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은 길벗 님의 글에 댓글로 달아야 합니다만, 길벗 님의 본문 글이 너무 길어서 이렇게 따로 올립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좋은 사고방식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사고방식에 근거해서 대통령도 까고, 대통령도 탄핵하고, 대통령도 감옥에 보냅니다. 대통령보다 낮은 직위의 공무원들이나 일반 국민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저 사고방식과 현실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원리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자신의 판단하에 적당히 원칙을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넘어가고, 대통령 부인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넘어가고, 대통령 아들과 딸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넘어가고, 자유한국당 원대대표 국회의원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넘어갑니다.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사건이 뽀록났을 때 욕을 먹게 되고, 체면이 손상되는 점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신분증 제시를 하지 않은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한 모양입니다. 얼굴이 곧 신분증인 사람인데다가 높은 양반이어서 그냥 탑승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이게 뽀록이 나서 지금 온갖 욕을 먹고 있고, 사과문을 발표했네요.

http://v.media.daum.net/v/20180410173210322?rcmd=rn


우리나라 사람들은 법 알기를 개똥으로 압니다. ^ ^ 제가 보기로는 그렇습니다. 법 규정을 엄격하게 들이대어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법을 뭉개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매일 새벽에 신문배달을 할 때 온갖 교통법규를 위반합니다. 신호 위반, 차선 위반, 인도 위로 운전, 헬맷 불착용, ....... 매일 엄격하게 벌금을 낸다면, 월급이 500만원이라도 생활비도 안 남을 겁니다. 


길벗 님은 이번 김세윤의 판결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비꼬는 말이 아니라 진심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원리원칙에 따라 굴러가는 사회, 법의 지배를 받는 나라를 원하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한 걸음씩 전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길벗 님이 바라는 세상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이 대통령의 월권과 권한 남용을 억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 혹은 탄핵 후에 이 월권과 권한 남용으로 처벌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경고는 바로 이 점을 말한 것이겠죠.


박정희가 쿠데타를 저질렀음을 당시의 검찰도 잘 알았을 것이고, 당시의 경찰도 잘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도 수사를 하거나 기소를 하거나 체포를 하거나 대놓고 비판을 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희가 총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들 제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까, 이걸 가지고 검찰을 눈치나 살피는 개라고 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역지사지로 제가 검사라고 해도 감히 수사를 할 엄두를 못 낼 테니까요. 그 뒤에 전두환 노태우가 같은 짓을 저질렀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개를 돌려서 판사들을 봐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을 파괴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찍소리도 못했던 판사들.... 독재를 일삼으면서, 이에 맞서는 민주화운동가들을 향해 온갖 폭행과 고문과 불합리한 기소를 보면서도 올바른 판결을 못 내리곤 했던 판사들...... 법과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총칼 앞에서는 원리원칙이고 법이고 정의고 나발이고 없는 거죠.


그런 개판인 세상을 살다가 이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고, 대통령조차도 법과 원칙에 따라 꼼짝달싹을 못하는 사회가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진전될 것이고요.....


적폐 청산을 좀 더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내로남불, 이중잣대로 재지 말고, 니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공평하게 공정하게 비판하고 비난하고 처벌받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