포함한다)을 모욕하는 것이라 본다.


1. 전남도청 지하실에 475구 사체?

http://v.media.daum.net/v/20180516162216708?rcmd=rn

왜 이런 검증되지도 합리성이 현저히 떨어진 내용들이 증언이랍시고 광주발 기사로 5.18 즈음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1980년 5월 23일, 전남도청 지하실에서 475구 사체를 보았다는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5월 23일은 시민군들이 도청을 장악하고 있을 때인데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도청에 있던 시민군들 몇 명이었는데 이제까지 이 사실이 폭로되지 않고 묻혀 있었을까?

행불자를 포함해도 저 숫자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데, 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어떤 추론이 가능할까?

5.18 당시 시민 162명, 계엄군 23명, 경찰 4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행불자가 82명이었다. 계엄군과 경찰 사망자 시신은 5월 23일, 전남도청 지하실에 있지 않았으니 시민 사망자와 행불자 모두가 전남도청 지하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144명을 넘을 수 없다.

5.18에 대해 제대로 알기만 해도 저런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 기사로 쓸 수가 없다. 그런데 저런 기사가 광주발로 나온다. 광주라면 누구보다도 5.18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저런 기사를 쓰는 것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런 증언들을 소개하고 기사화 하는 것은 자뻑이다. 저게 사실이면 457구에는 광주시민이나 한국민이 아닌 제3의 국적을 가진 사람의 사체가 대거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3의 국적이라면 어디가 될까? 이들은 지만원 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을 입증해 주고 싶은 걸까? (필자는 지만원이 제기하는 ‘광수 찾기’(북한군 직접 개입설)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런 기사 때문에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키우는데 왜 5.18만 되면 저러는지 모르겠다.


2. 계엄군이 도열하여 비무장 시민들에게 일제 조준사격을 했다고?

최근 필자는 인터넷 공론의 장(아크로)에서 5.18과 관련한 논쟁을 했다.

http://theacro.com/zbxe/free/5392094 

한 논객이 5.18 때 계엄군이 2열로 도열하여 비무장 시민들을 지근 거리에서 일제 조준 사격을 했다는 글을 올리며, 그 근거로 당시 찍었다는 사진을 올렸다.

필자는 5.18 관련하여 공개된 자료는 대부분 봤지만, 계엄군이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일제 조준 사격을 했다는 증언이나 사진 등의 기록을 본 적이 없다.  김영삼 시절(1995년)의 ‘검찰 수사보고서’와 노무현 시절(2007년) ‘국방부 5.18 진상규명조사보고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으며,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도 없다. 이 보고서들에는 오히려 시민군들의 장갑차 공격에 계엄군이 압사하고, 한 시민이 계엄군의 장갑차 해치를 열고 화염병을 투척하자 자위적 차원에서 발포한 사실은 나온다. 이 보고서들은 김영삼, 노무현 시절에 조사된 것이라 점에서 그 조사내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하기 곤란하다.

필자는 김영삼, 노무현 시절의 조사보고서들을 이미 다 본 터라 계엄군이 일제 사격을 했다는 주장을 믿지 않았고, 증거로 올린 해당 사진은 당시의 실제 사진이 아니라 합성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일 거라는 의심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논객에 의해 그 사진은 실제 사진이 아니라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임이 밝혀졌다.

필자는 왜 자칭 진보진영 사람들이 사실과 다른 조작된 사진을 올리며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의 무고한 시민군들에게 조준 일제 사격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의 계엄군들을 악마로 만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시의 계엄군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압에 동원된 시대의 희생자이고, 전쟁 같은 상황에서 생존 본능이 발동되어 대응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픽션이니까 사실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적인 사건, 특히 최근의 사건을 다룰 경우는 사실에 부합하게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운전사’ 등 5.18을 다룬 영화들이 지나치게 시민군 입장에서 조명하다보니 계엄군을 필요 이상으로 포악한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버렸다.

문제는 영화의 한 컷을 사진으로 올리며 5.18 당시 실제 사진인 것처럼 소개하고 그것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선전 선동하는 것이다. 위에 필자가 소개한 사례뿐만 아니라 5.18 관련하여 잘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 많아 국민들이 5.18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여러분들도 아래에 링크하는 노무현 시절 ‘국방부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꼭 읽어 보기 바란다.

https://viewer2.cloud.naver.com/viewer.nhn?sourceId=ndrive&language=ko_KR&url=https%3A%2F%2Ffiles.cloud.naver.com%2F12.12%25205.17%25205.18%2520%25EC%2582%25AC%25EA%25B1%25B4%2520%25EB%25B3%25B4%25EA%25B3%25A0%25EC%2584%259C.pdf%3FNDriveSvcType%3DNHN%252FND-WEB%2BVer%26attachment%3D1%26userid%3Denkyryu1%26useridx%3D23094517%26lgtype%3Dexe


3.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다?

오늘자 신문에 특이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51763751

이 기사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양부남 광주 지검장이 파워 게임을 하는 이유가 전두환 회고록 중에 헬기 기총 소사 건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다. 문무일은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수사를 보강하라는 수사 지휘를 했는데 이에 양부남 지검장이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무일 검찰총장이 왜 수사 보강을 요구했을까? 문무일은 문재인에 의해 임명된 사람인데 전두환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수사 보강을 요구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문무일은 검사로서, 법조인으로서 아무리 전두환과 관련된 것이라도 부실한 증거를 가지고 전두환을 기소하는 것은 양심상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할 수준의 증거를 더 확보하라는 뜻으로 수사 보강을 지시했다고 본다.

문무일의 이런 태도는 자한당 권성동이 관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서도 드러난다. 안미현 검사가 문무일 검찰총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 역시 문무일은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검찰총장으로서의 판단에 따라 수사 지휘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여당 의원도 아니고 야당 의원인 권성동을 검찰총장이 굳이 봐주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

문무일이 수사 보강을 요구한 것을 보더라도 5.18에서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다는 것은 실제 사실과 멀어 보인다.

전일빌딩에 헬기 기관총 탄흔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다수 나왔고 문재인 정권의 국방부 특조위도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억지가 많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썼던 글을 아래에 소개하니 어느 쪽이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지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기 바란다.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2&document_srl=5371144


4. 5.18 때 사망한 민간인은 162명

필자가 5.18과 관련한 자료를 샅샅이 찾아 읽어본 이유는 5.18 사망자의 실제 숫자를 알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5.18에서의 사망자가 수 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았고, 계엄군이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여성의 유방을 도려냈다거나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 사람 씨를 말리려 왔다는 소문이 사실인 줄 알았다. 물론 계엄군이 비무장 시민들에게 일제 조준 사격을 가했고 헬기를 동원해 하늘에서 기관총을 퍼부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정도로 계엄군이 포악하지 않았다면 수 천 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5.18 사망자가 민간인 162명(시민군이 사용하던 캘빈 소총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  25명 포함), 군인 23명, 경찰 4명이라는 수사기록을 보고 혼돈이 오기 시작했다. 그 후 관련 자료를 찾아 5.18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었고, 당시 계엄군도 시대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의 소문들이 유언비어였고, 계엄군은 자위적 차원에서 발포를 했을 뿐 비무장 시민들에게 일제 조준 사격을 하지 않았으며, 헬기 기총 소사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모두 착각이거나 오인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난 뒤로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5.18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내가 접한 사람들 100%가 5.18에서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알고 있고 위의 소문들이 유언비어가 아닌 사실이며, 영화 ‘화려한 휴가’에 나오는 계엄군의 일제 사격 장면 역시 5.18에서 실제 일어난 사실로 알고 있었다. 하기사 민주당의 모 여성의원이 국회에서 생방송되는 공개석상에서 5.18에서 2천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하는데도 아무도 이를 정정하지 않는 실정이니 일반 국민들이 5.18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5.18이 민주화운동이라 생각하고 당시 희생된 분들을 민주화유공자로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5.18을 과장, 왜곡하여 계엄군을 잔인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것은 5.18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 생각해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5.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고 유공자 심사를 강화하라

많은 일반 국민들이 5.18 유공자들과 그 유족(배우자와 자녀들)들은 모두 취업 지원 대상자(공무원 가산점)로 혜택을 받는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5.18 유공자와 그 가족들 중에 취업 가산점을 받는 대상자는 극히 일부이고, 이마저도 세월이 흘러 그 대상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취업 가산점 대상자는 5.18 유공자 중 사망자와 행불자의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일정 등급 이상 부상자의 자녀에 한한다.(‘5.18 민주화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 20조)

따라서 38년이 지난 현재 공무원 시험에 지원할 대상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5.18 유공자와 자녀들이 공무원을 싹쓸이한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들이 나돌고 이에 현혹되는 이유 중에는 5.18이 특정 세력들에 의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5.18을 독점하고 성역화 하는데 따른 반감도 무시 못 한다. 

많은 국민들이 5.18 유공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에 의아해 하며, 유공자로 등록된 사람들이 실제 5.18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인지 의심하고 있다. 이런 의심을 하는 이유는 ‘5.18 민주화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유공자 여부를 결정하는 ‘보상심의 위원회’가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법률 제4조에 ‘보상심의위원회’ 규정이 나오는데, 위원장을 광주광역시장으로 하고, 시행령에서는 심의위원들을 모두 광주지역 기관장들로 구성하기로 되어 있어 심의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광주 지역 사람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마저 “너무 한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국가유공자 심의는 보훈처에서 모두 관할하는데 유독 5.18 국가유공자만 광주시가 주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5.18 유공자로 등록된 사람 중에 상당수가 1980년 5.18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로 알려졌고, 민주당 의원 중에도 5.18 유공자가 다수 있다고 알려져 일반 국민들이 5.18 유공자 심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5.18 민주화유공자 보상심의위원회 구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으며, 5.18 유공자 명단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유공자 공개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명예를 높일 수 있고, 5.18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더 갖게 하며, 유공자가 아닌 자가 유공자로 지정된 경우를 밝힐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필자는 5.18 유공자 명단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독립 유공자나 6.25 참전 용사, 4.19 유공자 등 다른 국가유공자들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공개되었다고 항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유공자라면 당연히 세상에 공개되어 가족들과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6. 이제 5.18을 치유할 때다

필자는 5.18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여 쓸데없이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전자의 경우는 거의 사라졌지만, 후자의 경우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승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5.18도 올해로 38년이 되었다. 이제 용서와 화해로 치유를 할 때가 아닐까?

제발 없던 사실을 억지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5.18을 성역화 해서 5.18을 연구하거나 다른 입장에서의 의견을 막는 반민주적 행위도 없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5.18을 기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그 정치적 의미를 되새기는 분들께 부탁하고 싶다.

먼저 5.18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기억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 실상이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피할 수 없다.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피해자의 용서로 서로 화해하여 5.18을 치유하는 길은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