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썼던 '비트코인 전망 http://theacro.com/zbxe/5362131' 에 이어서 쓰는 글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비트코인외 꽤 많은 아류코인들이 있지만 통칭해서 비트코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치열한데, 구경하다가 몇가지 논점들에 대한 제 입장을 적어봤습니다. 


1. 명칭의 문제
비트코인을 부르는 명칭이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 혼란스러운데, 비트코인의 본질적 성격이나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명칭은 아무래도 '무정부화폐' 일 것 같습니다. 무정부화폐는 제가 지난 글에서도 사용한 명칭이기도 하고, 엊그제 유시민과 정재승의 비트코인 TV 논쟁에도 등장하는 개념이기도 하죠. 유시민쯤 되는 양반이 비트코인에 내재된 속성이나 기반사상이 다름아닌 무정부주의라는걸 모를리가 없고, 비트코인 긍정론자인 정재승이야 당연히 어설픈 아나키스트 코스프레를 할 수 밖에 없으니,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간파한 유시민의 공격에 처발리는건 예정된 코스였습니다. 정재승은 '국가가 화폐발행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고 하던데 그게 얼마나 어마무시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지 스스로도 잘 몰랐던 듯 합니다.  

제 입장에서야 유시민의 손을 들어줄 밖에 없었지만, 무정부화폐에 대한 유시민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시민 역시 버블이나 투기적 현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화폐가 뭔지는 잘 모르는 것 같고, 저는 무정부화폐가 통화량 문제를 해결해서 실물경제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표상할 수 있다면 여타 전송속도니 뭐니 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이야 극복가능할 것이고 그러면 현재보다 한단계 더 높은 화폐체계로 진보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전 세계 경제가 국경을 넘어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데, 경제행위의 가장 기본이 되는 화폐가 나라마다 다른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체계인 것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단일통화의 필요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고 그 대안이 바로 무정부화폐가 아닐까 싶습니다. 


2. '화폐' 와 '현대적 주류화폐' 는 다르다 
비트코인 논쟁을 지켜볼 때 가장 답답한 부분은, 양쪽 모두 화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소모적인 공방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화폐' 와 '현대적 주류화폐'는 하늘과 땅만큼 다른 것이고, 비트코인이 고전적 의미의 화폐의 성격을 충족시킨다해서  곧바로 '현대적 주류화폐'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은 아닙니다. 

고전적 의미의 화폐란 '물물교환의 중간 매개체' 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 역시 화폐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 주류화폐'는 그런 초보적인 화폐 기능이야 당연하고 그 외 반드시 갖춰야할 것들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현대적 시장경제에서 주류 화폐로 기능할 수가 없구요. 단순히 몇몇 나라가 법정화폐로 인정해주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상점들이 점점 늘어난다해서 화폐로써의 비트코인의 미래가 밝다고 주장하는건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착각하는 어불성설이라는 말씀. 1차대전 후의 독일 마르크화나 짐바브웨의 쓰레기 지폐들도 엄연히 국가가 보증하는 법정화폐였고 그 나라의 모든 상점들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3. 블록체인 물타기
비트코인을 비판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거론하는 분들이 많길래 뭔가 싶어서 경청을 했었는데, 전문용어들을 사용해서 이해하기 난해했지만 요약하면 무정부화폐의 위조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쉽게 위조하거나 훔칠 수 있다면 애초에 화폐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 도입했을 거구요. 

그런데 아무래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과의 관계는 인터넷과 포르노사이트의 관계와 비슷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포르노사이트들이 인터넷 기술 발전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결제, 동영상 스트리밍 등등. 모두 포르노사이트들이 선제적으로 개발한 기술들이고 해당 기술들은 현재 인터넷 시대를 지탱하는 핵심기술들입니다. 그런다해서 포르노사이트를 규제하거나 막는 것은 인터넷 기술발전을 막는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듯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앞 뒤가 뒤바뀐 주장에 불과하죠. 황우석의 논문조작에 대한 비판을 줄기세포 원천기술 운운하면서 반박하던 행태와도 비슷할 거구요.  

한술 더 떠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분리할 수 없다'고도 주장하던데, 당연히 인터넷과 포르노사이트도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수준낮은 물타기를 하는건데, 그만큼 본인들도 화폐로써의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별 믿음이 없다는 고백이 아닐까 합니다.