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은 전라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서울을 오가라고 깐 노선이 아닙니다.

전라도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나르기 위해 지은 철도입니다.

원래 서울에서 목포를 잇는 노선으로 계획된 경목선에 대한 부설권을 프랑스의 휘브릴 사가 요구했으나

고종이 자기가 직접 하겠다며 나대는 바람에 망가져버렸죠. 대한제국은 직접 철도를 부설할 능력이 전무했으니까요.

결국 일본이 경목선 건설에 착수하게 됩니다.

경부선과 경의선은 일본과 만주를 잇는 철도입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호남선은 아닙니다. 일본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하여 경성에서 직접 목포까지 선로를 놓지 않고 경부선 어느 한 군데에서 분기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처음 고른 곳은 조치원이었으나 변경됩니다. 조치원에서 분기하려면 공주강을 넘는 대교를 지어야 해서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대전으로 바꿨죠. 여기에 호남선 선로의 방향은 '서울'이 아닌 '부산' 쪽으로 났습니다. 일본으로 쌀을 날라야 하니까요. 때문에 과거에는 대전에서 기관차 방향을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전에서 익산까지,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만 하더라도 엄청납니다. 하지만 일본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죠. 다시 말하지만 호남선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놓여진 철도가 아니니까요.


자, 그렇다면 새로 철도를 놓는다면 어떻게 놓아야 할까요?

과거 경목선의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옳지 않나요?

서울에서 천안을 잇고, 공주와 논산을 지나 전주에서 광주, 목포로 이어지는 것이 맞죠.

이게 정상적으로 전라도에 놓여져야 할 철도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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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으로 돌아가 요금이 편도 3천 원이 오르고 시간은 15분 이상 늘어났습니다.

고속철도에서 15분이란 시간은 엄청난 시간입니다. 

천안분기였다면 서울에서 익산까지 55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역을 생각해보세요. 지하철 15분 더 타는 게 만만한가요?

하물며 고속철도를 15분 더? 이게 말이 됩니까?

전주와 광주는 이번에도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도시는 옷가게와 같습니다.

도시들이 서로 모여있을 수록 힘이 커집니다.

혼자 도시가 뚝 하니 떨어져 있는 곳은 힘이 약해지죠.

충청도는 천안,세종,청주,대전이 모두 함께 모여있습니다. 철도 노선도 모두 이 4 도시를 지나가죠.

경상도는 대구와 울산, 부산이 이어집니다.

전라도는요? 전주, 광주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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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때 계획된 호남고속철도 노선입니다.

이대로만 지어졌더라면 전라도의 도시경쟁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졌을 겁니다.

지금 전주로 가는 KTX는 가뭄에 콩나듯 있습니다. 전주의 관광객은 연간 천 만명입니다. 

KTX로 원하는 시간에 전주로 가려면 예매전쟁이 일어나죠.

거기에 광주송정역은 너무 코딱지만하게 지어졌습니다. 이용객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나요?

모든게 엉망진창입니다.

호남선 복선화를 부르짖었던 정치인들은 호남고속철도노선이 이렇게 망가질 때에 뭘 하고 있었을까요?

천안분기, 전주-광주 연결. 이 두 가지의 기본적인 원칙만 지켰더라도 호남선은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호남선 복선화를 부르짖을 때 만큼 그리 절실하진 않았던 모양이네요.

이렇게 망가지는 걸 그냥 방치한 걸 보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